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미 HBM4 공급에 나선 삼성전자는 HBM4E와 HBM5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며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전 부회장은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황 CEO와 엔비디아 주요 경영진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황 CEO와 오랫동안 협력해왔는데 오늘이 가장 좋은 이야기를 나눈 자리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올해 HBM4와 SOCAMM(서버용 저전력 메모리 모듈)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내년 이후를 겨냥한 HBM4E와 HBM5, 파운드리 비즈니스 등 장기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에서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협력 확대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전 부회장은 "현재 4나노와 8나노 공정에서 자율주행 칩과 그록(Grok) 칩 생산을 협력하고 있다"며 "차세대 제품 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플랫폼용 '오린(Orin)'과 차세대 '토르(Thor)'를 개발하고 있다. 그록은 AI 추론 특화 프로세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최근 선단 공정뿐 아니라 4·8나노 등 성숙 공정 고객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양사는 차세대 AI 메모리 로드맵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6세대 HBM4를 공급하고 있다. 베라 CPU에는 LPDDR5X 기반 SOCAMM2를, 스토리지 부문에는 PCIe Gen6 기반 솔루션을 각각 공급 중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7세대 HBM4E 샘플 출하를 완료하고 엔비디아에 공급했다. HBM4E는 최선단 1c D램 코어 다이와 삼성전자 4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 베이스 다이를 결합한 제품으로 핀당 14Gbps 속도와 최대 16Gbps, 최대 4TB/s 수준의 대역폭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날 회동에는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이사와 제프 피셔 수석부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서는 전 부회장을 비롯해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 등이 배석했다.
앞서 황 CEO는 이날 오전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였으며 앞으로도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전 부회장은 "저희는 저희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며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엔비디아와 장기 공급계약 체결 가능성에 대해선 "최고의 파트너로서 엔비디아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회동 직후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행사에는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 송용호 DS부문 AI센터장 등 삼성전자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류재철 LG전자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등 국내 주요 IT·반도체 업계 최고경영진도 자리를 함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이 HBM 공급을 넘어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동 로드맵 논의 단계로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4 양산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HBM4E와 HBM5까지 협력 범위가 언급되면서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공급망 입지가 한층 강화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