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코스닥 바이오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주가 급락으로 주식 전환을 통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전환가액 하향 조정(리픽싱), 조기상환 청구 등이 속출하면서 기업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등 특정 섹터로 증시 자금이 쏠리며 바이오주의 소외 현상이 깊어지자, 과거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전환사채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구개발(R&D)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채권이 고스란히 현금 유출 압박으로 돌아온 셈이다.
현금 택하는 투자자…조기상환·만기 연장 잇달아
전환사채 투자자가 주식 전환 대신 현금 회수를 택하는 조기상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남제약은 지난달 풋옵션 행사로 25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만기 전 취득했고, HLB생명과학도 약 61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만기 전 취득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지난 5월 전환사채 중 20억원을 만기 전 취득했다.
영업현금흐름이 부족한 기업에서 조기상환이 반복되면 새 전환사채나 유상증자로 기존 전환사채를 갚는 차환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와 협상을 통해 전환사채 만기를 연장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킵스바이오파마는 지난 6일 제5회 전환사채 만기를 올해 8월13일에서 내년 8월13일로 1년 연장했다. 대신 기존 0%였던 만기이자율을 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환사채 만기 연장을 통해 재무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프로테크도 지난 9일 제11회 전환사채 만기를 2028년 7월로 2년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리픽싱 딜레마…하반기 'CB 폭탄' 우려
주가 하락에 따라 주식 전환가액을 낮추는(리픽싱)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진양제약은 지난 5월 제1회 전환사채 전환가액을 5138원에서 최저 조정한도인 4668원으로 낮췄고, 이에 따라 전환 가능 주식 수는 7만7851주에서 8만5689주로 늘었다.
바이오플러스도 4월 제2회 CB 전환가액을 6550원에서 소폭 6508원으로 조정하면서 전환 가능 주식 수가 820만4122주에서 825만7068주로 증가했다. 전환가가 낮아질수록 같은 투자금으로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 기존 주주에게는 희석 부담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안정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자금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 풋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바이오기업의 전환사채 물량이 적지 않아 관련 요구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전환사채 리픽싱과 조기상환 요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까지 투심이 회복되지 않고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업계 전반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