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LB가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불발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약 허가 지연으로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각 계열사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보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HLB 그룹 9개 계열사의 미상환 전환사채 규모는 총 3568억원이다. 지주사격인 HLB가 61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HLB제넥스 555억원, HLB테라퓨틱스 385억원, HLB이노베이션 330억원, HLB펩 300억원, HLB생명과학 261억원, HLB글로벌 209억원, HLB바이오스텝 200억원 그리고 HLB파나진 113억원이다.
HLB그룹은 상장 계열사 10곳 가운데 9곳이 전환사채를 발행할 정도로 CB 의존도가 높다. HLB제약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가 연구개발과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전환사채를 활용해 왔다.
전환사채는 투자자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이다. 다만 대부분의 전환사채에는 일정 시점 이후 투자자가 회사에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함께 부여된다.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하지만,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CB 만기·풋옵션 행사 시기 줄줄이 예정
HLB그룹은 올 하반기 주요 계열사의 풋옵션 일정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오는 21일 HLB이노베이션(330억원)을 시작으로 8월에는 HLB(300억원), HLB테라퓨틱스(50억원), HLB바이오스텝(20억원)이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가능 시기에 들어선다.
9월에는 HLB글로벌(30억원), 10월에는 HLB(200억원)와 HLB펩(300억원), 12월에는 HLB테라퓨틱스(170억원)와 HLB글로벌(85억원)가 차례로 풋옵션 행사 대상이 된다. HLB파나진은 CB 113억9000만원이 오는 18일 만기를 맞는다.
일부 계열사는 이미 풋옵션 행사 가능 기간에 들어와 있다. HLB와 HLB글로벌, HLB생명과학, HLB테라퓨틱스 등의 일부 전환사채는 지난해 또는 올해 상반기부터 투자자가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태다. 여기에 하반기에도 신규 풋옵션 대상이 추가되면서 그룹 전반의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들어 HLB그룹에서는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로 전환사채를 만기 전에 취득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지난 2월부터 5개월간 HLB생명과학과 HLB파나진, HLB, HLB테라퓨틱스, HLB제넥스 등이 올해 들어 만기 전에 취득한 전환사채 규모는 약 50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풋옵션 행사로 인한 것으로 일부는 투자자와 협의를 통해 조기 취득한 경우도 있었다.
남은 변수는…리라푸그라티닙에 거는 기대
시장에서는 리보세라닙의 세 번째 CRL로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향후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가 늘어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풋옵션 행사 규모는 향후 주가 흐름과 투자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룹 전체에 3300억원이 넘는 미상환 전환사채가 남아 있는 데다 하반기 주요 계열사의 풋옵션과 만기 일정이 집중돼 있는 만큼 HLB그룹의 유동성 관리 능력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전환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높은 기업은 사업 환경이 악화되거나 자본시장이 경색될 경우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전환보다 조기상환을 선택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의 현금 부담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HLB의 유동성 부담이 단기간에 현실화할지 여부는 향후 주가 흐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은 HLB의 첫 글로벌 상업화 신약 후보로 꼽힌다.
리라푸그라티닙 허가를 획득해 주가가 회복될 경우 전환사채 투자자들의 주식 전환 유인이 높아지면서 풋옵션 행사 부담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 허가가 지연되거나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룹 전반의 자금조달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LB관계자는 "CRL 수령 이후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관련 내용을 담은 레터를 발송해 진행 상황을 안내하고, 국내에서는 투자자들과의 대면 미팅과 질의응답을 통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투명한 정보 공유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