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보기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홈플러스 고객이 일부 이탈하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단순히 이들 고객을 흡수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빠져나간 소비까지 되돌리기 위한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할인 행사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상시 저가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우리만큼 저렴해?"
최근 대형마트의 경쟁 방식은 '행사 중심'에서 '원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특정 기간에만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는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평소 판매가격 자체를 낮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할인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구매 체계를 하나로 묶는 '통합 매입 전략'을 비장의 카드로 꺼내들었다.
일례로 이마트는 트레이더스와 에브리데이를, 롯데마트는 마트와 슈퍼를 연계해 통합 소싱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공동 구매를 기반으로 매입 물량을 늘리는 대신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은 판매 가격에 곧바로 반영해 소비자가 상시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상품 품질 개선 등에 활용하고 있다. 가격과 상품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통합 매입은 자체 브랜드(PB)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PB는 중간에 낀 유통 단계를 줄이고 기획부터 생산까지 직접 관여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상품군으로 꼽힌다. 대형마트들은 통합 구매를 기반으로 생산 물량을 늘리면서 제조 단가를 낮추고,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PB 상품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상품 전략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자체 PB인 '오늘좋은'을 통해 1000원 미만 식재료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숙주나물과 순두부를 각각 980원, 680원에 출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두부와 콩나물의 가격을 기존 1000원에서 980원으로 낮췄다. 사전에 설정한 목표 판매가격에 맞춰 상품 규격과 원재료, 제조 파트너사를 결정하고 자체 마진을 최소화하는 '역설계 방식'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역시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부터 초저가 PB '5K 프라이스'를 운영하며 가격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340여 개 상품 가격이 대부분 5000원 이하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늘어나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 상품을 통해 합리적인 장보기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인 가구는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소비 성향이 강하다.와야 할 이유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PB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대형마트의 운영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할인점과 SSM이 각각 다른 상품 구성과 발주 체계를 운영해 구매 규모를 극대화하기 어려웠다. 점포 형태와 고객층이 달라 상품 기획과 물류 시스템도 별도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소비자는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끼리 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 모바일에서 여러 유통채널의 가격을 동시에 확인하고 배송비와 할인 혜택까지 비교하는 소비가 일상화됐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업체 역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절감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홈플러스의 점포 축소 역시 대형마트들의 전략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고객은 인근 대형마트로 이동했지만 상당수는 이미 이커머스로 장보기 습관을 바꿨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쟁사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이동한 소비를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신선식품 경쟁력과 오프라인 매장만의 체험 요소를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산지 직거래를 확대해 신선도를 높이고 매장 내 델리 코너를 확대하는 등 온라인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차별화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쇼핑 경험까지 더해야만 매장 방문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가격만으로는 시장 판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커머스는 빠른 배송과 편의성을, 창고형 할인점은 대용량 상품과 높은 가성비를 앞세우며 대형마트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결국 대형마트는 가격뿐 아니라 신선식품 품질, PB 경쟁력, 편리한 쇼핑, 오프라인 체험 가치까지 종합적으로 강화해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이 가격 비교의 기준이 된 상황에서 일시적인 할인만으로는 소비자 발길을 붙잡기 어렵다"며 "통합 매입과 PB 확대는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의 일환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품 기획부터 생산, 물류까지 운영 전반의 효율을 높여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