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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외국인 놀이터'가 되다…새 '관광 거점'으로 급부상

  • 2026.07.14(화) 16:52

'중국 단체 관광'에서 '개별 자유여행객'으로 재편
명품 쇼핑 넘어 K패션·뷰티·미식까지 소비 확산
단순 쇼핑 목적이 아닌, 한국 문화 체험의 장으로

그래픽=비즈워치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면세점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관광버스에 오르던 풍경은 이제 추억 속 풍경이 됐다. 글로벌 MZ세대 중심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명동과 강남, 여의도 일대 백화점을 찾아 K패션을 둘러보고, 디저트를 맛보고, K팝 팝업을 즐기는 것이 새로운 여행 코스가 됐다.

상반기에만 1.7조 돌파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나란히 역대 최대 외국인 매출을 기록했다. 세 곳의 외국인 매출을 합치면 약 1조7200억원에 달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3사 모두 올해 처음으로 연간 외국인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은 올 상반기 외국인 매출 6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7348억원)의 87%를 단 반년 만에 채운 셈이다. 2분기 들어 매월 최대 월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이달 중 지난해 연간 실적을 돌파했다. 빠르면 3분기 중 업계 최초로 외국인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상반기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증가한 5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약 6500억원)의 90%에 달하는 수치다. 아울렛이나 복합쇼핑몰을 제외한 순수 백화점 단독 매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백화점도 상반기 외국인 매출 약 5000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첫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이번 실적의 의미는 매출 규모보다 체질 변화에 있다. 특정 국가와 상품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 국적과 소비 품목이 모두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외국인 쇼핑은 중국 단체관광객이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별 자유여행객(FIT)이 새로운 큰 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9년 신세계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의 77.5%를 차지했던 중국인 비중은 올 상반기 48.5%를 기록하며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미국인 비중은 1.1%에서 19.1%로 급증했다. 동남아 등 기타 아시아 국가 비중도 4.4%에서 14.9%로 확대됐다.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명품 구매가 외국인 쇼핑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명품뿐만 아니라 K패션과 K뷰티, 식음료(F&B) 등으로 소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명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던 외국인들이 한국 브랜드와 미식까지 함께 경험하는 소비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2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패션은 110%, 여성패션은 89.4%, 화장품은 87.3%, 식음료는 62.9% 늘며 주요 카테고리 전반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 역시 명품 매출이 130% 늘었고 패션 상품군은 135% 증가했다.

쇼핑 넘어 관광 코스로

백화점들이 외국인 고객을 끌어모으는 비결은 쇼핑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서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K패션과 K뷰티, 미식, 팝업스토어를 결합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콘텐츠를 강화했다. 백화점들은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를 확대해 백화점을 여행 일정에 포함되는 관광 거점으로 키웠다.

이런 전략은 달라진 관광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했다. 과거 단체관광객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면세점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젊은층 중심의 자유여행객이 늘면서 여행 과정에서 새로운 브랜드와 현지 문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커졌다. '무엇을 싸게 사느냐'보다 '한국에서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소비를 결정하는 요소로 떠올랐다는 이야기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외국인 고객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사진=신세계

외국인들의 관심사가 달라지자 백화점들도 이에 발맞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명동 상권과 초대형 미디어파사드 '신세계스퀘어'를 연계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본점 방문객 3명 가운데 1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인기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크루즈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외국인 매출이 230%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를 앞세워 글로벌 MZ세대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곳은 전체 매출의 약 70%를 외국인이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K패션 쇼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연매출 2조원 규모의 본점에서도 외국인 매출 비중은 30%에 달한다.

더현대 서울도 외국인 고객 비중이 20%를 웃돈다.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134% 증가했다. 글로벌 MZ세대를 타깃으로 트렌디한 K팝, K뷰티, K푸드 팝업스토어를 다양하게 선보인 전략이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한국의 맛집과 팝업스토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찾아오는 젊은 외국인들에게 백화점은 가장 쾌적하게 트렌디한 한국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됐다"라면서 "주변 관광 인프라와의 연계, 외국인 전용 결제·환급 서비스 등이 더해지면서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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