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정부 주도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재개된 가운데 해운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북극항로가 자리잡게 되면 유럽이나 북미로의 운송거리가 기존 항로보다 단축되는 만큼 경제적인 잠재력이 큰 데다가 글로벌 해운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과거 시범 운항 때와 마찬가지로 극지방이라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성 입증이 여전히 어려운 만큼 성공을 쉽게 담보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북극으로 향하는 韓 해운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주도로 이뤄지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오는 8월에서 9월 사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 5월 시범 운항 선사로 팬스타를 선정, 시범 운항을 위한 선박도 확정했다.
이 선박은 2700TEU(20피트 컨테이너) 컨테이너선으로 부산에서 출항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운항,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소화한다. 왕복 운항에는 총 40~45일가량이 소요된다.
북극항로는 말 그대로 북극을 거쳐 유럽 등지로 향하는 항로를 말한다. 유럽까지의 운항거리를 기준으로 기존 국내에서 출발하는 해운사들이 활용하던 수에즈 항로보다 약 7000km 더 짧아 10일 가까이 운항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 운항기간이 짧은 만큼 더욱 경제적이다.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만큼 국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면 기점인 부산항이 글로벌 물류 항만으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호르무즈 해협 같이 기존항로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류 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안이 될 수 있는 항로 개척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년 전엔 왜 안됐을까
정부 주도로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 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0년 북극항로 개척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고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총 5차례에 걸쳐 운항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올해 시범운항까지 북극항로는 논의 대상에 오르지 못했는데 '경제성'이 떨어져서다.
북극항로는 '극지방이라는 특성상 매년 4~5개월 정도 계절적으로 제한된 기간에만 운항돼 연중 운항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얼음으로 뒤덮인 극지방 특성상 내빙선이나 쇄빙선을 사용해야 했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얼음' 상태에 따라 도착 시점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도 큰 고민거리였다. 해운업의 경우 정시성이 매우 중요한 사업 결정 요인이다. 하루만 늦게 도착하더라도 해운사 등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얼음 상태에 따라 운항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 리스크는 북극항로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과거 북극항로 시범 운항 결과 이후 진전이 없었던 것은 경제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라며 "북극항로의 지리적 특성상 정시성 등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험 등 리스크 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차지하는 규모가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경제성 떨어진다" vs "지금부터 준비해야"
현재도 북극항로를 둘러싼 지리적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게 해운업계 평가다. 결국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은 여전히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북극항로 개척의 핵심이 해빙 감소로 연중 이용 가능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인데, 당장 최근에는 상시 운항이 가능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일각에서는 이번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정부의 지역산업 정책 측면이 더욱 짙다는 평가도 있다. 경제적인 항로 개척보다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맞춰 부산항을 글로벌 거점 항만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추진되는 성격도 있다는 거다.
다른 관계자는 "부산을 국제 물류 허브 시장에서의 위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지역 산업 정책의 색깔도 많이 들어가 있다고 본다"라며 "의도는 좋지만 냉정하게 북극항로가 실제로 좋은 기회가 될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반대로 북극항로를 둘러싼 지리적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이번 시범 운항이 중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 해운 산업의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이 계절성 컨테이너 사업 경쟁력 확대에 나서며 항로 개척에 적극적인 가운데, 미리 시범운항을 통해 경험을 쌓을 필요성은 분명하다는 거다. 극지 선박, 극지 경험이 충분한 선원, 보험 및 화물 네트워크를 검증하지 않으면 추후 북극항로가 확대됐을 때 뒤처질 수 있어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