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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과 함께 알아보는 '사과의 정석'

  • 2026.05.30(토) 13:00

[주간유통] 스타벅스 '탱크' 논란
"모든 책임 제게 있다…용서 구한다"
사과문 낭독 후 곧바로 자리 떠나
사건 경위는 미스테리…후속 조사에 맡겨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회장님의 사과

이번 한 주는 유통업계에 다른 이슈가 없었던 주였습니다. '아무' 이슈가 없었던 게 아니라 '다른' 이슈가 없었다고 말씀드렸죠. 단 한 가지 이슈가 다른 모든 일들을 잡아먹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부터 이어져 온 스타벅스의 '탱크' 논란에 결국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습니다. 

국민 건강을 해치거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등의 사고가 아닌 일개 마케팅 이벤트 때문에 그룹의 총수가 직접 등장해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건 보기 드문 일입니다. 적어도 제 기억에는 유통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만큼 정 회장과 신세계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했다는 방증입니다.

정 회장은 이날 머리를 숙이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여기까지는 사과의 정석입니다. 어중간하게 이야기를 돌리지 않고 깔끔하게 '내 잘못'을 인정했죠. '그깟 사과 한 마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십조원짜리 그룹을 이끄는 회장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만큼의 무게가 있습니다. 내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배상 책임도 본인에게 돌아올 수 있죠. 사고를 친 기업의 대표 혹은 오너들이 아무리 욕을 먹어도 "내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매장 파트너들과 현장 직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부탁한 부분입니다. 국민들의 분노를 일선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정 회장은 "이분들은 스타벅스 고객 한 분 한 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일 뿐"이라며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과문의 '백미'입니다. 

뭘 잘못하셨나요

칭찬은 여기까지입니다. 깔끔하게 내 잘못을 외치긴 했는데, 그 뒤로는 불분명한 이야기만 오갔습니다. 우선 정 회장은 사과문을 낭독한 뒤 바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후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에 '책임진' 건 임원들이었죠. 정 회장이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직접 답을 할 순 없었겠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았던 건 분명합니다.

사과문에 쓰인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이라는 문구도 화제가 됐습니다. 흐름상 '내 생각은 너희와 다르지만' 이라는 뉘앙스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러 매체와 정치권에서는 해당 문구를 갖고 "다른게 아니라 틀린 것", "듣는 귀를 의심케 했다"등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의문스러운 답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정 회장은 사과문에서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라고 했는데요. 질의응답에서 나온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냐"는 질문에는 "고의성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피해갔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신세계그룹은 "해당 임직원들이 이번 이벤트를 고의로 기획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본건에 대한 일체의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커머스팀 팀원들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고,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은 일주일만 저장돼 팀원들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탱크'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 자체가 아닙니다. 이 문구를 '악의를 갖고' 사용했느냐입니다. 그 지점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무튼 잘못했다'는 사과는 공허할 뿐입니다. 뭐가 잘못됐는지 찾아내지 못했는데 뭐를 '점검'하고 무슨 '기준도 높이겠다'고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당장 사태가 커지고 있으니 '일단 오늘만 수습하자'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죠.

핵심 의혹이 해명되지 않으니 변죽만 울립니다. 이날 신세계그룹이 명확히 해명한 건 △탱크 텀블러의 용량 503㎖(해외에서도 503㎖ 표기)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추모일 행사(행사업체가 결정) △탱크 텀블러의 색상이 6종(7종 출시) △할인율 21%(개별 할인 후 역산) 정도인데요. 이미 앞선 논란이 터진 후 벌어진 일부 네티즌들의 '추리 게임'에 가까운 지적들이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래도 이번 사태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스타벅스와 정 회장이 이번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는 겁니다.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던 정 회장이 이번 이슈에서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면서 민주화 운동에 대한 비하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모든 게 정 회장이 주도 혹은 지시했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굳이 정 회장의 (직접적인) 잘못을 이야기하자면 그간 정 회장의 행보가 직원들에게 '이래도 된다는 신호를 줬다'는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부분에서 정 회장이 "그건 아니야"라고 말한 겁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그래픽=비즈워치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지도와 접근성이 높은 브랜드인 신세계와 스타벅스가 이런 태도를 취함으로써 다른 기업들 역시 노선이 명확해졌습니다. 앞으로는 비슷한 이슈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느라 비슷한 상황에서 사과를 주저하거나 "의도는 없었다"며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공은 경찰에게로 넘어갔습니다. '탱크 논란'이 진짜 실수였는지, 나쁜 의도를 갖고 회사를 망친 행위인지는 경찰 조사에서 밝혀질 겁니다. 그러다면 우리는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피해자'인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에게 분노하며 정의감에 도취되기보다는,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다음 세대를 가르쳐야 합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그 뻔한 게 잘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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