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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HBM 실기 재연되나…'45조 성과급'에 투자 경고등

  • 2026.04.22(수) 13:37

HBM4·2나노 전환기…투자·신뢰 동시 붕괴 위기
전문가 "AI 반도체는 속도전…투자 늦으면 시장 뺏겨"
총파업 예고에 생산 리스크 확대…"공정 멈추면 모두 손해"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성과급을 둘러싼 분쟁을 넘어 투자·기술 경쟁력·지배구조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노조의 대규모 성과급 요구와 총파업 예고 속에 전문가들은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경고에 나섰다. 주주·직원 간 이해 충돌까지 겹치며 갈등이 전방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례 없는 요구안…자본집약 산업의 딜레마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상한 없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가가 추정한 올해 영업이익 약 298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45조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평가하며 투자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이 늦어지며 시장 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준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반복될 경우 '제2의 실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잇따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대표적 자본집약 산업으로 라인 하나 구축에도 1조원 이상이 투입된다"며 "과도한 성과급 지급은 중장기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은 단기 실적뿐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투자 여력을 함께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HBM 등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투자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며 "AI 반도체 시장은 속도가 핵심이기 때문에 투자 지연은 곧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첨단 공정 전반으로도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전환기라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 삼성전자는 HBM4 양산으로 격차 축소에 나섰고 파운드리 역시 2나노 공정 기반 수주 확대를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실제 최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방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영진과 차세대 AP 위탁생산을 논의하며 이원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신뢰 회복과 고객 확보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주주 반발·노노 갈등·사법 리스크 겹쳐

노사 갈등은 외부 이해관계자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오는 23일 평택사업장에서 약 3만7000명 규모 집회를 예고했고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 계획도 내놓은 상태다. 

같은 날 인근에선 주주단체 집회도 예정되며 이례적으로 '노조 vs 주주' 구도가 형성됐다. 노조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배당 규모(지난해 약 11조원)를 크게 웃도는 자금이 보상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이 주주 반발을 키우고 있다.

이 과정서 '공공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노조의 권리"라면서도 "삼성은 단순 사기업이 아닌 국민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노조도 주주와 투자자 등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국민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적자를 기록 중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까지 고액 성과급 대상에 포함하라는 요구를 두고 DX 부문 직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설문에서는 "적자 사업부는 성과급 대상이 아니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으며 '노노 갈등' 조짐도 나타났다.

여기에 사법 리스크까지 겹쳤다. 삼성전자가 수사 의뢰한 '노조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고소인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며 개인정보 무단 조회 사건과의 병합 여부도 검토 중이다. 노사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업계 내에선 파업 자체가 생산 차질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최대 20조~30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전 인력이 파업에 참여하면 반도체 공정은 멈출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멈추면 결국 손해는 회사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돌아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돈을 벌어야 보상도 가능한데 이를 스스로 훼손하는 건 자해에 가까운 선택일 수 있다"며 "노사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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