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산업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공약은 단연 '주 4일 근무'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길기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근로시간을 조정하겠다는 거다.
경제계는 이에 난색을 표한다. 기업의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아질 거란 이유에서다. 아울러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인건비를 보전 해주는 과정에서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근로시간 줄이자는 정치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간 근로시간은 157.6시간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약 20일을 근로한다고 봤을때 매일 7.88시간 일하는 수준이다.
지난 2006년에는 월간 193.4시간을 근무했었는데, 주 52시간 근무(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하루에 8시간 가량 일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도 지나치다는 지적도 많다. OECD 가입 국가보다 1년에 평균 130시간 더 일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일에 메달려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졌고 이는 저출산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에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주 4.5일 근무제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금요일은 오전만 일하는 방식 등을 국가 정책으로 도입하겠다는 거다.
이미 국제 사회에서 주당 근무 일수를 줄이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도 나오고 있는 만큼 이를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게 양 당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아이슬란드는 공공부문의 경우 주4일 근무가 자리잡았고 영국은 지난 2022년부터 일부 기업 들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이를 통해 근로자들의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생산성도 소폭이나마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양 당의 접근은 약간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주간 근로시간 자체를 줄여 장기간 노동을 줄인다는 계획이고 국민의힘은 주 40시간을 5일로 나누는 것이 아닌 4.5일로 나누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한시간 가량 추가로 근로하는 대신 금요일날 오후에 쉬는 개념이다.
근로시간에 대한 접근이 다른 만큼 임금에 대한 차이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시간은 줄이되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근로시간 자체는 동일하기 때문에 임금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난색
산업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도, 국민의힘 공약에도 모두 난색을 표한다. 생산성 향상을 담보하기 어렵거니와 오히려 생산성이 뒤쳐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에는 연구개발(R&D)등이 기업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는데 근로 시간이 줄어든다면 R&D 관련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R&D인력에 대해서는 오히려 근로시간을 늘려달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R&D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우리나라의 근간 산업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임금 보전 등의 논의 확대로 이어져 노사간 갈등을 초래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한주의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근로자들의 임금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사측에서는 이를 보전해달라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지방 소재 한 제조업체 대표는 "지금도 일부 근로자는 추가 근로를 하더라도 통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간 근무시간 축소할 경우 근로자에게 주는 임금 또한 줄어드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근로자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노사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에는 이러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인력 자체를 줄여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를 가속화할 거란 우려도 있다.
이 관계자는 "근로자 한명이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지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 같다면 전체 근로자 수를 줄여야 기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직원을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외국인 노동자 등을 주로 고용하는 등 우리나라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