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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 꽃눈에 '천연 패딩' 입힌다…이상기후 냉해 막는 '이 기술'

  • 2026.07.26(일) 15:00

[테크따라잡기]
무림P&P, CNF 기반 동결보호제 개발 돌입
수자원 소모 없는 천연 단열막…비용 부담 ↓
상용화 시 저온 피해 최대 20% 감소 기대

연일 푹푹 찌는 폭염과 열대야가 기세를 부리는 7월 한가운데 친환경 소재 기업들의 시계는 역설적이게도 한파 대비를 향해 한발 앞서 달리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진 농업 현장에 새로운 방제 해법을 찾아 나선 건데요.

해마다 봄이 되면 갑작스러운 이상 저온으로 과수원의 꽃눈이 얼어붙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피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꽃눈은 향후 꽃이 피어 열매로 자라날 싹으로, 한 해 과수 결실의 시작점입니다. 이곳이 얼면 열매 자체가 맺히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간 농가에서는 불을 피우거나 물을 뿌려 얼음을 덧씌우는 미세살수법, 화학 피막제 등을 써왔지만 비용 부담과 일부 방식의 경우 수자원 소모가 크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최근 위기의 꽃눈을 기습 추위로부터 지켜낼 구원투수로 뜻밖의 원료가 등판했습니다. 종이나 휴지 등의 원료로 친숙한 목재 펄프입니다. 국내 유일의 펄프 생산 기업 무림P&P는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경상국립대학교와 손을 잡고 펄프 기반 신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동결보호제 공동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펄프 고유의 단열성을 활용해 화학 물질 없이 꽃눈 냉해를 막겠다는 구상입니다.

10억분의 1m로 쪼갠 펄프…꽃눈 감싸는 '나노 단열재'로

나노셀룰로오스를 활용한 동결보호제 설명./자료=무림P&P

동결보호제의 핵심 기술은 펄프에서 추출한 나노셀룰로오스(CNF)에 있습니다. 셀룰로오스는 식물 세포벽의 주성분인 천연 고분자 물질입니다. 이를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까지 미세하게 쪼개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고 촘촘한 섬유망 구조로 재탄생합니다.

작용 원리는 간단합니다. 이 동결보호제를 과수나무에 분사하면 꽃눈 표면에 사람의 피부에 바르는 보습막처럼 얇고 견고한 천연 보호막이 형성됩니다. 이 보호막이 외부의 찬 공기를 차단해 저온 환경에서도 꽃눈 세포가 파괴되지 않도록 막아주죠.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 섬유들이 식물 표면에 밀착해 치밀한 차단막을 만듦으로써 외부 온도 변화에 따른 열 손실을 최소화해줍니다.

또 화학 합성 물질이 아닌 천연 펄프 기반 소재이기 때문에 잔류 농약이나 토양 오염 걱정이 없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무림P&P 측은 이 천연 단열 보호막을 적용할 경우 과수 농가의 저온 피해율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연구실 성과를 실제 농가 현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산·학·관 협력 체계도 가동에 들어갔는데요. 무림P&P는 자체 생산 시설을 바탕으로 나노셀룰로오스 원료 공급과 제품 개발, 양산을 맡습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실제 과수 농가 현장 실증과 보급을, 경상국립대는 성능 검증과 데이터 확보를 담당하는 생산-연구-평가의 삼각 협력 체계가 구축된 셈입니다.

종이부터 바이오까지…나무로 만드는 고부가 신소재

무림의 종이 포장재 '네오포레 플렉스'./사진=무림

이번 협약은 무림P&P 등 제지업계가 추진해 온 펄프 기반 바이오 신소재 사업의 저변을 친환경 농업 영역으로까지 한 단계 더 다각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디지털화로 종이 수요가 줄어들면서 제지업계는 일찍이 펄프 생산 과정에서 쌓은 고순도 추출 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신소재라는 돌파구를 모색해 왔습니다. 그 결실로 탄생한 식물성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는 친환경 용기(펄프몰드)나 종이 물티슈 같은 제지 연관 분야를 지나 이제는 화장품 보습제와 친환경 페인트 증점제 등 제약·바이오 영역까지 영토를 넓혀온 상태입니다.

이번 과수 동결보호제 개발은 펄프 기술의 쓰임새를 기후변화 대응 현장으로까지 넓히는 실질적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더불어 사양길에 접어든 줄 알았던 제지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친환경 바이오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는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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