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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9년만 '빅딜'…'오디오 제국' 건설에 5천억 베팅

  • 2025.05.07(수) 16:31

마시모 오디오 사업 인수…B&W·마란츠 등 일괄 편입
1조 클럽 진입한 하만…수익 효자서 기술 허브로
"AI 중심 전략과는 거리 멀다"…냉정한 시선도 상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가 다시 '빅딜' 스위치를 눌렀다. 9년 전 하만을 품으며 전장·오디오 시장에 발을 들인 후 이번엔 하만을 앞세워 글로벌 명품 오디오 브랜드들을 통째로 사들였다. 인수 대상은 바워스앤윌킨스(Bowers&Wilkins·B&W)·데논(Denon)·마란츠(Marantz) 등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전설'로 통하는 이름들이다. 하만의 실적 반등과 함께 본격화되는 '오디오 제국' 구축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하이엔드 오디오 '새 판' 짠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의료기기 기업 마시모(Masimo)의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원(3억5000만달러)에 사들인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은 지난 2016년 하만을 80억달러(당시 약 9조38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하만 인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 복귀 후 처음으로 직접 주도한 빅딜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2015년 말 전장사업부를 신설, 자동차 전자장치(전장)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고 이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직접 접촉하며 인수합병 후보를 물색했다. 미국 현지 하만 본사를 찾아 경영진과 최종 계약을 맺는 등 인수 과정을 주도한 바 있다.

이번에 하만이 인수하는 브랜드는 글로벌 명품 오디오 정점에 있는 B&W를 비롯해 데논·마란츠·폴크·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이다. B&W는 1966년 설립된 영국 브랜드로, 주력 모델인 '노틸러스'는 한 대당 1억5000만원을 웃도는 고급 제품으로 꼽힌다. 

하만은 올 상반기 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실적 반등과 브랜드 확장을 모두 이룬 하만은 삼성전자의 '두 번째 성장 엔진'이자 전장과 오디오를 아우르는 글로벌 리더로 거듭날 전망이다.

삼성 실적지도 바꾼 하만

하만은 인수 첫 해인 2017년 영업이익 574억원으로 인수 전인 2016년 6800억원보다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이후에도 고전을 거듭하다 2021년 반등에 성공, 실적 반전의 서막을 열었다.

2023년 1조1737억원에 이어 지난해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1조 클럽'에 안착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약 4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의 영업이익(약 2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올 1분기에도 하만은 영업이익 3000억원을 기록하며 VD·DA 사업부와 맞먹는 수준의 실적을 유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8.8%로 VD·DA 사업부(2.1%)의 4배 수준이다. 전사 부문으로 넓혀봐도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1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삼성전자 2025년 1분기 사업부문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실적 성장과 함께 사업 확장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통해 포터블 오디오·무선이어폰·차량용 오디오 등 컨슈머 오디오와 전장 사업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하만은 지난해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고, 헤드셋과 무선이어폰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아울러 디지털 콕핏(디지털화된 운전 공간)과 차량용 오디오 분야 판매도 확대,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신규 영역에서도 수주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하만은 이번에 인수하는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을 자사 라이프스타일 사업부와 통합해, 올해 608억 달러에서 2029년 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목표다.

전장 부문에서도 기존 하만카돈·JBL·뱅앤올룹슨에 더해 B&W 등 럭셔리 브랜드를 추가,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별로 차별화된 음향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사로 퍼지는 시너지…전략 접점 어디까지?

삼성전자가 이번 인수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단순 자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넘어선다. 하만이 보유한 고급 오디오 기술과 튜닝 노하우는 삼성전자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사운드바·패밀리허브 등 주요 제품군 전반에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하만의 AKG, 하만카돈 기술을 바탕으로 갤럭시 시리즈의 음향 품질을 높인 바 있다. 이번에 확보한 명품 오디오의 기술이 삼성전자 제품에 더해지면 애플 등 프리미엄 IT 제품 경쟁서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궁극적으로 삼성전자는 다양한 오디오 기기를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연동해 소비자 경험을 확장, 모바일·가전·전장 전반에 걸쳐 음향 기술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지난 1월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 '차량용 지능(Automotive Intelligence)'을 주제로 한층 개인화된 차량내 경험을 제공하는 지능형 상황 인식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였다./사진=삼성전자

다만 일각선 이번 인수가 삼성의 전략적 방향성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만은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을 잡고 처음 인수한 상징적인 회사로 그만큼 애정을 갖고 공을 들이는 분야일 수 있다"며 "이번 인수도 전략적 의사결정의 일환이지만, 삼성의 주력 키워드인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중심의 방향성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황 교수는 "물론 지금 당장 '왜 AI 관련 기업 인수는 안 하느냐'고 몰아세우긴 어렵지만, 이번 인수를 디지털 전환이나 AI 시대 흐름과 직접 맞닿아 있는 전략적 행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양한 의사결정 중 하나의 사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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