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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메모리' 벗는 SK하이닉스…최태원, 나스닥 출격

  • 2026.07.09(목) 10:30

SK하닉, 뉴욕 나스닥 데뷔…최태원 직접 등판
7배 넘는 청약 몰려…글로벌 투자자 '러브콜'
엔비디아 등 고객사 회동 전망…AI 메모리 협력 확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미국을 찾는다.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성장 전략을 직접 설명, 주요 고객사들과 만나 인공지능(AI) 메모리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이번 상장이 SK하이닉스를 '범용 메모리 업체'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기업 美 상장 '역대 2위' 규모

9일 재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SK하이닉스 ADR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참석한다. 나스닥 오프닝벨 행사와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상장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SK하이닉스 ADR 수요예측에는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렸다. 글로벌 장기투자 펀드와 국부펀드, 기술 전문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베일리 기포드와 코튜 매니지먼트 등 주요 투자사들은 최대 70억달러 규모의 코너스톤(초기 핵심 투자자) 투자도 확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은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이다. 국내 상장 주식을 기반으로 미국 투자자들이 현지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상장 방식으로 꼽힌다. 직접 상장보다 절차가 간편하면서도 투자 저변을 넓힐 수 있어 TSMC와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ADR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ADR은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인 최대 1779만주가 신주로 발행된다. 공모가가 8일 한국 증시 종가(207만6000원)를 기준으로 결정될 경우 조달 규모는 약 245억달러(약 37조원)다. 중국 알리바바에 이어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가운데 역대 두 번째 규모가 될 전망이다. 최근 주가 조정으로 당초 예상보다 조달 규모가 다소 줄었으나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이어지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생산설비 확충에 투입된다. AI 시대 급증하는 HBM과 첨단 패키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이번 ADR 상장의 핵심 목적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HBM 시장을 주도하며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았지만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보다 낮은 기업가치를 받아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면 국내 증시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월가 데뷔의 명암

최 회장이 직접 미국을 찾는 것도 이 같은 기업가치 제고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SK하이닉스의 AI 성장성을 직접 설명하고 메모리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 핵심 기업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출간한 저서 '슈퍼 모멘텀'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범용)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메모리 공급업체를 넘어 고객 맞춤형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증권가도 ADR 상장을 기업가치 재평가의 계기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글로벌 투자자 저변이 확대되면서 ADR과 한국 본주 모두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며 "1997년 미국 ADR 상장 이후 본주 대비 프리미엄을 형성해온 TSMC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편입과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미국 상장은 기회와 함께 부담도 따른다. 미국 증시 상장사는 집단소송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회계·공시 비용도 늘어난다. 소송 과정에서 내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기술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기업에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방미 기간 최 회장의 추가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는 최 회장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고객사들과 만나 차세대 HBM과 서버용 메모리 모듈(SOCAMM), AI 데이터센터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올해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관련 협력을 논의했고 지난달 황 CEO의 방한 당시에도 다시 만나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SK하이닉스 ADR은 10일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서 종목명 'SKHYV'로 임시 거래를 시작한 뒤 13일부터 'SKHY'로 정규 거래된다.

SK하이닉스 ADR 잠정 일정./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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