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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화마 덮친 금호타이어…공장 이전 '시나리오 셋'

  • 2025.05.20(화) 16:55

광주공장 화재로 올해 사업 계획 전면 수정 불가피
매출·생산량 확대 '난망'…함평부터 유럽까지 다양

/그래픽=비즈워치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됐던 금호타이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최근 광주공장 2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때문인데요.

지난 17일 오전 7시11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2공장 내 원자재 제련동에서 불이 났습니다. 화재 이틀째인 18일 오후 초기 진화를 완료했지만, 각종 가연성 물질이 사방에 자리해 잔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죠. 다행히 사흘 만인 20일 오전 화재 진압이 완료됐습니다. 

이번 화재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2공장 설비의 50~65%가 불에 탔다고 전해지지만,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장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완진 이후 감식반이 화재원인을 조사한 뒤 사측이 장비 상태를 확인해야 정확한 피해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겠죠. 

다만 광주공장은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23년 발생했던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당시에도 생산을 재개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는데요. 심지어 화재가 시작된 2공장은 전소돼 아직 재건하지 않았고, 현재는 1공장만 가동 중이죠.

손에 잡혔던 목표…'저 멀리'

이번 화재 탓에 금호타이어가 올해 목표로 세웠던 계획들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5조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었는데요. 올 1분기 목표치의 24.1%인 1조206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목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죠. 이와 함께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베트남 등 총 8개 공장의 설비 효율화, 추가 설비 공간 확보 등을 통해 타이어 생산 능력을 지난 2022년 기준 5650만본에서 올해 6500만본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있었습니다.

금호타이어가 올해 제시한 목표치./사진=금호타이어 IR 자료

광주공장은 금호타이어의 핵심 생산공장입니다. 평택, 곡성 등 금호타이어의 국내 공장 3곳 중 가장 큰 규모죠. 광주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CAPA)는 약 1200만본으로, 이는 국내 생산(2700만본)의 약 44%에 해당합니다. 매출로 보면 지난해 광주공장 연간 매출은 891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9.7%을 책임지고 있었죠. 광주공장 화재에 따른 매출 하락과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 이유입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동 손실규모는 가동 중단 기간 7.5개월을 고려할 때 약 735만본 수준"이라며 "이로 인해 올해 연간 생산 CAPA의 11.3%에 대한 생산 기회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추정했습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광주공장 생산 제품에 대한 타 공장으로의 전환을 긴급 검토 및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기존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곡성, 평택공장에서 모두 감당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작년 금호타이어 국내 공장 평균 가동률은 99.4%에 달합니다. 다른 공장들도 대체 물량을 생산할 여력은 없다는 건데요.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으로 이뤄져 우선 생산해야 하는 신차용(OE) 타이어에 집중하다 보면, 교체용 타이어(RE)의 생산이 밀릴 수밖에 구조인 셈입니다.

'재건' 혹은 '이전'…아니면 '신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광주공장을 대체할 만한 생산시설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호타이어 측은 "화재 원인 파악과 복구 등 수습이 우선인 만큼, 아직 공장 이전 문제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빠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2공장의 재건입니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적습니다. 광주공장은 1974년 준공한 국내 최장수 타이어 생산시설입니다. 그만큼 이미 노후화된 공장이죠.

또 공장의 입지가 KTX광주송정역, 아파트 단지 등과 근접해 재건할 경우 주변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그간 분진·소음에 대한 민원도 꾸준히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고요. 2공장의 설비를 불이 나지 않은 1공장에 이전해 생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기존 계획했던 생산량 증가는 불가능해집니다. 생산능력을 늘려야 하는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이 선택을 할 이유가 없겠죠.

두 번째 방안은 광주공장을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로 이전하는 겁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0월 함평 빛그린국가산업단지 2단계 사업구역 내 토지 50만㎡(15만1250평)를 약 1161억원에 매입한 바 있습니다. 부지가 이미 확보된 만큼 광주공장을 함평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9년부터 광주공장 이전을 검토했지만, 공장 이전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절차인 '공장부지 용도변경'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금호타이어가 공장 이전을 하려면 광주공장 부지의 용도를 개발이익이 큰 상업용지로 바꾼 다음 매각해 이전 비용(약 1조2000억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데 금호타이어가 토지 용도변경을 하려면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광주공장을 비우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공장 이전을 위해 생산 비중이 큰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전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죠.

화재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된 지금이 이전 논의를 지속하는데 적기라는 목소리가 업계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화재 수습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때 용도변경 심의를 진행하면 된다는 건데요.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노후화된 공장을 이전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을 현실화할 기회가 된 셈입니다. 

만약 광주시에서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검토 중인 유럽 공장 신설을 빠르게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금호타이어는 폴란드, 포르투갈, 세르비아 등을 유력 후보지로 두고 신공장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함평 이전이 벽에 부딪히면서 유럽 공장 신설에 무게 추를 옮긴 것이었죠.

지난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사진=비즈워치

정일택 사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신공장은 반드시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정부 인센티브를 포함한 투자 조건을 협의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지난해 말 기준 2300명에 달하는 광주공장 근로자의 전환 배치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재 대부분 생산직들은 자택에서 대기 중인 상태인데요. 공장을 재건하거나 함평으로 이전할 경우 이들의 고용 안정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지만, 유럽에 공장을 신설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들을 모두 파견 보내기는 어렵겠죠.

이번 화재에 따른 금호타이어의 피해 규모는 빠르면 이번 주 내 추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후 추가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금호타이어의 결정을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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