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에 14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온 HBM 시장을 정조준한 승부수로 읽힌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HBM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메모리 3사가 일제히 증설 경쟁에 뛰어들면서 2028년 이후 차세대 HBM 시장 주도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신규 제조동 기공식을 열고 확장 공사에 착수했다. 총 투자 규모는 1조5000억엔(약 14조2000억원)이다. 신규 제조동에서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과 차세대 D램을 생산하며 2028년 여름부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업계는 HBM4E 이후 세대까지 겨냥한 생산기지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투자는 AI 메모리 공급난을 겨냥한 선제 증설 카드다. 마이크론은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최첨단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며, 지난 1월에는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1000억달러 규모의 메가 팹 착공에도 들어갔다. 미국과 일본을 양축으로 첨단 메모리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하는 전략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공식에서 "AI의 심장인 메모리 기술의 첫 HBM 웨이퍼가 바로 히로시마에서 만들어졌다"며 "미국의 대담함과 일본의 장인정신이 만나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투자에 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최근 국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차세대 HBM 생산 기반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서남권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팹과 첨단 패키징 투자를 추진 중이다. HBM4E 이후 시장을 겨냥한 선제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3사의 경쟁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부활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건설비의 3분의 1 수준인 최대 5000억엔을 지원키로 했다. 연구개발 지원까지 포함하면 일본 정부가 마이크론에 지원하는 금액은 약 7750억엔에 달한다. 일본 내 유일한 D램 생산 거점인 마이크론을 발판으로 첨단 메모리 공급망을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마이크론에 대한 지원은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며 "해외 반도체 기업이 일본에 투자한다면 정부는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로시마 공장은 마이크론이 2013년 파산한 일본 D램 업체 엘피다를 인수하며 확보한 생산 거점이다. 일본은 소재·장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완제품 반도체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상당 부분 잃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41년까지 반도체·AI 분야에 101조6000억엔 규모의 민관 투자를 추진 중이다. TSMC 구마모토 공장 유치와 라피더스의 2나노 공정 개발에 이어 마이크론의 첨단 메모리 투자까지 확보하면서 반도체 공급망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회의에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장급 경영진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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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는 권역별 반도체 사업 추진을 위한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세제 지원, 인허가 절차 단축 등 후속 지원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이 투자하기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청와대에 전담 조직을 두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묶어 3대 메가프로젝트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반도체 기업의 투자와 실적 개선으로 늘어난 세수를 다시 정부 주도 프로젝트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인 만큼, 실제 세수 규모·기금 조성 방식·재원 배분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