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와 배달의민족이 손잡고 '배민 온리' 정책을 시행한다. 배민의 경쟁사인 쿠팡이츠에 입점하지 않고 배민과 교촌치킨 자체앱 등을 통해서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가 특정 배달앱과 입점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배달앱들의 외식 브랜드 쟁탈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쿠팡이츠에선 '교촌' 못 먹는다
프랜차이즈·배달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배민 온리' 협약을 맺는다. 이는 곧 교촌이 쿠팡이츠에서는 철수한다는 이야기다. 배민과 요기요, 땡겨요, 교촌 자체앱에서는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업계 2위 쿠팡이츠에는 입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간 특정 배달앱에만 입점한 프랜차이즈는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배달 서비스 론칭과 함께 선입점한 경우다. 이번처럼 기존에 입점해 있던 매장들이 특정 플랫폼에서 모두 철수하는 케이스는 처음이다. 이번 '배민 온리' 협약은 배민 측에서 제안하고 교촌에프앤비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은 교촌치킨 점주들에게 중개이용료를 파격적으로 낮춰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점주들의 가장 큰 고민인 중개 수수료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협약 전 교촌에프앤비가 진행한 점주 대상 조사에서도 90% 이상이 '배민 온리'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촌 점주들은 판매 루트를 줄이는 대신 배민에서 낮은 수수료로 치킨을 팔 수 있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고, 배민은 쿠팡이츠의 교촌치킨 수요를 끌어들여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서만 주문 돼요
업계에서는 이번 '배민 온리'를 시작으로 배달 플랫폼 업계가 외식 브랜드 쟁탈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단독으로 입점시켜 자사 플랫폼으로의 '락인(Lock in)' 효과를 노릴 것이란 전망이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충성도 높은 고객을 대거 보유한 경우가 많다. 이번에 배민 온리를 선택한 교촌치킨 역시 허니콤보·레드콤보 등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메뉴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쿠팡이츠에 교촌치킨이 없다면 다른 치킨을 주문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옮겨 배민에서 '허니콤보'를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특정 드라마를 보기 위해 가입하는 OTT처럼 특정 외식 브랜드 이용을 위해 단독 입점한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PB 역할을 '단독 입점 브랜드'가 맡는 셈이다.

다만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중소 브랜드나 개인 식당에게까지 단독 입점 계약이 확대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위 업체가 입점 브랜드들에 경쟁 업체 탈퇴를 조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비판이다.
배달앱의 독과점 이슈에 주목하고 있는 정치권이 이번 배민 온리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10대 공약 중 하나로 배달플랫폼의 중개 수수료율 차별 금지를 내걸어 왔다. 이번 '배민 온리' 정책을 경쟁사 탈퇴를 조건으로 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으로 본다면 이 대통령의 '수수료율 차별 금지' 방침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의 경우 제공하는 서비스를 자체 생산하는 게 아닌 만큼 단독 입점 등의 방식으로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노릴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중개수수료가 줄어드는 점주들에겐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구매 루트가 제한될 소비자에겐 그만큼 불편함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