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미국의 델타가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을 공동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①'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의 캐나다 1위 에어캐나다에 대항해 '스카이팀' 소속의 대한항공과 델타가 웨스트젯 지분 투자로 뭉친 점 ②대한항공과 델타의 끈끈한 지분 동맹을 한번 더 확인한 점 ③향후 웨스트젯 기업공개(IPO)로 투자회수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다.

'스카이팀' 뭉쳤다
최근 대한항공과 델타는 웨스트젯 지분 25%를 5억5000만달러(77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 2억2000만 달러(10%), 델타 3억3000만 달러(15%) 등이다. 향후 델타는 웨스트젯 지분 15% 중 2.3%를 에어프랑스-KLM에 5000만 달러에 매각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델타, 에어프랑스-KLM은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이다. 웨스트젯은 '무소속'이지만, 2011년 델타와 2012년 대한항공과 각각 코드쉐어(공동운항)를 맺으며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이번 지분 투자로 관계가 더 견고해진 셈이다.
'스카이팀'은 이번 웨스트젯 지분 투자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에어캐나다에 대응할 수 있게 됐고, 에어캐나다 규모에 밀리는 웨스트젯은 스카이팀과 지분 동맹으로 전 세계로 노선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2018년 델타와 웨스트젯은 미국과 캐나다 노선을 공유하는 국경간 합작 투자계약을 맺었지만, 2020년 무산됐다. 델타가 미국과 접한 캐나다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꾸준히 문을 두드렸고, 이번에 성과가 나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델타와 대한항공 등 '스카이팀'이 캐나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끈끈한 지분 동맹 확인
델타와 대한항공은 이미 지분 동맹을 맺고 있다. 현재 델타는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14.9%를 갖고 있다. 델타는 한진칼 외에도 버진 애틀랜틱, 아에로멕시코, 라탐 등 항공사 지분에 투자하며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진칼 입장에선 델타의 지분은 단순 협력에 머물지 않는다. 한진칼 지배구조를 보면 △조원태 회장 등 20.13% △호반건설 등 17.9% △델타 14.9% △산업은행 10.58% 등이다. 적대적 세력으로 분류되는 호반건설과 조 회장 일가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대주주 우호세력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델타가 한진칼의 핵심적인 우호지분 역할을 맡고 있다면, 이번엔 대한항공이 델타의 웨스트젯 지분 투자에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델타 입장에선 공동 투자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언젠가는 자본 시장에 있을 것"
웨스트젯 IPO 가능성도 열려있다.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던 웨스트젯은 2019년 캐나다 사모펀드 오넥스(ONEX)에 인수되면서 상장폐지됐다. 최근 열린 오넥스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이것은 큰 투자"라며 "단순히 규모만 보더라도, 언젠가는 자본 시장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분 매각 과정에서 웨스트젯 기업가치는 22억달러로 평가받았다. 이 사모펀드는 웨스트젯 인수과정에서 투입한 초기 자본투자 10억 달러를 이번에 회수하는 동시에 나머지 지분 75%를 유지하며 투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