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셰프의 Pick]"샐러드가 진짜 승부처"…'더 킹스' 성공 이끈 '집착'

  • 2026.05.27(수) 14:00

김의석 앰배서더 서울 풀만 조리팀장 인터뷰
여성 마음 잡으려 샐러드 10종 전면 배치
'올 라이브' 전략으로 단품 퀄리티 음식 선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의 김의석 조리 팀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셰프의 요리는 종종 예술작품에 비유되곤 합니다. 셰프는 접시라는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철학과 재료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수만 번의 칼질로 하나의 작품을 만듭니다. 예술가들의 그것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죠. [셰프의 Pick]은 그들의 이런 노력을 담아냅니다. 국내 호텔 셰프들의 이야기와 요리에 담긴 철학 한 조각을 음미해보려는 시도입니다. 최고의 셰프들이 전하는 화려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맛 보실 준비가 되셨나요? 이제 출발합니다. [편집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했던가. 가짓수는 많고 메뉴는 화려하지만 막상 손 가는 음식을 찾기 힘들다는 점은 호텔 뷔페의 숙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짜 내공이 있는 호텔 뷔페는 첫 접시에 담기는 샐러드부터 궤를 달리한다. "핫디쉬(더운 음식)는 누구나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찬 샐러드까지 맛있어야 진짜 명가"라며 F&B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호텔이 있다.

서울 중심부에 1955년 개관해 70여 년간 국내 첫 민영 호텔의 헤리티지를 지켜온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이다. 신라스테이, JW 메리어트 서울, 호반호텔앤리조트 등 국내 유수의 호텔 브랜드를 거치며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김의석 조리팀장(셰프)이 이곳의 8개 식음 업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관 리노베이션을 거쳐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호텔에서 단품 레스토랑 수준의 뷔페를 구현해 낸 김의석 셰프를 만나 그의 독보적인 미식 철학을 들어봤다.

처음과 끝

김의석 셰프가 이끄는 8개의 식음 업장 중에서도 그가 가장 애착을 쏟는 공간은 프리미엄 라이브 뷔페 '더 킹스(THE KING'S)'다. 더 킹스는 대대적인 메뉴 개편을 단행하며 '조식이 좋은 호텔', '피자까지 완벽한 뷔페'로 시장의 찬사를 받고 있다.

김 셰프는 "예전 호텔 뷔페는 입은 번지르르한데 막상 먹고 나면 허전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가짓수보다 각 코너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 특히 뷔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처음과 끝이다"라면서 "샐러드와 디저트처럼 고객이 가장 먼저 먹고 마지막에 기억하는 음식이 좋아야 전체 인상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의석 셰프가 더 킹스에서 샐러드 메뉴를 진열하고 있다./사진=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그가 앰배서더 풀만에 부임한 후 '더 킹스'에서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뜻밖에도 콜드(Cold) 파트인 '샐러드 존'이었다. 더 킹스는 다른 뷔페와 달리 샐러드 코너를 전면에 전진 배치했다. 통상 4~5종에 불과한 일반 뷔페와 달리 이곳은 당근,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두부 등을 활용한 콤파운드 샐러드만 8~10종이 넘는다.

김 셰프는 "뷔페의 흥행과 메뉴 결정권은 여성 고객에게 있다"며 "여심을 잡기 위해 샐러드를 10종까지 늘리고 뷔페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전면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봄나물 두부 샐러드/사진=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그니처 메뉴는 '봄나물 두부 샐러드'다. 기성 드레싱 대신 콩비지의 수분을 짜내고 들기름을 배합해 소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제철 달래를 더해 '몸에 미안하지 않은 건강한 맛'을 구현했다.

김 셰프는 "더운 음식은 어느 정도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샐러드는 기본기가 부족하면 바로 티가 난다"고 강조했다. 그가 삶는 시간, 숙성, 드레싱 밸런스까지 전부 프로세스화한 이유다. 이어 "간혹 손님들이 '당근이 왜 이렇게 맛있냐'고 물어보는 순간이 있다"면서 "건강하고 부담 없는데도 기억에 남는 음식이 호텔 뷔페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자 먹으러 오는 뷔페

더 킹스의 핵심은 '뒷주방이 없는 올 라이브(All Live) 뷔페'다. 이곳에서는 미리 대량 조리해 웜 테이블에 얹어두는 기존 뷔페 방식을 거부한다. 피자, 그릴, 중식, 일식 등 모든 섹션의 조리사들이 고객 눈앞에서 즉석으로 음식을 완성한다. 미쉐린 1스타 중식당 '호빈'의 셰프들이 라이브 존으로 내려와 북경오리를 카빙하고, 우드파이어 참숯 그릴에서 양갈비와 LA갈비를 즉석에서 구워내는 식이다. 

그는 "손님들이 셰프의 조리 과정을 직접 보는 만큼 더 긴장하게 된다. 중식도 소량씩 자주 세팅하고 그릴도 바로 구워 제공한다"면서 "결국 라이브는 맛 이전에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 킹스 화덕피자/사진=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더 킹스의 또 다른 '킥(Kick)'은 '화덕 피자'다. 일반 뷔페에서 피자는 흔한 조연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로서리아 라운지에서 단품으로 별도 판매할 만큼 독보적인 퀄리티를 자랑한다. 수분 함량을 72.8%로 극대화한 도우는 우유와 물의 배합해 화덕 숙성 과정을 엄격히 통제한다. 4도씨에서 하루 동안 숙성한 반죽은 성형하기 까다롭지만, 화덕에서 구워냈을 때 도우 끝부분까지 쫄깃한 식감이 살아난다.

김 셰프는 "피자도 단품 레스토랑 수준으로 만들고 싶었다. 즉석에서 굽고, 식으면 바로 새로 교체한다. 도우 끝부분까지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에 찍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피자 도우 한 조각까지 신경 쓰는 이유는 그의 명확한 철학 때문이다. 김 셰프는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지, 쓰레기를 만드는 셰프가 되면 안 된다"며 "한입 먹고 접시에 남겨지는 잔반량이야말로 고객이 내리는 가장 냉정하고 투명한 성적표"라고 강조했다. 신메뉴를 출시할 때마다 그가 직접 잔반통을 확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 마진 줄인 발품

현재 주요 특급호텔 뷔페 가격은 10만원대 후반을 넘어 20만원선까지 치솟았다. 이와 비교하면 더 킹스의 10만원대 가격 책정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호텔 뷔페의 수익성을 방어하면서도 식재료 퀄리티를 오히려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은 '유통 구조의 이해'에 있다. 그는 구매팀과 손잡고 직접 산지를 찾아 발품을 팔며 불필요한 유통 마진을 걷어냈다.

빙수와 디저트에 쓰이는 애플망고는 16~21브릭스(Brix) 수준의 상급품만 취급하는 제주 서귀포 위미 농협과 직거래를 텄다. 장마철 품질 저하에 대비해 화분 분재배 방식을 쓰는 영광 애플망고 농가까지 대안으로 확보해 두는 치밀함도 갖췄다. 그는 "장마가 오면 망고 당도가 달라진다"며 "브릭스(당도) 수치까지 체크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앰배서더 풀만 김의석 조리 팀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음식의 기본이 되는 '쌀'에도 집착한다. 더 킹스는 초밥용, 볶음밥용, 일반 밥용 쌀 품종을 모두 다르게 쓴다. 최근 도입한 일반 밥용 쌀은 구수한 누룽지 향이 특징인 특허 품종 '천해진 쌀'이다. 도정 후 2주 이내의 쌀만 사용한다는 매뉴얼도 수립했다.

김 셰프는 "뷔페에서 한식이 맛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밥부터 달라야 한다. 향과 찰기, 윤기가 일정해야 한다"면서 "최근 누룽지 향이 나는 쌀을 들여왔는데 고객 반응이 좋다. 계속해서 새로운 맛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혁신은 치열한 내부 연구 끝에 나왔다. 부임 첫해에만 소스부터 전 업장 메뉴를 2000가지 넘게 갈아엎었다. 매주 전 섹션 셰프들이 모여 메뉴 개발 회의와 분기별 리뉴얼을 고집한다.

그는 "과거 선배들이 '사과 상자가 되지 말고 사과나무가 되라'고 했다"며 "남에게 배운 것만 상자에 채워두면 언젠가 바닥이 나지만, 스스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면 마르지 않는 나무가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가족이 생각나는 요리

최근 그가 주목하는 트렌드는 이른바 '비주얼'이다. 김 셰프는 "SNS 시대에는 맛만으로는 2% 부족하다"면서 "음식을 마주했을 때 직관적으로 감탄이 터지는 '와우 포인트'가 있어야 하고,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어 자랑하고 싶게 만드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요소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맛과 시각을 모두 잡는 오감 만족형 미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주를 주는 이유다.

더 킹스는 오는 6월 초 대대적인 바비큐 프로모션을 앞두고 있다. 통 뼈삼겹살을 된장에 마리네이드해 구워내는 신메뉴 등 김 셰프와 팀원들이 치열하게 다듬은 야심작들이 차례로 등판을 대기 중이다.

김의석 팀장을 비롯한 셰프들이 더 킹스에서 메뉴를 준비하는 모습/사진=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치열한 미식 트렌드 속에서 동종 업계 셰프들의 활약은 그에게 좋은 자극제가 된다. 김 셰프는 최근 다른 호텔에서 활약 중인 후배 셰프들의 인터뷰를 접했을 때를 떠올리며 "후배들의 확고한 요리 철학을 볼 때마다 안주하지 않고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겠다는 건강한 자극을 받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끝자락. 그가 생각하는 '성공한 요리'의 기준을 물었다. 김 셰프의 답은 명료하면서도 긴 울림을 남겼다.

그는 "연말 회식 때 와서 맛있게 드신 고객은 1년 치 고객이 된다"면서 "하지만 혼자 와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장 먼저 누가 생각날까. 바로 가족이다. '다음에 우리 아이들,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와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요리, 그게 저희가 추구하는 진짜 음식이다"라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