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서울숲 일대 상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오랜 기간 비어 있던 점포에는 감각적인 패션 브랜드숍이 들어섰다. 러닝·모자 전문 편집숍도 등장했다. 기존 카페와 맛집 중심이던 소비 동선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 배경으로 무신사의 '서울숲 프로젝트'를 꼽는다. 무신사는 성수 연무장길에서 시작된 패션 소비 흐름을 서울숲까지 확장해 상권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서울숲 프로젝트
무신사가 서울숲을 눈여겨본 것은 성수 상권의 판도 변화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와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가 포화 상태에 이른 연무장길은 이미 임대료가 급등해 신규 브랜드가 새로 진입하기엔 장벽이 너무 높아졌다.
반면 서울숲 카페거리는 유동인구와 상권 분위기는 갖췄지만 패션 콘텐츠 밀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브런치 카페와 베이커리 중심 상권으로 성장한 반면 쇼핑 목적 방문객은 제한적이었다. 방문객 상당수가 식음료 소비 후 곧바로 이동하면서 체류형 소비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무신사는 이틈을 공략했다. 연무장길의 패션 소비 동선을 서울숲까지 연장해 하나의 거대한 리테일 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무신사는 올해 초부터 서울숲 일대를 K패션 특화 거리로 조성하는 '서울숲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핵심은 F&B 중심 상권에 패션 콘텐츠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목적성이 뚜렷한 전문 매장을 전면에 배치한 점도 특징이다. 러닝 특화 매장 '무신사 런', 모자 전문 편집숍 '무신사 백 앤 캡클럽' 등이 대표적이다.
브랜드 구성도 차별화했다. 지난 2월에는 서촌에서 단독 매장을 운영 중인 컨셉 스토어 '유르트'가 서울숲에 문을 열었다. 하이커와 러너를 겨냥한 브랜드 '고요웨어'도 입점했다. 푸마는 글로벌 두 번째 '스니커 박스' 콘셉트 매장을 서울숲에 열었다. 이 밖에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사브르파리', '메종플레장', 'GBH' 등이 순차적으로 들어서며 상권 구성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장기 공실 활용이다. 서울숲 프로젝트 1호 매장인 '프레이트(FR8IGHT)'가 대표 사례다. 지난 1월 문을 연 프레이트는 3년 이상 장기 공실 건물을 활용해 조성됐다. 프레이트는 국내 컨템포러리 브랜드 '이스트로그'와 '언어펙티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셀렉트숍이다. 시즌과 협업에 따라 공간 구성을 바꾸는 안테나숍 형태로 운영된다. 과거 비어 있던 공간이 팬덤 기반 패션 소비가 이뤄지는 거점으로 바뀐 셈이다.
현재 서울숲 인근에서 무신사가 확보한 오프라인 거점은 총 13개다. 입점 브랜드숍만 10곳에 달한다. 오는 8월에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구홈 서울숲'을 열 예정이다. 연내에는 '무신사 스탠다드 서울숲'을 비롯해 패션·뷰티 중심 신규 매장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숲의 변화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다시, 서울숲' 캠페인 기간 해당 지역 유동인구는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10일간 누적 방문객은 80만명에 달했다. 캠페인 첫날에는 9만1000명이 몰리며 오픈런 현상도 벌어졌다.
카카오T 호출 수는 전년 대비 29% 늘었고, 서울숲역과 뚝섬역 승하차 인원도 함께 증가했다. 서울숲 상권이 단순 동네 상권을 넘어 외부 방문객이 찾는 '목적형 광역 상권'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층 변화도 감지된다. 과거 서울숲이 20~30대 중심의 '힙 플레이스'였다면 최근에는 4050세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 비중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패션·카페·리빙·키즈 콘텐츠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라이프스타일 공간이 확대되면서 체류형 관광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관광지별 성·연령별 방문 집중률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서울숲 방문객 가운데 3040세대 비중은 남녀 합산 42.9%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비중도 33.6%에 달했다. 외국인 방문객도 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서울숲 외국인 방문객 수는 13만106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대비 약 27%, 2년 전과 비교하면 약 52% 증가한 규모다.
무신사는 여기에 키즈 콘텐츠까지 더했다. 지난해 8월 무신사가 운영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는 이구키즈(29KIDS) 성수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20일 두 번째 키즈 특화 매장인 '이구키즈 서울숲'을 열었다.
이구키즈 성수점은 오픈 이후 약 9개월간 월평균 구매 전환율 30%를 웃돌며 2040 부모 고객이 찾는 대표 키즈 편집숍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한 달 매출은 올해 1분기 월평균 대비 26% 이상 증가했다.
29CM 관계자는 "이번 신규 점포 오픈을 계기로 키즈 카테고리를 단순 영유아 패션·잡화를 넘어 가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된 핵심 성장 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서울숲 상권 내 고객 접점을 다변화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권 살리기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서울숲 프로젝트를 단순한 출점 전략 이상의 사례로 보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매장 오픈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과 지역 상권 동선까지 직접 설계하며 도시 상권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동구 및 지역 주민 협의체와 협력해 추진되는 민관 협력형 프로젝트라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한 브랜드 입점이 아닌, 지역 상권 활성화와 유휴 공간 재생까지 연결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무신사는 패션과 공간 콘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공개한 기업동행정원 '무신사 브릭 가든'이 대표적이다. 성수동 특유의 붉은 벽돌 헤리티지에 패션 감성을 결합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번 서울숲 프로젝트는 단순한 상업 개발을 넘어 지역사회 및 지자체와 협력해 서울숲 카페거리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민관 협력형 상권 활성화 모델을 제시한 사례"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성수 상권은 개별 브랜드 출점을 넘어 플랫폼 기업이 상권 전체의 콘텐츠와 동선을 기획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무신사의 서울숲 프로젝트 역시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는 의미가 크지만, 동시에 임대료 상승이나 상권 과밀화 같은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