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머크(KGaA)가 미국 생명과학 기업 바이오테크네를 약 113억달러(약 16조9500억원)에 인수한다. 침체에 빠진 생명과학 솔루션 시장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10년여 만의 최대 규모 인수로 직전 최대 인수는 지난 2014년 시그마-알드리치 건으로 약 170억달러의 빅딜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머크는 이날 바이오테크네를 주당 73달러 현금에 사들이기로 했다. 인수 발표 직전일 종가 대비 24%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머크는 보유 현금과 신규 차입을 섞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거래는 규제 당국 승인과 바이오테크네 주주 동의를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바이오테크네?…'시약·장비 등 B2B가 주력'
머크가 인수하느 바이오테크네(Bio-Techne)는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로, 신약과 진단 연구에 쓰이는 장비와 시약을 만들어 파는 생명과학 솔루션 업체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지 않아 이름은 낯설지만, 세계 연구실에선 익숙한 공급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가 파는 시약은 주로 단백질과 항체다. 신약을 개발하거나 질병을 연구할 때는 세포를 키우고 특정 물질이 몸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바이오테크네는 보유 카탈로그만 단백질 6000종, 항체 42만 5000종에 이르고, 제품 전체로는 50만 종이 넘는다.
회사는 연구 장비 사업도 갖추고 있다. 단백질을 정밀하게 측정·분석하는 자동화 기기를 공급한다. 고객층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핵심이고, 대학 연구실과 병원 진단검사실도 주요 고객이다.
'2년 전이라면 못 샀다'…침체기 노린 베팅
이번 인수는 지난달 취임한 카이 베크만 머크 CEO의 첫 대형 인수다. 베크만 CEO는 인수 배경에 대해 "2년 전이었다면 이런 가격에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신약 연구 수요가 폭발하면서 연구용 시약·장비 회사들의 몸값도 한껏 뛰었고, 그 열기는 한동안 식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생명과학 솔루션 시장이 침체에 빠졌고, 바이오테크네 몸값도 그만큼 내려왔다. 머크가 지금을 매수 적기로 본 이유다.
머크는 이번 인수로 생명과학 부문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머크 생명과학 부문이 직접 딜을 주도했으며, 특히 세포·유전자 치료와 첨단 생물학 연구 영역에서 입지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테크네가 가진 방대한 단백질·항체 포트폴리오를 더하면 신약 개발사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용 시약·장비를 한층 폭넓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머크의 움직임은 글로벌 생명과학 장비 기업들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생명과학 도구 기업 분야 강자인 써모피셔(Thermo Fisher Scientific)와 다나허(Danaher)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들도 최근 1년 새 수십억달러 규모 인수를 잇따라 단행했다. 바이오 업계 자금난이 이어지며 생명과학 솔루션 시장이 가라앉은 가운데, 덩치 큰 기업들이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더 키우는 흐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