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중동 분쟁과 소비 위축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주력 사업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1년 전보다 2.5배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역대 2분기 최고 성과다.
프리미엄과 보급형을 동시에 공략한 라인업 다변화와 구독 서비스 확대로 수익 기반을 다진 가운데 원가구조 최적화와 관세 환급 효과까지 맞물리며 이익 체질을 강화한 결과다.
본업 호조에 B2B 날개…역대 2Q 최고
LG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8297억원, 영업이익 1조5791억원의 경영 실적을 거뒀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성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4.9%, 영업이익은 147% 급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0.4% 늘었고 영업이익은 5.7% 소폭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8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47조5537억원, 영업이익은 3조252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4%, 71.3% 늘었다.
이번 실적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돌려받은 관세 환급금 등 일회성 요인도 일부 반영됐다. 과거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위법 판결에 따라 진행된 환급 절차가 마무리된 영향이다. 관세 환급액을 포함해 2분기 손익에 반영된 일회성 순이익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회성 호재 외에도 본업에서의 체질 개선 성과 역시 실적을 함께 떠받쳤다. 가전 등 주력 사업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한 가운데 기업 간 거래(B2B)와 구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LG전자의 B2B 매출은 6조5000억원으로, LG이노텍을 제외한 전사 매출의 36%를 차지하며 질적 성장을 보여줬다. 제품과 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6600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사업본부별로는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가 매출 7조757억원, 영업이익 6859억원을 올렸다. 분기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9.7%로 10%에 육박했다. 프리미엄과 보급형 라인업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에 원가구조 최적화와 관세 환급 효과가 어우러진 영향이다.
전장 사업을 맡은 VS사업본부도 매출 3조259억원, 영업이익 1912억원으로 역대 2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2개 분기 연속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영업이익률 6.3%를 나타내며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TV 사업 중심의 MS사업본부는 OLED·QNED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독자 운영체제인 웹OS(webOS) 플랫폼 사업 성장에 힘입어 매출 5조1146억원, 영업이익 2194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열 관리와 탄소중립 흐름으로 주목받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이끄는 ES사업본부는 매출 2조7261억원, 영업이익 2358억원을 올렸다. 중동 분쟁에 따른 물류비 상승 부담에도 해외 시장의 고효율 에어컨 수요를 적극 흡수하며 8.6%의 견조한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사업에 대해 "상반기 수주 금액이 이미 6000억원을 넘어 생산이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수조원 수준의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품 품질 인증 작업에서도 액체 냉각 솔루션 핵심 부품인 냉각수 분배 장치(CDU) 일부 모델의 인증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신성장 동력인 로보틱스 사업 경과도 공유했다. 김 부사장은 "로보틱스 사업의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로보틱스 사업센터를 신설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로보틱스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 중"이라며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용 초도품 액추에이터 생산이 진행 중이며 하반기부터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수주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 시장·B2B 공략 가속
LG전자는 하반기 대외 불확실성을 인도·중동·중남미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과 B2B 사업 확대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김 부사장은 "3분기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 사업 운영상 부담이 우려되나 상대적으로 견조한 신흥국 수요와 빠르게 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 공략을 강화하고 전장과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포함한 B2B 사업 매출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하반기 선진 시장의 주택 경기 회복 둔화에 대응해 신흥 지역 중심의 현지 특화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TV 사업 역시 메모리 부품 단가 인상 부담 속에서 판가 운영 정교화와 웹OS 플랫폼 확장을 통해 연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하반기 주요 변수로는 해상 물류비 부담이 꼽힌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동량 증가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회사는 3분기를 기점으로 4분기부터는 해상 운임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는 선사들과의 기본 운임 재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내륙 운송 구조 개편과 창고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해 물류비 인상 폭을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장 사업은 글로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리스크에 대응해 고객사 다변화에 나선다. LG전자와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가 설립한 합작법인 LG마그나는 북미 위주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최근 유럽과 아시아 주요 완성차 업체로부터 파워트레인 프로젝트를 추가 수주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멕시코 공장에 이어 동유럽 거점인 헝가리 공장은 2027년 1월 양산을 목표로 가동을 준비 중이다.
한편 주주환원 정책도 병행한다. LG전자는 이달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으며 취득한 주식은 연내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500원의 중간배당도 결정했다. 배당 기준일은 오는 8월13일, 지급일은 8월28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