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23위 대방건설이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이목지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1조원 넘는 자금을 빌려 땅을 매입해 나선 자체사업(시행+시공)이라서죠. 재무구조가 탄탄하다고 알려진 대방건설이지만 이 사업을 위해 부채를 확대한 만큼 이목지구 성공 여부에 이 건설사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A3·A4블록(BL) 공동주택 용지 일대 개발사업을 통해 조성하는 전체 2512가구의 두 단지 모두 분양 성적은 아직 신통치 않습니다. 지난해 내놓은 1차 분양에 미분양이 남은 상태에서 최근 2차 분양에 돌입했지만 청약성적은 1차 때보다 더 부진했습니다. 대방건설은 그래도 이자비용 부담이 큰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으니 점진적으로 재무 부담을 덜 것이라고 기대한답니다.

청약경쟁률 0.28대 1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일과 9일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 2차'의 일반공급 1·2순위 1678가구 청약 마감 결과, 청약경쟁률은 0.28대 1로 집계됐습니다. 일반공급 1678가구에 청약 접수가 477건에 그쳤죠. 전체 14개 주택 유형 모두 모집 정원에 미달했고요.
이에 앞서 지난 7일에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 등을 대상으로 919가구를 특별공급 물량으로 배정해 청약을 받았지만 신청 건수는 66건에 불과했죠.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높이의 17개동에 1744가구로 지어지는 대단지입니다. 입주는 2028년 5월로 예정됐고요. 도보 12분 거리에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성균관대역이 있는 등 입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다는 시장 평가를 받은 결과입니다.
공급 물량이 646가구로 가장 많은 전용면적 84㎡C의 공급 금액(최고가 기준)은 10억3066만원인데요. 인근에 2012년 준공한 '이목동 수원장안힐스테이트'는 동일 전용면적 주택형이 지난 3월 6억5000만원에 거래됐죠. 또 인근 정자동 '수원SK스카이뷰'의 동일 면적도 지난 10일 7억6000만원에 매매된 걸 감안하면 시세 대비 3억원 안팎 비싼 겁니다.
김인만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더 리체 2차가 신축이라고는 하지만 인근 시세 대비 3억원 가까이 높은 가격"이라면서 "이달 서울에 공급하는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의 전용 84㎡가 12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더 리체 2차의 분양가가 당장 청약 시장에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분석합니다.
이어 "다만 입주까지 기한이 남았고 그새 인근 단지 시세가 올라가게 된다면 고분양가 관련 거부감은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죠.

착공 후 한숨 돌렸지만…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 1·2차'가 들어서는 땅은 2020년 한국농어촌공사가 내놓은 공동주택 용지입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당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자리죠. 대방건설은 1조4598억원의 가격을 적어 이를 낙찰 받았습니다. 최저 입찰가는 7191억원이었지만 2배 이상의 가격이었죠.
대방건설은 이후 연대보증을 통해 토지 매입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디엠하우징과 디엠주택 등 대방건설그룹 계열사가 유동화회사 '비욘드이목제일차'로부터 1조1452억원 한도로 자금을 차입했죠.
대방건설의 2023년 연결 기준 재무재표 유동성장기부채 항목을 보면 비욘드이목제일차에게 갚아야 할 금액으로 1조948억원이 있습니다. 그해 말 회사의 유동성장기부채 전체 액수는 1조6185억원이고요. 67% 이상이 이목지구 사업에서 나온 것입니다.
특히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대방건설의 작년말 부채비율은 271.5%까지 오른 상태입니다. 재작년말 202.3%에서 껑충 뛴 거죠. 이목지구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계열사를 통한 부채가 크게 늘어난 탓입니다. 2021년말(173.9%)과 2022년말(183.1%)과 비교하면 재무부담이 크게 불어난 것이 더욱 눈에 띕니다.
대방건설은 이후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 과정 등을 거친 뒤 토지매입을 위한 브릿지론을 정리했습니다. 그간 미착공 상태에서 분양 수익 기대가 전무한 브릿지론 관련 이자 비용만 내야 했는데,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에 성공해 두 단지 모두 분양에 나선 것이죠. 1차 단지와 2차 단지 모두 완판하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은 2조871억원에 이릅니다.
더해지는 미분양, 소화될까?
앞서 대방건설이 지난해 9월 분양한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 1차'는 아직 미분양이 남아 있습니다. 청약 때부터 일부 주택형이 순위 내 모집 정원을 못 채웠죠.
해당 단지는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는 전체 768가구 중 247가구가 미분양인 것으로 경기도에 신고됐습니다. 올해 1월과 3월에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면서 3월말 기준 미분양 가구 수는 101가구까지 줄어든 것으로 통계가 잡힙니다. 2027년 9월 입주 예정인 이 단지의 분양률은 3월말 기준 86.8%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분양률이 80%를 넘긴 시점에서는 미분양 요주의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90%를 넘어서면 사실상 완판으로 인식한다"고 말했습니다. 분양 시작 반년이 지난 상황을 감안하면 꽤 왕성한 미분양 소화력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지난달 분양을 시작한 2차는 1차 때보다 분양물량이 2.3배에 달합니다. 앞서 짚었든 청약 성적도 더 좋지 않았죠. 미분양 털기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방건설은 그러나 이번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 2차'에서 미분양 물량이 다수 나오더라도 입주 기한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최근 정치·경제적 이유 등으로 서울 외 지역의 청약 경쟁률은 낮게 나타나는 상황"이라면서 "이목지구 내 다른 택지 개발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어 향후 인근 지역 실수요자 수요가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 2차에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