
정부는 오는 12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통해 CDMO 산업 육성에 나선다.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과 제정 배경을 비롯해 급성장하는 글로벌 CDMO 시장의 변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과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과거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산 전문기업에 개발과 제조를 맡기는 위탁개발생산(CDMO)이 글로벌 제약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CDMO는 바이오의약품의 공정 개발부터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사업이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사는 대규모 생산시설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CDMO 전문기업의 생산 기술과 품질관리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개발 단계에 맞춰 생산을 진행할 수 있다.
바이오의약품 시대…직접 생산보다 위탁생산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CDMO를 찾는 제약·바이오기업도 늘고 있다. 비만치료제와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안정적인 생산 역량 확보가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은 후보물질이 임상에 성공하더라도 상업 생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생산 공정을 새로 개발하고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규제기관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검증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체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보다 이미 생산 경험과 설비를 갖춘 CDMO 기업과 협력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품질관리 기준도 엄격하다. 동일한 공정이라도 세포 배양 조건이나 제조 환경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어 축적된 생산 노하우와 품질관리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GMP 운영과 전문 인력 확보,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의약품청(EMA) 등 주요 규제기관의 실사 대응까지 고려하면 전문 CDMO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 신약 확산…CDMO 시장 '고속 성장'
글로벌 제약사들의 위탁생산 수요가 늘면서 CDMO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 네스터(Research Nester)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지난해 210억2000만달러 규모에서 올해 235억4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후 연평균 13.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5년에는 732억7000만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CDMO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45억달러(약 6조7000억원)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수출 규모는 약 2배로 늘었고, 수출 시장도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 163개국으로 확대됐다. 식약처는 글로벌 제약사에 대한 국내 CDMO 공급 확대와 바이오시밀러 수요 증가가 수출 호조를 이끈 주요 배경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성장세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약물접합체(ADC),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차세대 모달리티는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품질관리 기준도 까다롭다. 개발 초기부터 고도의 공정 개발과 생산 기술이 필요한 만큼 전문 CDMO 기업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별법 시행 앞둔 CDMO…후속 지원 마련 절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정부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오는 12월 시행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기존 '약사법' 중심의 의약품 제조업 규제로는 수출 중심의 CDMO 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마련됐다.
해외 제약사의 생산을 위탁받아 의약품을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고려해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중심 산업에 맞는 규제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영진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의 허가·심사부터 생산까지 전 주기에 걸친 규제 지원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안전한 치료제를 세계 시장에 보다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합리적인 규제 혁신과 맞춤형 정보 제공, 주요 수출국과의 규제 협력을 확대해 바이오의약품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CDMO 산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는 의미가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들도 자국 바이오 생산기반 확대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세제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 규제 개선, 첨단 생산기술 확보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별법 시행으로 수출 중심의 CDMO 산업 특성을 반영한 규제지원 체계가 마련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행령과 세부 기준을 구체화하는 한편, 세제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 첨단 생산기술 확보 등을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