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적자를 이어온 G마켓이 연간 7000억원 규모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동안 진행해 온 '허리띠 졸라매기'식 비용 효율화 전략에서 벗어나 시장 점유율과 거래액(GMV)을 끌어올리는 성장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쿠팡과 네이버가 양강 체제를 구축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잃어버린 고객과 셀러를 되찾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신세계 만난 뒤 '휘청'
G마켓은 한때 국내 오픈마켓을 대표하는 플랫폼이었다. 4년 전만 해도 G마켓 단독 거래액은 20조원을 넘겼다. 오픈마켓 특성상 물류 투자 부담이 적고 광고와 판매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를 갖춰 안정적인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후 시장 환경은 급변했다. 쿠팡이 로켓배송과 와우멤버십을 앞세워 고객을 빠르게 흡수했고,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대했다. 여기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가세하면서 G마켓의 거래액은 계속 감소했다. 현재는 G마켓과 옥션, SSG닷컴을 합친 거래액이 약 20조원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악화했다. G마켓의 매출은 2023년 1조1966억원에서 2024년 9612억원, 지난해 740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320억원에서 674억원, 1224억원으로 확대됐다. 순손실도 110억원에서 527억원, 1142억원으로 늘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연간 GMV 약 50조원)과 네이버(약 40조원)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마켓은 비용을 줄여 단기 실적을 개선하기보다 거래액을 먼저 회복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목표는 거래액 확대
G마켓은 올해부터 셀러 지원과 고객 혜택, AI 고도화 등에 연간 7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투자 규모는 셀러 지원 5000억원, 고객 혜택 및 무료반품 등 프로모션 1000억원, AI 검색·추천 고도화 1000억원 등이다. 이번 투자는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JV) 출범 이후 제시한 '5년 내 거래액 40조원 달성'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다.
최근 수년간 G마켓의 가장 큰 고민은 영업손실보다 거래액 감소였다. 거래액이 줄어들면 셀러가 이탈하고, 상품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다시 고객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에 G마켓은 투자금의 70% 이상을 셀러 지원에 집중했다. 판매 지원금과 프로모션을 확대해 더 많은 상품을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 유입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셀러 지원책도 대폭 강화했다. 빅스마일데이 등 대형 프로모션에서는 고객 할인 비용을 G마켓이 전액 부담하고 할인쿠폰에 부과되던 별도 수수료도 폐지했다. 신규·중소 셀러 육성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셀러 입장에서도 JV는 새로운 성장 기회다.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동남아시아 '라자다'와 유럽·북미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활용해 수출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 셀러들은 G마켓 입점만으로 해외 시장에 쉽고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알리바바 물류 계열사 '카이니아오'의 글로벌 물류망을 활용해 국제 배송과 통관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해외 물류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G마켓 글로벌 판매 프로그램에는 1만7000여 개 국내 셀러가 참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라자다를 통한 거래액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102% 증가했다. 최근 한 달 거래액도 전월 대비 232% 늘었다. G마켓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유럽과 남미, 서남아시아 등으로 역직구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AI 투자도 거래액 확대를 위한 핵심 축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확보해도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지 못하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G마켓은 AI 검색과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노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랜 기간 운영된 플랫폼인 만큼 누적된 시스템을 정비하고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내부 체질 개선이 마무리되는 내년쯤에는 대대적인 리브랜딩도 검토하고 있다.
떠난 고객 되찾기
셀러 확보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면 다음 과제는 '모객'이다. 좋은 상품을 매대에 가득 채운 뒤 이를 고객에게 알리는 '전단지'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G마켓은 배송과 멤버십, 마케팅을 고객 락인(lock-in)의 핵심 축으로 삼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G마켓은 동탄 풀필먼트센터를 기반으로 한 일반 스타배송에 더해 지난해 말부터 판매자 스타배송을 확대했다. 자체 물류센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물류망을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한 핵심인 멤버십도 손질했다. 과거 신세계 유니버스가 여러 계열사 혜택을 묶은 구조였다면, 새롭게 도입한 '꼭 멤버십'은 적립 혜택을 강화해 고객 체감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네이버처럼 구매 금액에 따른 리워드가 직관적으로 보이도록 설계했다.
내달부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월 3회 무료반품 서비스도 시행한다. 스타배송 상품에 대해 단순 변심으로 반품하더라도 반품 배송비를 G마켓이 전액 부담한다. 쿠팡이 와우멤버십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한 전략을 벤치마킹한 셈이다.
마케팅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해 9월부터 약 5개월간 'G락페(질러락 페스티벌)' 광고 시리즈를 선보였다. 총 36편의 광고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2억회를 돌파했다. 배우 박성웅과 장혁을 앞세운 빅스마일데이 패러디 광고도 누적 조회수 5580만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단순한 브랜드 홍보를 넘어 플랫폼을 떠난 고객들에게 G마켓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투자 효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G마켓의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고객 1인당 평균 객단가는 12%, 직접 방문 거래액은 5%, 구매전환율은 14% 늘었다. 셀러 생태계도 회복세다. 지난 7월 1일 기준 G마켓 셀러는 66만명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월 매출 5000만원 이상을 올리는 수익형 셀러도 6% 늘었다. 글로벌 역직구 거래액 역시 지난해 하반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만 거래액 반등이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셀러 지원 확대와 무료반품, 공격적인 마케팅은 단기적으로 비용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결국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거래액과 고객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이번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G마켓 관계자는 "지금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거래액과 고객 기반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오픈마켓의 경쟁력은 결국 좋은 셀러와 다양한 상품에서 나오는 만큼 셀러와 고객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투자를 지속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