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중심으로 방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거제조선소 인근 중소 장비업체 1000여곳에 MRO(유지·보수·운영) 부품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한화 거제조선소 중심 방산 생태계 구축
한화의 거제 방산 생태계 전략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국방위) 주관으로 열린 '한미 방산협력 현주소와 발전방향 포럼'에서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동맹이 강화되는 가운데 MRO 사업 방향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김대식 한화오션 특수선 MRO 사업 TF장(상무)은 "거제조선소 기준 50km 이내에 위치한 부산·경남지역 1000여개의 장비 자재 공급사와 손잡고 MRO 부품을 생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계통합업체(거제조선소) 중심의 방산 기자재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며 국화와 경상남도의 도움을 요청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군수지원함과 급유함의 MRO 사업을 수주, 미국 MRO 시장을 개척했다. MRO에 필요한 부품을 부산·경남 지역 중소 조선소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엔지니어의 원격 지원도 논의하고 있다. 김 상무는 "각국에 나가있는 한화의 우수한 엔지니어들을 화상으로 연결해 MRO 이후 운영상 어려움이 있는 함정에 대해 애프터서비스를 원격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허가·통관 처리 간소화 필요"
한화시스템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을 접목해 MRO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단 계획이다.
CBM+(상태 기반 정비 예측 정비 기능을 추가한 고도화된 정비 전략)를 통해 무기체계의 상태 데이터를 분석해 부품의 잔여 수명을 예측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TOMMS(MRO 표준 플랫폼)를 활용해 군 장비의 유지·보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초지능형 AI 군수 참모 시스템을 통해 고장 예측과 신속 대응으로 군수 지원과 작전 운용 능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날 김진겸 한화시스템 MRO 팀장은 "운용유지 단계의 정비 실적이 방산업체에 데이터로 공유돼야 수만 종류의 부품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가능하다"며 "수출 허가와 통관 처리 간소화가 있어야 K-방산의 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건의했다.
한화그룹 총수도 방산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등기 임원으로 신규 위촉됐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름을 올린 건 처음이다. 한화그룹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부문의 중간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미 신정부 출범 등 대외 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김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KAI, 훈련기 T-50 미국 등 동맹국 확장
KAI는 미군의 하늘을 노린다. 주력 훈련기 T-50을 통해 미국 내 MRO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한미가 공동 개발한 T-50은 미 해군의 차세대 훈련 체계(UJTS)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강화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그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KAI는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으로 시장을 확장한다.
다만 KAI는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규정에 따라 T-50 주요 부품의 65% 이상을 미국산으로 채워야 한다. KAI는 미국 내 생산 기지를 설립하거나 현지 협력업체와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안혁주 KAI 미주수출팀장은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트럼프 재선으로 인해 강화될 미 군사훈련 수요와 연계해 글로벌 MRO 시장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 확장 가능성 무궁무진"
방산 빅 3가 주도하는 MRO 사업은 단순 정비를 넘어 한미 동맹의 전략적 확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유용원 국방위원은 "한미 동맹의 핵심 분야인 방산 협력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전투 장비에 대한 국내 방산업체들의 MRO 사업 참여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방산 회복력 강화를 위해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인·태 지역 산업 회복력 파트너십(PIPIR)에 적극 참여해 방산 분야에서 공동의 이익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