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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돌연 사임한 윤여원…'투항'이냐 '후퇴'냐

  • 2026.04.17(금) 07:00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취임 후 6년만에 물러나
지난해 경영권 분쟁서 밀려나며 사회공헌만 맡아
사내이사직 유지키로…'재기 가능성' 여전

그래픽=비즈워치

콜마그룹 오너일가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갑작스럽게 대표이사직을 내려놨습니다. 지난해 10월 오빠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에게 밀려나 사회공헌부문 대표이사가 된지 6개월 만인데요. 윤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종식됐다는 이야기와 함께 오히려 '전략적 후퇴'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6개월만에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15일 윤여원 대표가 대표이사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합니다. 이로써 콜마비앤에이치는 윤여원·이승화 대표의 2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이승화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됩니다.

통상 대표이사 교체 등 이사회 개편이 정기주주총회가 있는 3월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윤 대표의 사임은 상당히 갑작스럽습니다. 윤상현 부회장도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약속대로 지난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는데요. 만약 윤 대표가 오빠나 이사회와의 합의를 통해 물러나는 수순이었다면 지난달 말에 함께 물러났겠죠. 그런데 주총 후 2주가 지나서야 갑자기 사임한 것은 내부적으로 급박한 상황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윤 대표는 최근까지 콜마비앤에이치의 사회공헌부문 대표만 맡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인데요. 윤 대표는 지난해 5월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면서부터 오빠와 이 회사의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여왔습니다. 오빠의 요구를 거부하며 여러 소송, 주총 소집 등으로 맞불을 놨지만 결국 패배했죠.

이승화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윤상현 콜마홀딩스 대표,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 그래픽=비즈워치

콜마비앤에이치의 최대주주가 지주사 콜마홀딩스(44.63%)이고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윤상현 부회장인데요. 그렇다보니 콜마비앤에이치 지분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윤 대표가 일반적인 절차로는 오빠에게 이길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지난해 10월 콜마비앤에이치의 임시주총에서는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이 신임 각자대표로 선임되며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이때 눈길을 끌었던 건 윤 대표에게 사임을 권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대신 당시 이사회는 윤 대표에게 '대외 사회공헌활동'만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축소시켰습니다. 특히 콜마홀딩스 측은 "윤 대표가 회사 경영 전반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역할을 명확히 했다"고 못 박기도 했죠.

이렇게 윤 대표가 6개월간 명목상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윤 부회장이 제시한 일종의 타협안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 부회장이 동생을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사회공헌 부문 대표직이라도 남겨준 것이라는 해석인데요. 그런데 윤 대표가 갑자기 이 자리마저 내려놓은 겁니다.

분쟁 종식?

윤 대표의 이번 사임을 두고 업계의 해석은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봅니다. 윤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빠 윤 부회장이 완전히 승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죠.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분쟁 종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윤 부회장과의 갈등이 다시 촉발했거나 최후통첩을 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윤 대표가 갑자기 사임을 했다는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합니다. 특히 경영권이 윤 부회장에게 넘어간 후 윤 대표가 공들였던 사업들이 줄줄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심화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1월 마스크팩 자회사 콜마스크를 한국콜마에 매각했습니다. 윤 대표가 2022년 신성장동력으로 직접 인수를 지휘했던 회사입니다. 윤 대표가 2020년 취임한 후 마무리했던 중국법인 강소콜마도 지난해 말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표가 건기식을 넘어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 추진했던 사업들이 모조리 정리되면서 입지가 약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아버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반환청구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윤 회장이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콜마홀딩스 내 지분 구도가 바뀔 수 있는데요. 윤 대표가 재기할 발판이 마련될 수도 있겠죠.

이 때문에 윤 대표의 이번 사임을 '일보 후퇴'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옵니다. 윤 대표가 사내이사직을 유지했다는 것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내이사로 남았다는 건 회사의 주요 결정에 여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되 내부 정보와 의사결정권은 쥐고 있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거죠.

전문경영인 체제 시험대

이와 관련해 전문경영인 체제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는 걸 윤 대표가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승화 대표 체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전문 경영인도 안 되지 않느냐'는 논리로 재기할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이승화 대표는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CJ 부사장을 역임한 전략 전문가로 작년 10월 각자대표로 선임됐습니다. 윤상현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올해 3월부터는 사실상 단독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왔는데요. 이번에 윤 대표마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콜마비앤에이치는 7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다만 이승화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은 아직 부진합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2020년 영업이익 1092억원을 기록한 뒤 4년 연속 줄어들었습니다. 2025년 영업이익은 266억원으로 전년(246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인데요. 매출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6.6% 감소했습니다. 특히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의 일회성 비용 탓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죠.

이 대표는 구조조정을 통해 건기식 ODM 전문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생명과학기업으로 전환하고 해외 수주도 늘려나가기로 했는데요. 문제는 구조조정으로 연간 1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빠져나간다는 점입니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5분의 1에 달하는 규모죠.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만약 이 대표가 실적 회복에 실패한다면 윤 대표에게 재기 명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윤 대표의 지분율은 7.72%에 불과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에 성공할지, 아니면 윤 대표의 '일보 후퇴'가 재기를 위한 포석이 될지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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