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오는 12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통해 CDMO 산업 육성에 나선다.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과 제정 배경을 비롯해 급성장하는 글로벌 CDMO 시장의 변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과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 생산능력과 차세대 모달리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생산시설은 글로벌 제약사의 대형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여러 고객사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 다양한 모달리티 생산 역량까지 갖출수록 고객사의 폭넓은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기업들은 생산시설 확대와 함께 펩타이드, 항체약물접합체(ADC), 메신저리보핵산(mRNA),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다양한 모달리티 생산 역량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론자(Lonza), 써모피셔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 캐털런트(Catalent),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 등은 생산시설 증설과 인수·합병(M&A)을 병행하며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론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바카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확보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ADC와 CGT 분야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캐털런트는 글로벌 M&A를 계기로 생산시설을 재편하고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중국과 해외 생산거점을 확충하면서 ADC와 미생물 기반 의약품 생산시설도 잇달아 늘리고 있다.
차세대 모달리티·생산능력 확대
국내 기업들도 생산능력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2011년 설립 이후 공격적인 생산시설 확충을 통해 글로벌 CDMO 시장 선두권으로 올라섰으며,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수주액은 214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생산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영역 확대에도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20일)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 그룹(PolyPeptide Group)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약 2조7000억원(14억6000만 스위스프랑)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규모의 M&A다.
펩타이드는 체내에서 호르몬이나 세포 간 신호 전달 역할을 한다.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치료제로 만든 것이 펩타이드 의약품이며 최근 시장이 급성장한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이라 할 항체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해 단백질을 생산하지만, 펩타이드 원료의약품은 아미노산을 순차적으로 연결하는 화학합성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생산설비와 공정, 품질관리 체계가 기존과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폴리펩타이드 인수가 마무리되면 기존 항체의약품과 mRNA, ADC 중심의 사업에 펩타이드 생산 역량까지 더하게 된다.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 확대에 따라 급증하는 펩타이드 수요에 대응하고 글로벌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도 CDMO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CDMO 전문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해 신약 후보물질 개발부터 공정개발, 임상용 의약품 생산, 상업 생산까지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를 구축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뉴저지의 cGMP 생산시설 인수를 완료했고, 약 7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을 13만2000리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사 확보와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 시러큐스 캠퍼스와 최근 준공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을 양축으로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국내 생산시설을 연계한 '듀얼 사이트(Dual Site)' 전략을 통해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엔드 투 엔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위탁생산 계약도 확대하고 있으며, 2030년 글로벌 톱티어 CDMO 기업 도약을 목표로 생산능력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미약품, 에스티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SK팜테코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CDMO 사업 확대와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CDMO 특별법, 기존 기업 지원 혜택 필요
정부는 이 같은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2월 CDMO 특별법을 시행한다. 특별법은 수출제조업 등록제와 원료물질 인증제도 도입, GMP 적합인증 제도 법제화 등을 통해 CDMO 산업을 독립적인 정책 대상으로 육성하고 수출 중심 산업에 맞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CDMO 특별법은 기존 기업보다 후발 기업들이 보다 쉽게 글로벌 CDMO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정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규 CDMO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 체계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모달리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CDMO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DMO 시장은 생산 규모와 공정 개발 역량, 다양한 모달리티 대응 능력 등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산업"이라며 "특별법이 후발 기업의 시장 진입을 돕는 동시에 기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될 때 국내 CDMO 산업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