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가 폐지된 홈플러스가 결국 운영자금 고갈로 전국 대형마트의 문을 닫았다. 파산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유통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본사와 전국 67개 대형마트 점포의 영업을 지난 13일부터 임시 중단했다. 올해 5월 영업을 멈춘 37개 점포에 이어 남아 있던 핵심 점포까지 사실상 문을 닫은 것이다.
오는 20일까지 긴급운영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삼성그룹에서 출발해 국내 대형마트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홈플러스가 출범 2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홈플러스 측은 "운영자금이 모두 고갈돼 상품 대금은 물론 전기와 수도 등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안과 안전 유지를 위해 본사와 대형마트 매장 모두 임시휴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전국 2곳의 홈플러스 물류센터와 배송 차량이 멈추면서 각 매장 물품 공급이끊겼다는 전언이 나온다. 공과금을 장기 미납한 일부 점포에는 오는 16일부터 단전과 단수까지 예고돼 영업 중단이 불가피했는 관측도 있다.
전국 매장에서는 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오전 10시께 휴업을 공식 발표했지만, 상당수 직원은 이를 전달받지 못한 채 정상 출근했다가 현장에서 휴업 통보를 받았다. 일부 점포에서는 출근한 직원들이 매장 문을 열었다가 뒤늦게 본사 지침을 확인하고 쇼핑카트로 출입구를 막는 혼란스러운 상황도 연출됐다.
휴업 사실을 모르고 매장을 찾았던 고객들도 "전 점포가 셧다운되어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홈플러스 매장 내 입점한 소상공인과 중소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입점업체가 원할 경우 쇼핑몰 영업은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핵심 시설인 마트가 가동을 완전히 멈춘 데다 당장 16일부터는 일부 점포의 단전·단수까지 예고돼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한 처지다.
입점 상인들은 매출 증발은 물론, 이미 확보해 둔 식자재와 상품 재고를 폐기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홈플러스 부도로 인해 보증금이나 환급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팽배해졌다. 마트 내 약국, 푸드코트, 패션 매장 등 입점 상인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산 위기를 막기 위한 홈플러스 노동자들과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막판 면담마저 최종 불발되면서 홈플러스의 마지막 희망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14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예정되어 있던 김광일 MBK 부회장과의 긴급 담판 면담이 전격 취소됐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MBK 측으로부터 면담이 불가하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당초 노조는 지난 10일 MBK 본사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끝에 이날 김 부회장과의 면담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노조는 이번 면담에서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2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 방안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강하게 요구할 계획이었으나, 사측의 거부로 대화의 문이 닫히고 말았다. 마지막 보루였던 노사 간 담판이 어긋남에 따라, 노조는 조만간 MBK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 투쟁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