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 2공장 원자재 제련동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공장은 아직 멈춰 있고, 과실 유무를 가리기 위한 감식도 아직 진행 중이죠. 피해 규모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요. 최근 광주연구원의 경제손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생산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액은 연간 생산량 1140만9000본 기준 3375억8500만원으로 추정됩니다.
"침묵이 오히려 먹튀"
회사는 다음 달 중 복구·이전 관련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하지만 정식 로드맵 발표 전부터 금호타이어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대주주인 중국 더블스타를 둘러싼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간담회를 열고 "최대 주주인 더블스타와 더불어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신공장 건설을 위한 대출 등 비용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광주 광산구의회도 성명을 통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대주주인 더블스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이는 그동안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중국계 자본의 '먹튀' 우려를 다시 점화시키는 것"이라며 지적했죠.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입니다. 2018년 7월, 경영난을 겪던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6463억원 규모의 주식을 새로 발행해 넘겼습니다. 이 지분을 더블스타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싱웨이코리아가 인수하면서 지분 45%를 확보, 대주주에 올라섰죠.
당시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한국을 찾아 "투자가 성사되면 본사는 한국에 두고, 지리차가 볼보를 인수했던 방식처럼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2009년 상하이차가 쌍용차 지분을 돌연 매각하고 철수했던 전례 때문이었는데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보다 자산이나 매출이 작은 회사라는 점에서 기술 유출 우려도 나왔습니다. 당시 더블스타는 청도 지역 국유기업 3곳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에 나섰습니다.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모아 회사를 사들이다 보니 자산 대비 인수 규모가 과한 측면이 있었죠.
이에 시장에선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가 가진 기술과 글로벌 인증을 노리고 인수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금호타이어는 당시 기준으로 874건의 독자 기술과 50여 건의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고, 국가방위산업에 쓰이는 특수 기술도 일부 포함돼 있었습니다. 핵심 기술만 확보한 뒤 발을 뺄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 이유죠.
대주주 개입 쉽지 않은 이유
하지만 인수 이후 금호타이어는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리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는데요. 더블스타 인수 첫해에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9년부터 자구노력과 환율 개선 등으로 실적을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엔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는 금호타이어만의 '독립 경영 체제'가 큰 몫을 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인데요. 더블스타가 자금을 댄 건 사실이지만,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 독립 경영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죠. 특히 2021년 선임된 정일택 대표는 연구원 출신 내부 인사입니다. 그는 완성차용(OE)·교체용(RE) 타이어 수요 공략과, 국내외 유통 채널 다변화 등을 진두지휘해 왔는데요. 연구개발 출신 CEO(최고경영자) 중심의 전략적 독립경영 체제가 실적 반등의 근간이 된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공장 화재라는 돌발 상황이 터지자 '왜 대주주가 나서지 않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건데요. 금호타이어는 난감할 수밖에 없겠죠. 간섭을 피하려고 거리를 뒀는데, 위기 앞에선 개입을 요구받는 셈이니까요.
만약 더블스타가 자금 지원에 나서거나 복구 방향에 개입하면, 지금까지 유지해 온 독립 경영 기조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개입하면 그 뒤로는 경영 개입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열려 있죠. 이 경우 "결국 중국 자본의 통제력 아래 있는 것 아니냐"는 기존 불신이 다시 증폭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현재 생산시설 확보가 가장 시급한 상황인데요. 가장 유력한 게 광주공장을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로 이전하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지역사회의 지원과 비용, 인력 재배치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데요. 더블스타가 자금을 투자해 이 문제에 뛰어드는 순간, 금호타이어의 중요 사업 결정권까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죠. 사측이 대주주의 개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더블스타가 전면에 나서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며 "이번 화재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독립성과 책임경영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금호타이어는 다음 달 복구·이전 로드맵을 공개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더블스타의 공식 입장도 아직 나오지 않았죠. 누가 먼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지가 금호타이어 독립경영 체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들의 다음 스텝을 기다려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