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이 유럽에서 태양광·풍력을 운영하는 큐에너지솔루션(Q Energy Solutions SE) 일부 지분을 매각해 4000억원을 조달했다. 주가수익스왑(Price Return Swap, 이하 PRS) 방식의 자금조달로, 향후 한화솔루션이 큐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다시 사오는 길도 열어둔 것으로 분석된다.
4년전 인수했던 RES프랑스 활용
한화솔루션은 오는 26일 큐에너지솔루션 278만4293주(22.65%)를 4000억원에 매각한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매각 후 지분은 100%에서 77.35%로 낮아진다.
큐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재생에너지 개발사 RES프랑스(RES Mediterranee)를 거느린 한화솔루션의 유럽 에너지 중간 지주회사다. 한화솔루션은 2021년 RES프랑스를 9878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RES프랑스 지분 100%를 큐에너지솔루션(옛 한화EU에너지솔루션)에 현물 출자했다. 한화솔루션→ 큐에너지솔루션→RES프랑스로 지배구조가 이어지는 것이다.
사실상 2021년 인수한 RES프랑스 일부 주식을 4년 만에 외부에 매각하는 것이다.
큐에너지솔루션 자산 2003억 '증발'
큐에너지솔루션 M&A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큐에너지솔루션 당기순손실은 2022년 340억원, 2023년 405억원, 2024년 2191억원 등으로 불었다. 작년 매출은 1818억원으로 2023년보다 64.9% 급감했다.
큐에너지솔루션(자산)이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큐에너지솔루션에 대해 2003억원의 손상차손(손실)을 반영했다. 아울러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512억원을 큐에너지솔루션에 출자하며, 새 자금도 수혈했다.
'사실상 주담대' PRS
한화솔루션은 큐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매각하는 동시에 지분 인수자와 PRS 계약을 맺는다. PRS 기초자산은 이번에 매각하는 4000억원 규모 큐에너지솔루션 주식(278만4293주)과 1000억원 규모 큐에너지솔루션 지분이익참여권(E-PPRs, Equity Profit Participation Right) 등 총 5000억원이다.
PRS 발행은 삼성증권 등이 맡는다. 삼성증권은 오는 26일 큐에너지솔루션 153만1361주(12.46%)를 2200억원에 인수한 직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한다. 이 SPC는 한화솔루션과 PRS를 체결한다.
PRS는 계약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매수자(금융사)가 매도자(기업)에게 상승분을 주고, 반대로 기초자산 가격이 내리면 차액을 지급하게 된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향후 큐에너지솔루션 가치가 오르게 되면 상승분을 받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 가치 하락분을 보전해야한다는 얘기다.
최근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재무건전성이 떨어진 기업들은 PR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롯데케미칼, SK온 등이 PRS로 자금을 조달했다. PRS는 외부에 주식을 매각하는 구조이지만, 기업이 다시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주식담보대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