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스타벅스에서는 '굿즈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여름을 알리는 스벅의 대표 행사 '서머 프리퀀시' 때문인데요. 원하는 가방을 받기 위해 오픈런을 불사했던 '레디백 대란'이나, 라코스테 가방·폴딩체어 같은 인기 굿즈를 차지하려 첫날부터 음료 17잔을 한 번에 주문하는 모습은 여름철 스타벅스의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스타벅스의 여름은 낯설 만큼 조용합니다. 매장을 가득 채워야 할 여름 굿즈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신 돌아온 건 '무료 커피 쿠폰'입니다. 매년 수많은 충성 고객을 줄 세우던 최고의 마케팅을 내려놓고 스타벅스가 돌연 '공짜 커피'를 뿌리기 시작한 속사정은 무엇일까요.
무료로 드세요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8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서머 쿠폰 2종을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전원에게 지급했습니다. 기존 회원은 쿠폰을 일괄 지급받았고 이달 31일까지 가입하는 신규 회원도 가입 다음 날부터 순차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쿠폰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꽤 파격적인데요. 인기 제조 음료(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바닐라라떼 중 택1) 무료 쿠폰 1장과 푸드 30% 할인 쿠폰으로 구성됐습니다. 스타벅스가 계절 행사나 신제품 출시를 맞아 1+1 쿠폰이나 사이즈업 쿠폰 등을 제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조건 없이 무료 음료 쿠폰을 지급한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스타벅스 측은 "올해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여름 휴가철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회원 맞춤형 혜택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서머 프리퀀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시기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행사 시작을 알리는 알람도, 굿즈 라인업 소개도 없었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올해 서머 프리퀀시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며 잠정보류 상태"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여름 프리퀀시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상 스타벅스의 여름 프리퀀시가 5월에서 7월 사이에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7월 중순을 향해가는 지금 시점에서 행사를 기습적으로 재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탱크데이 후폭풍
스타벅스의 여름 풍경이 달라진 배경에는 지난 5월 불거진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의 여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수장까지 교체되는 부침을 겪은 스타벅스로서는 현 시점에 굿즈 마케팅을 강행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서머 프리퀀시는 스타벅스를 대표하는 고객 록인(Lock-in) 마케팅입니다. 미션 음료를 포함해 제조 음료 17잔을 구매하면 한정판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굿즈를 모으기 위해 고객들이 매장에 반복적으로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과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스타벅스의 대표적인 흥행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브랜드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예년처럼 굿즈 열풍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충성 고객을 대상으로 소비를 유도하기보다 떠난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오는 것이 더 시급해졌다고 판단한겁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든 정황은 각종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스타벅스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약 706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논란 직전인 5월보다 약 113만명 감소했습니다.
결제 규모도 눈에 띄게 줄었는데요. 6월 스타벅스의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금액은 1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5월보다 약 208억원, 4월과 비교하면 약 339억원 감소했습니다.
결국 이번 무료 쿠폰은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스타벅스의 승부수인 셈입니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고객 회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충성 고객이 단순한 매출을 넘어 회사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인데요.
특히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카드에 미리 충전해 두는 선불충전금 잔액은 2025년 말 기준 4275억원에 달합니다. 웬만한 지방은행이나 중소형 저축은행의 예수금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 구조인 셈입니다. 따라서 고객 이탈이 장기화될 경우 음료 판매 감소에 그치지 않고 선불충전금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재 스타벅스가 비워둔 여름 굿즈 마케팅의 자리는 경쟁 브랜드들이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1위 사업자의 독주에 숨죽였던 경쟁사들은 저마다 화려한 여름 굿즈와 맞춤형 할인 프로모션을 쏟아내며 스타벅스 이탈 고객들을 무섭게 흡수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무료 커피 쿠폰 1500만장은 단순한 판촉 행사가 아닙니다. 굿즈 열풍을 이끌던 스타벅스가 이제는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절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선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