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낙수효과가 삼성전기의 실적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통상 1분기가 전통적인 정보기술(IT)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동률이 사실상 풀가동 수준에 진입했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글로벌 빅테크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 고부가 기판 사업까지 호조를 보이자 연간 1조 클럽 재진입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빅테크 수주 잭팟에 '1조 클럽' 안착 주목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 평균치)는 매출 3조873억원, 영업이익 27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7%, 영업이익은 36.3%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실적 성장의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고부가 기판 수요 폭증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반도체 기판 내부에 MLCC를 직접 부착할 수 있는 글로벌 유일의 기술력을 앞세워 빅테크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10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에 탑재될 추론용 칩 그록3의 핵심 공급자로 낙점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구글, 애플, 아마존을 고객사로 둔 데 이어 최근 글로벌 통신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 공급망까지 연달아 진입하며 AI 반도체 기판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전체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가 올해 연간 매출 12조9160억원, 영업이익 1조4305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1%, 영업이익은 56.6% 늘어난 성적이다. 전망대로라면 삼성전기는 2021년 이후 5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다시 열게 된다. 실제 AI 기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삼성전기의 시가총액은 최근 6일 만에 12조원 가까이 불어나기도 했다.
모바일 벗고 AI 입었다…MLCC·기판 동반 호황 가속
실적 개선의 큰 축은 MLCC의 화려한 부활이다. 2020년대 초반 IT 기기 수요 침체로 긴 침체기를 겪으며 바닥을 찍었던 MLCC 업황은 2024년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폭발적인 AI 서버 수요와 전기차의 전장화, 그리고 기저 효과에 따른 일반 가전·스마트폰 판매 회복이 맞물리며 새로운 상승 사이클을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MLCC는 전기를 비축했다가 반도체 등 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TV를 비롯한 가전제품, 전기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서 쓰인다.
최근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MLCC 물량이 일반 스마트폰의 약 20배에 달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현재 삼성전기의 관련 라인 가동률은 90%를 넘어서며 사실상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수요의 중심이 모바일에서 데이터센터로 이동하고 있다"며 "고사양 MLCC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삼성전기의 이익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판 사업의 질적 성장도 두드러진다. 삼성전기는 지난 3월 일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서버와 AI 가속기용 FC-BGA 기판 판가를 약 10%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반영할 수 있을 만큼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결과다. 시장에서는 MLCC 판가가 10% 인상될 때마다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이 6000억원씩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기 측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시장의 높은 수요를 확인했다.
여기에 기존 플라스틱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유리기판 등 차세대 기술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시범 라인을 구축하고 2027년 본격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 50%를 웃돌던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는 최근 27%대까지 낮아지며 AI 서버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부가 기판인 FC-BGA에서 추가 투자가 진행되면 글로벌 1위 수준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며 "AI 중심의 기판 및 MLCC 가격 인상 전망으로 기업가치 재평가가 진행 중이며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하반기 MLCC 가격 인상까지 단행될 경우 추가적인 이익 상향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