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을 사 모으는 한화그룹과 한진칼 주식을 사는 호반그룹의 주식 매수 전략은 3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분 매수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 그룹 계열사가 주식 매입 자금을 분담한다는 점, 주식을 점진적으로 분할매수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업계는 점진적 인수(creeping acquisition) 방식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영권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책은행 보유 KAI·한진칼 지분 풀릴까
KAI와 한진칼은 국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다. 1999년 정부가 주도한 대우중공업·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 등 3사 통합으로 출범한 KAI는 현재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26.41%)다.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하고 있다.
국책은행이 보유한 KAI와 한진칼 지분은 정부 의지에 따라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잠재적 매물 후보다.
우선 KAI는 정부의 민영화 의지에 따라 경영권이 민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인수합병(M&A)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K방산이 날개를 달았는데 KAI가 제 몫을 못해 굉장히 아프게 생각한다"며 주인 없는 회사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다.
산은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58%는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누가 갖고 가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방을 결정 지을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5.78%, 여동생 조현민 한진 사장 5.73%, 모친 이명희 씨 1.98% 등 한진칼 오너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20.5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마무리된 내년부터 산은이 한진칼 엑싯(Exit, 투자비 회수)을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AI·한진칼 지분 선점하는 한화·호반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이 있는 KAI와 한진칼에 대해 한화그룹과 호반그룹은 선제적으로 지분 인수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작년 10월부터 KAI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해, 지난달 기준 지분 12.44%를 확보했다. 여기에 연말까지 지분 인수에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는 계획이 마무리되면 한화가 보유한 KAI 지분은 15%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그룹은 2022년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사사들였고, 이후 틈틈이 장내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호반호텔앤리조트는 202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164거래일에 걸쳐 한진칼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현재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0.15%에 이른다.
지분 매입 대금은 그룹 계열사가 분담하고 있다. 한화의 KAI 지분 12.44% 매입 대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3836억원(9.9%), 한화시스템 1849억원(1.52%),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808억원(1.01%) 등이 나눠 투자했다. 여기에 한화시스템은 KAI 지분 매입에 연말까지 추가로 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 15% 가량 확보에 총 2조2493억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호반의 한진칼 지분 20.15% 매입 대금 8782억원은 호반건설 5352억원(11.5%), 호반호텔앤리조트 3229억원(8.34%), 호반산업 146억원(0.17%), 호반 55억원(0.15%) 등이 분담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책 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KAI와 한진칼의 지분 구조가 조금씩 변동되고 있다"며 "한화와 호반은 야금야금 주식을 사들이는 점진적 인수 방식을 통해 사전에 지분을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