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로 전력망 수요가 급증하는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면서 전선용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OCI도 덩달아 시장 주목을 받고 있다.
OCI는 최근 초고압 케이블을 만드는데 필요한 특수 소재인 카본블랙 생산 설비를 증설하며 공급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전력 인프라 시장 내 비중을 키우는 등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케이블 안정성 책임지는 '검은 방패'
17일 업계에 따르면 초고압 케이블 1차 소재 공급사인 OCI는 최근 전선 업황 호조에 따른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전선 업체들은 전 세계적인 전력망 교체·신설 수요에 힘입어 북미와 유럽에서 수조원대 수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북미와 유럽은 노후 전력망 교체와 해상풍력 단지 연결을 위해 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HVDC는 발전소에서 만든 교류 전력을 직류로 바꿔서 보내는 방식으로, 송전 효율이 높고 전력 손실이 적어 차세대 전력망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러한 초고압 케이블의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전선 내부의 반도전층이다. 반도전층은 전선 내부의 도체와 이를 감싸는 절연체 사이에 위치해 전기장의 세기를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만약 전기가 한곳으로 쏠려 전기장이 불균형해지면 절연체가 파괴돼 전선이 타버리거나 폭발할 위험이 있는데 반도전층이 이 같은 사고를 막는 일종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한다. 반도전층에는 전도성 카본블랙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며 이 소재를 OCI가 생산하고 있다.
카본블랙은 석유나 천연가스 등을 불완전 연소시켜 만든 검은색 탄소 분말이다. 흔히 타이어의 내구성을 높이는 보강재로 쓰이며 전도성 카본블랙은 전기를 흐르게 하는 성질을 극대화한 특수 제품이다. 일반 타이어용 제품보다 기술 장벽이 높고 가격도 비싼 고부가가치 소재에 해당한다.
국내 최대 생산 능력·점유율, 실적 기대감 높여
OCI는 국내 최대 카본블랙 생산 능력과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OCI가 확보한 글로벌 카본블랙 생산 능력은 연간 총 50만톤 규모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포항공장(17만톤)과 광양공장(10만톤), 그리고 HD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사인 현대OCI(15만톤)를 통해 총 42만톤의 생산 체제를 갖췄고 중국 산동 법인에서도 8만톤을 생산하며 전 세계 타이어·전선 제조사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수요 증가라는 외부 요인에 더해 OCI만이 가진 독특한 원재료 구조도 이번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게 하고 있다. 카본블랙의 수익성이 유가 변동에 예민한 구조여서다.
일반적으로 카본블랙을 만드는 경쟁사들은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인 석유계 원료(FCC 슬러리 오일)를 주로 사용한다. 반면 OCI는 철강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콜타르 등 석탄계 원료를 활용한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계 원료를 쓰는 경쟁사들의 원가 부담은 급격히 커지지만 석탄계 원료를 쓰는 OCI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가 기반을 유지하며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지난해 2.2% 수준이었던 OCI 카본 케미칼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올해 5.8%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선 수요 폭발로 소재 주문량은 늘어나는데, 최근 유가 상승으로 판매 단가도 오르고 원가 경쟁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삼박자를 갖추게 됐다. 이에 힘입어 OCI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0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의 실적 부진을 털어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OCI는 글로벌 전력망 수요 증가에 대응해 스페셜티 카본블랙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증설 물량 판매를 본격화해 수익 구조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AI·신재생 에너지가 끌어올리는 소재 수요
AI 산업 팽창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전력 케이블 수요를 직접 견인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소모로 이를 공급하기 위한 초고압 케이블 투입량도 비례해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 역시 생산된 전기를 도심으로 보내기 위한 대규모 송전망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OCI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국내외 전선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LS전선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1차 소재 공급사인 OCI의 물량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구축 수요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여 OCI의 특수 카본블랙 공급량도 꾸준한 우상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본 케미칼 매출의 약 45%를 차지하는 카본블랙과 BTX(석유화학 기초원료)는 시장에서 석유계 원료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다"며 "석탄계 원료를 사용하는 OCI에게는 최근 유가 상승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반사 수혜로 작용하며 수익성 회복을 이끌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