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는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차별화된 기술력,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K뷰티 브랜드들이 있다. 이에 K뷰티 흥행 주역들을 직접 만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 시장을 압도할 수 있는 비결을 생생히 들어본다. [편집자]
'아로마테라피'는 이제 우리에게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베개맡에 라벤더 향의 오일을 떨어뜨린다. 누군가는 지친 오후 손목에 페퍼민트 오일을 바르기도 한다.
이런 아로마테라피는 프랑스와 호주 등 서구권에서 발전한 문화다. 이 서구식 아로마테라피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23년간 천연 에센스 오일로 만든 화장품을 선보여 온 아로마티카다.
아로마티카는 아로마테라피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화장품에 담아내는 K뷰티 브랜드다. 최근에는 서울 북촌에 '아로마티카 북촌'을 열고 'K아로마테라피'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아로마티카 북촌에서 아로마티카 에센셜팀의 아로마테라피스트 김소연 시니어 매니저와 조향사 김지희 매니저를 만나 아로마티카가 그리는 K아로마테라피에 대해 들어봤다.
합성향 대신 천연향을
아로마티카는 김영균 대표가 2004년 설립한 '클린 뷰티' 브랜드다. 김 대표가 아로마티카를 만든 계기는 호주에서 경험한 아로마테라피 문화였다. 호주에서는 몸이 아플 때 약을 대신해 에센셜 오일이나 허브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소연 매니저는 "김 대표가 아로마테라피를 접하면서 일상에서 쓰는 화장품과 생활용품에 합성향과 유해 성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내 아이들과 가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로마티카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아로마티카의 창립 초기에는 제품을 만드는 것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국내 ODM 업체에 제조를 맡기려 했지만 당시에는 천연 에센셜 오일을 다뤄 본 곳이 거의 없었다. 에센셜 오일이 불안정하다 보니 화장품으로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아로마티카는 결국 직접 장비를 마련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현재도 아로마티카는 경기도 오산에 자체 공장과 연구소를 두고 있다.
아로마티카는 지금도 창립 초기와 마찬가지로 전 제품에 천연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김소연 매니저는 "많은 브랜드들이 사용하고 있는 합성향은 체내에서 호르몬 교란 물질로 작용해 두통이나 울렁거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반면 천연향은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일상에서도 아로마테라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로마티카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매니저는 천연 에센셜 오일을 쓰는 아로마테라피의 본질을 '식물의 방어 메커니즘'에서 찾는다. 그는 "식물은 한 번 땅에 뿌리를 내리면 움직일 수 없다"며 "벌레가 찾아오거나 사람에게 짓밟히는 모든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만드는 2차 대사 산물이 에센셜 오일"이라고 강조했다. 로즈마리를 손으로 훑었을 때 좋은 향이 퍼지는 것 역시 로즈마리가 자신을 지키려고 향기 분자를 내뿜어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식물의 방어력을 사람 몸의 균형을 맞추는 데 활용하는 게 아로마테라피다. 단순히 향을 맡는 것뿐 아니라 직접 바르거나 마사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김소연 매니저는 "프랑스에서는 약국에서 에센셜 오일을 판매하고 의사들이 아로마 클리닉을 운영한다"면서 "의학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치유법"이라고 말했다.
천연향 고집
하지만 천연 에센셜 오일만 고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로마티카에서 조향을 담당하는 김지희 매니저는 "천연 에센셜 오일은 지속력이 떨어진다"며 "프루티한 향, 머스크 등 천연 에센셜 오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향들도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향의 지속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원료들도 대부분 합성 원료다. 아로마티카는 이런 합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 제조에 제약이 많다.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는 것 역시 까다롭다. 김지희 매니저는 "같은 땅, 같은 농장에서 자란 에센셜 오일도 수확 시기마다 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수확 시기와 날씨에 따라 향이 달라진다. 배추도 같은 농장에서 재배해도 맛이 조금씩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떤 화장품으로 만드는지도 변수로 작용한다. 같은 향의 에센셜 오일을 넣어도 제형에 따라 전혀 다른 향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지희 매니저는 "바디워시의 경우 따뜻한 물로 샤워할 때 사용하기 때문에 수증기를 통해 향이 전달된다"면서 "반면 오일이나 크림은 물기 없는 상태에서 바르기 때문에 느껴지는 향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같은 '로즈마리' 라인 제품이라 하더라도 제형마다 처방을 다르게 짜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어려움 끝에 나온 제품은 최근 출시한 롤온 타입 3종이다. 아로마티카는 이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약 3년이 걸렸다. 제품 개발에 참여한 김지희 매니저가 가장 애착을 갖는 제품이기도 하다. 김지희 매니저는 "제품 콘셉트가 계속 바뀌면서 처방을 엎고 또 엎었다"며 "신규 에센셜 오일까지 들여와 새롭게 적용하다 보니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아로마티카의 간판 제품인 로즈마리 라인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초록색 뚜껑 샴푸'로 유명한 이 제품은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아마존에서는 올해 초 K헤어케어 키워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로즈마리 라인 등이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면서 아로마티카의 해외 매출도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아로마티카의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6%다.
북촌에서 만나는 K아로마테라피
해외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아로마티카는 국내에서도 K아로마테라피 확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서울 북촌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 '아로마티카 북촌'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북촌을 찾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K아로마테라피를 알리기 위한 거점으로 마련됐다. 아로마티카는 이곳에서 국내 자생 식물을 활용한 제품과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김소연 매니저는 "에센셜 오일은 서구 중심으로 발전한 문화지만 한국에도 좋은 식물이 많다"면서 "아로마티카 북촌은 국내 자생 식물과 한국의 향약 문화를 현대 아로마테라피로 재해석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로마티카가 북촌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시대 제생원과 혜민서가 있던 이곳은 우리나라 약초로 병을 치료하던 '향약'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김소연 매니저는 "전통 향약의 지혜를 현대 아로마테라피로 확장하는 거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로마티카가 K아로마테라피를 위해 가장 집중하는 건 '국산 원료' 확보다. 최근 아로마티카는 아로마티카 북촌을 통해 경남 사천의 편백나무를 활용한 오일을 선보였다. 이 제품에는 경남 사천에서 1970년대에 심은 편백나무를 사용한다. 아로마티카는 숲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솎아내는 과정에서 나온 나무를 활용해 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국산 원료의 강점은 '향'에 있다. 나무를 베어낸 뒤 그날 바로 증류해 오일을 추출하기 때문에 향이 날아가지 않아서다. 김지희 매니저는 "일본에서 온 편백(히노키) 원료는 보통 일주일 이상 방치한 뒤 유통하기 때문에 그 사이 향이 많이 손실된다"고 설명했다.
아로마티카는 국산 원료 사용을 더 늘리고 있다. 최근 출시한 PDRN 헤어 세럼에는 국산 소나무와 측백나무 추출물이 담겼다. 조만간 출시될 예정인 여성청결제에는 국내 자생 생달나무 추출물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런 국산 원료 사용을 위해 아로마티카는 최근 전남 산림자원연구소와 MOU도 맺었다. 김지희 매니저는 "보통 에센셜 오일이 서구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도 좋은 원료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국내 원료로 만든 제품을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에게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로마테라피를 일상으로
아로마티카의 최종 목표는 아로마테라피의 대중화다. 현재 아로마티카는 본사에서 4주 과정의 아로마테라피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에센셜 오일의 역사부터 품질 기준, 효능 등을 소개하고 룸 스프레이, 향수, 바디오일을 직접 만들어 보는 수업이다.
실제로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김소연 매니저는 "한 아로마티카 주주도 아로마티카의 브랜드를 체험해보고 싶다며 워크숍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면서 "워크숍 후 '아로마테라피가 내 인생의 한 축이 됐다'는 후기를 남긴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아로마티카는 다음달 아로마티카 북촌에서 동양의 식물과 향을 주제로 한 조향 클래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아로마테라피 아카데미와 자격증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일반인들이 아로마테라피를 더 깊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국내 아로마테라피 시장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김소연 매니저는 "아로마티카가 지향하는 아로마테라피는 단순히 좋은 향을 넘어 식물의 유효 성분과 기능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문화"라며 "두피와 피부는 물론 심리적 안정과 일상의 균형을 돕는 식물 치유 경험을 일상 가까이에서 제안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K뷰티를 넘어 K웰니스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서 "국내 자생 식물로 만든 진정한 K아로마테라피를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지희 매니저 역시 "한국의 식물 자원과 향약 문화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웰니스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