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계를 강타한 글로벌 경제 위기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강한 한파 속에서도 꿋꿋히 버티며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있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그룹 기업군을 선정, 올해 상반기 성적표를 심층 분석했다. [편집자]
변화를 선택했던 한화그룹이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다. 석유화학 중심에서 벗어나 태양광 위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선택한 한화솔루션의 약진이 돋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도 높은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올해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이 적자를 이어가며 발목을 잡았다. 회사는 단기 자금 마련보다 기술개발과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심에 선 '태양광'
5일 비즈워치가 집계한 한화그룹 비금융 상장 계열사 4곳(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한화오션, 영업이익 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451억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한화그룹 실적을 이끈 계열사는 한화솔루션이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46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 기간 매출 역시 6.3% 늘어나며 6조49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화솔루션의 중심축이 석유화학 사업에서 태양광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한화큐셀)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핵심 사업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올해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미국 정부가 태양광 설치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화큐셀이 주력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태양광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여기에 더해 미국에서 직접 생산한 태양광 부품에 대한 세액공제도 제공하면서 수익성이 더 개선됐다. 실제 한화솔루션은 올해 1·2분기에 각각 230억원, 279억원의 세액공제분을 실적에 반영했다.
한화큐셀은 올해 1분기까지 3개분기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2분기엔 실적이 주춤했다. 원재료인 웨이퍼 가격이 올랐지만 태양광 모듈은 수요가 둔화하면서 판매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웨이퍼 역시 지난 6월부터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원재료 구매 가격은 보통 실적에 늦게 반영되기 때문에 당장 2분기엔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게 한화솔루션 측 설명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태양광 전 밸류체인의 가격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에 있는 상황이다"며 "특히 지난 6월 스프레드(웨이퍼와 모듈 가격 차이)가 줄어든 탓에 2분기 실적이 저조했다"고 분석했다.
'폭풍성장'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의 자체사업 부문도 선전했다. ㈜한화는 별도 기준 지난해 상반기(464억원)보다 93.8% 증가한 8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기간 매출은 3조385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117.3%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한화건설을 합병하고,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넘기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단행한 덕분이다.
특히 지난해 ㈜한화에 합병된 건설 부문이 수익성 개선에 큰 힘이 됐다. ㈜한화 건설 부문은 5000억원 규모 고양 삼성 대규모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여수 화학플랜트 등 3100억원 상반기 기준 수주 규모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화는 올해 말 기준 건설 부문 수주잔고가 전년 대비 5000억원 증가한 15조4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3조7249억원, 영업이익 31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131.9% 늘어난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상반기 호실적은 지난해 체결한 대규모 수출계약이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8월 폴란드와 약 8조원 규모의 K9 자주포(3조2000억원)·천무(5조원) 수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각각 K9 24문씩 납품을 완료했다.
무기 수출 확대에 힘입어 수주 잔고도 넉넉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이 회사의 수주잔고는 19조4667억원이다.
바다서 미래 찾을까
향후 한화그룹의 실적은 한화오션의 수익성 개선에 달렸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22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영업손실 5696억원)에 비해 적자 폭을 3000억원 이상 줄였지만, 아직 그룹 내 아픈손가락이다. 매출은 늘고 있어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한화오션의 매출은 3조26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났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수주 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적자 폭을 줄여나갔지만, 2분기엔 다시 손실이 확대됐다. 수익성 둔화엔 가공비와 외주비 상승, 인수 이후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오션은 현재보다 미래를 선택했다. 단기 재무유동성 확보보다 미래를 위한 시설·연구개발에 자금력을 집중하고, 미래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말 유상증자로 확보한 2조원을 모두 사업 투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초격차 방산 솔루션(9000억원), 친환경·디지털 선박(6000억원), 스마트야드(3000억원), 해상풍력 토탈 솔루션(200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