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가 미래 먹거리인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폐유지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신성장 동력인 SAF 사업의 핵심 원료 수급을 안정화하고 화이트 바이오 시장 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원료 확보가 곧 경쟁력
2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와 테넷에쿼티파트너스(PE) 컨소시엄은 최근 폐식용유·동물성 유지 수집·재활용 기업인 대경오앤티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유진PE와 KDB산업은행(60%), SK온(40%)이 보유한 지분 전량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 수준이다.
이번 인수의 핵심 목적은 SAF 생산의 필수 원료인 폐식용유 공급망의 내재화다. 원료 확보부터 제품 생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한 기업이 직접 통제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외부 원료 가격 변동 리스크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HD현대오일뱅크는 대경오앤티의 수거망을 기반으로 원료 확보-제품 생산-글로벌 수출로 이어지는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대상 기업인 대경오앤티의 실적도 눈여겨볼만하다. 연결기준 매출은 2024년 5028억원에서 지난해 5013억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전년(306억원)보다 늘어난 357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전국 13개 사업장에서 도축 부산물과 폐식용유를 수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급망이 이번 인수의 핵심 가치로 꼽힌다.
SAF는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가 아닌 폐식용유나 동물성 유지 등을 원료로 생산되는 친환경 연료다.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평균 80%까지 줄일 수 있어 탄소 중립 시대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현재 SAF의 주원료인 국내 폐식용유 공급 가능량은 연간 약 30만톤 수준으로, 향후 SAF 1% 혼합 의무제 실시 시 필요량의 절반에 불과해 원료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HD현대오일뱅크가 선제적으로 수거 네트워크를 확보해 원료 수급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려는 이유다.
특히 이번 인수전에서 일본 최대 정유사인 에네오스(ENEOS) 등 해외 경쟁사를 제치고 국내 원료 주권을 지켜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바이오 연료의 핵심인 폐식용유는 글로벌 수요 폭증으로 국제적인 전략 자산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로 국내 자원의 해외 유출을 방어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실익을 챙기게 됐다는 평가다.
정제마진 한계 극복할 화이트 바이오
이번 인수는 HD현대오일뱅크가 추진 중인 3대 친환경 미래 사업(화이트 바이오,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 중 하나인 화이트 바이오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화이트 바이오는 식물 등 생물자원을 활용해 화학제품이나 연료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기존 정유 사업은 국제 유가나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 등을 뺀 이익) 변동에 따라 실적이 급등락하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했다.
반면 SAF 시장은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에 따라 성장이 가시화된 영역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유럽연합(EU) 내 공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는 전체 연료의 2% 이상을 반드시 SAF로 채워야 하는 의무화 제도가 시행 중이다. 해당 비율은 2030년 6%, 2050년 7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며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해 SAF는 현재 기존 항공유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전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량의 약 81%가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등 SAF 규제를 강화 중인 주요국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SAF 생산 역량 확보는 신사업 진출 의미 이상으로 기존 항공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HD현대오일뱅크가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보다는 환경 규제가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신시장에서 확실한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다.
정유 사업은 업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지만 SAF는 규제가 수요를 견인하는 만큼 안정적인 이익 체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원료 수급 안정성을 바탕으로 SAF 양산 체제가 본격 가동될 경우 향후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은 물론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동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SAF 시장은 초기 단계로서 민간 투자뿐 아니라 정부의 명확하고 강력한 정책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며 "인센티브·규제 제시는 민간 투자 활성화뿐만 아니라 정유산업 전반의 친환경 전환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제, 정책적 기반 위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우리 SAF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