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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Pick]안다즈 조각보에 수놓은 김민재 셰프의 '주안상'

  • 2026.04.15(수) 14:00

계절을 담아낸 조각보 '주안상 코스'
모란시장부터 지속가능 식재료까지
가치 있는 미식의 조건 '지속가능성'

안다즈 서울 강남 조각보 키친 김민재 셰프./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셰프의 요리는 종종 예술작품에 비유되곤 합니다. 셰프는 접시라는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철학과 재료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수만 번의 칼질로 하나의 작품을 만듭니다. 예술가들의 그것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죠. [셰프의 Pick]은 그들의 이런 노력을 담아냅니다. 국내 호텔 셰프들의 이야기와 요리에 담긴 철학 한 조각을 음미해보려는 시도입니다. 최고의 셰프들이 전하는 화려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맛 보실 준비가 되셨나요? 이제 출발합니다. [편집자]

안다즈 서울 강남의 한식 다이닝 '조각보 키친'을 책임지는 김민재 셰프는 스스로를 '요리에 미친 자', 이른바 '요친자'라 부른다. 지난 2013년 대학 강의실보다 뜨거운 주방 현장이 좋아 곧장 현장으로 뛰어든 그는 이곳에서 다진 13년의 내공을 조각보 키친의 접시 위에 펼쳐내고 있다. 2019년 안다즈 오픈 멤버로 합류한 그는 이제 호텔업계 '1세대 모던 한식'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김 셰프에게 '조각보 키친'은 단순한 근무지가 아니다. 주방 셋업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경험한 첫 무대이자, 조리 철학을 정립한 출발점이다. 김 셰프는 "호텔의 콘셉트와 고객층을 이해하는 과정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며 "주방 운영의 시작부터 끝까지, A부터 Z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시야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김민재 셰프를 만나 그가 이끌어가는 '조각보 키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안다즈 서울 강남 '조각보 키친'은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한식'으로 호텔 다이닝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제철 식재료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외국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메뉴 구성이 강점이다. 조각보 키친을 이끄는 김민재 셰프의 요리는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오간다. 전통 한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표현 방식은 현대적이다. 김 셰프는 이 공간을 "한식을 기반으로 젊은 셰프들의 열정이 살아 숨 쉬는 키친"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그의 주방에는 '실험 정신'이 가득하다. 젊은 팀원들이 제안하는 동남아 젓갈이나 이색적인 허브 사용도 마다치 않는다. 최근에는 제주 멜젓과 프랑스식 갈레트를 접목한 메뉴를 구상 중이다. 봉평 메밀가루로 만든 피에 치즈와 돼지 두루치기를 넣고 멜젓 마스카포네 소스를 곁들이는 식이다.

김 셰프는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인 해삼도 닭고기와 대구살을 채워 넣은 '해삼증'으로 풀어내고, 시트러스한 허브를 곁들여 외국인 고객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면서 "손님들이 조각보 키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민재 셰프./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고서(古書)를 탐독하기도 한다. 인터넷의 파편화된 정보 대신, 한국 전통음식 백과사전이나 옛 문헌 속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공을 들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감정'이다. 김 셰프는 "전통 요리 중 '감정(甘烝)'이라는 메뉴가 있다. 게살을 일일이 발라내 탕국과 함께 끓여내는 정성 어린 음식"이라며 "이번 여름에는 궁중요리에서 착안해 오골계를 활용한 보양식을 선보이려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조각보 키친은 가격의 문턱은 낮췄지만 서비스만큼은 특급호텔의 기준을 준수한다. 그는 "5성급 호텔인 만큼 '안 된다'는 답은 없다"며 "알러지나 특이 식성을 가진 고객에게 기존 메뉴 제공이 불가능하면 디저트나 음료라도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기념일이나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는 미역국 서비스와 정성스럽게 꾸민 디저트를 내놓는다. 5성급 호텔의 품격은 유지하되, 가격대는 합리적으로 책정해 주변 직장인부터 압구정 주민, 비즈니스 고객까지 폭넓게 수용한다.

특히 조각보 키친 고객의 약 40%는 외국인이다. 호텔 특성상 북미 비즈니스 고객 비중이 높은 영향이다. 김 셰프는 "김밥이 어떤 음식인지 묻는 고객도 많다"며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계절 담은 '주안상 코스' 

조각보 키친은 단품과 코스를 이원화해 운영한다. 단품은 전통 한식 중심, 코스는 실험적인 모던 한식이다. 김 셰프는 조각보 키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메뉴로 '주안상 코스'를 선택했다. 김 셰프는 "주안상이라는 이름 그대로 술과 함께 즐기는 한식 상차림에서 출발한 메뉴"라며 "조각보 키친의 미식 철학을 가장 집약적으로 담은 코스"라고 설명했다.

이 코스는 전통 한식의 구성과 흐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핵심이다. 여러 개의 요리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해 단순한 요리 나열을 넘어 '경험'을 완성한다.

김 셰프는 "단순히 개별 요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술과 음식이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함께 먹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며 "전문 소믈리에가 직접 선택한 와인과 전통주를 함께 제안해 한식의 풍미를 보다 입체적으로 전달하고자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조각보 키친 주안상/사진=안다즈

주안상 코스는 1년에 네번, 매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김 셰프는 "봄이 시작되면 이미 여름 메뉴를 고민한다"며 "쉬는 날에도 식재료와 조리법을 계속 연구한다"고 말했다. 코스의 핵심은 '조화'다. 그는 "하나의 코스 안에서 재료가 겹치지 않도록 구성하고, 각각의 요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한다"고 덧붙였다.

코스 메뉴는 매번 바뀌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메뉴가 있다. 주안상 코스에서 두 번째로 나가는 '회무침'이다. 다만 재료는 계절에 따라 바뀐다. 그는 "봄에는 도다리, 겨울에는 방어를 활용하는 등 제철 생선에 매번 새로운 소스와 재료들을 곁들여 변주를 준다"고 설명했다.

김 셰프는 "조각보 키친의 메뉴가 전달하고 싶은 감정은 '기억'"이라며 "특별한 날 이곳을 찾은 고객들이 좋은 경험을 오래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한다"고 부연했다.

자연과 상생하는 미식

김 셰프가 강조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그는 "자연을 해치지 않는 미식이 앞으로의 트렌드"라며 "해산물의 95% 이상을 지속가능 인증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달걀도 난각번호 1번만 사용하는 등 식재료 하나까지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재료에 대한 집요함은 현장에서 드러난다. 그는 직접 성남 모란시장을 찾아 참기름과 들기름을 공수한다. 김 셰프는 "최적의 온도와 로스팅으로 만든 기름은 향이 다르다"며 "안다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재 셰프./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나아가 전통 장류를 직접 담그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는 "매실청, 오미자청, 금귤청 등을 직접 담가 사용하고 있다"며 "장독대를 마련해 장을 담그는 것도 호텔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식은 발효와 숙성이 주는 시간의 미학이 핵심"이라며 "화려함보다 덜어내고 자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재 셰프의 꿈은 소박하면서도 확고하다. 훗날 자신의 이름을 건 가게를 여는 것도 목표지만, 지금은 함께 고생하는 팀원들이 성장해 호텔 씬의 주역이 되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느낀다.

김 셰프는 "조각보 키친이 호텔 모던 한식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이곳에서 경험을 쌓은 친구들이 훗날 '조각보 출신 셰프'라는 이름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오늘도 우리는 한 계절 앞선 여름의 맛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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