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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치킨로드]②'외국인'이 만들고 '외국인'이 먹는 K치킨

  • 2026.05.29(금) 14:40

태국 도심 쇼핑몰 점령한 bhc치킨
2년 만에 태국 매장 14개로 확장
현지화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 안착

태국 방콕 쇼핑몰 원방콕 내 bhc치킨 매장 전경/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방콕=김다이 기자] 화려한 조명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가득 찬 태국 방콕의 신생 복합 쇼핑몰 '원방콕'. 지난 28일 찾은 이곳 식당가에서는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노란색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 치킨 브랜드 'bhc'다.

평일임에도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매장은 치킨을 즐기는 현지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빠르게 채워졌다. 테이블마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달콤한 '뿌링클' 시즈닝 향이 코끝을 찔렀고, 홀 안은 태국어와 영어가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흥미로운 점은 주방에서 닭을 튀기는 이도, 서빙을 하는 이도, 맛있게 치킨을 뜯고 있는 이도 모두 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외국인이 만들고 외국인이 즐기는 K치킨'의 현장이다.

친구들과 함께 온 10대 학생부터 가족 단위 현지인,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 관광객까지 이들이 선택한 메뉴는 비슷했다. 치킨 한 접시에 떡볶이, 치즈볼, 콜라를 곁들이는 '한국식 치킨 조합'을 즐기고 있었다.

'현지화'로 태국인 입맛 저격

bhc는 2023년 12월 태국 외식 전문 기업 미션그룹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1월 태국 시장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방콕과 주요 위성 도시에 11개 매장을 열었고, 현재까지 총 14개 매장을 출점했다. 현지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입점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빠르게 넓힌 결과다.

실제로 이날 찾은 원 방콕 매장 역시 쇼핑몰 핵심 식당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태국 외식 시장에서 쇼핑몰은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젊은 소비층 유입이 가장 활발한 핵심 상권으로 꼽힌다. bhc가 현지 소비 동선을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원방콕 식당가/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 치킨 소비 시장 중 하나다. 무더운 날씨와 배달 문화의 발달,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 가격 등이 맞물리며 치킨은 현지인들의 대표 외식 메뉴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bhc는 태국 시장 진출에 앞서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요소를 면밀히 분석했다. 방콕 매장에서 만난 bhc의 메뉴판은 한국과 닮은 듯 달랐다. 한국처럼 한 마리 단위로 판매하는 대신 S·M·L 사이즈 체계를 도입했고 조각 치킨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뿌링클 S사이즈 순살 메뉴. 치킨무와 코울슬로는 무제한으로 제공된다./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태국 소비자들은 바삭한 식감과 강한 시즈닝을 선호한다. 기존 후라이드보다 바삭함을 극대화한 '슈퍼 크리스피'가 탄생한 배경이다. 현지 특화 메뉴인 '뿌링클 치킨 스킨(Skin)'과 '뿌링클 치킨 조인트(Joint)'도 눈에 띈다. 태국 현지에서 선호도가 높은 닭껍질과 닭 연골 부위를 활용한 메뉴다. bhc는 대표 메뉴인 뿌링클과 골드킹 외에도 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용 메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bhc치킨 원방콕 매장 직원은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뿌링클 슈퍼 크리스피'"라며 "바삭한 식감에 달콤한 뿌링클 맛이 더해져 테이블마다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단골 메뉴"라고 설명했다.

치킨집이야, 한식당이야?

현지에서 맛본 치킨은 한국 bhc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태국 한정 메뉴인 '슈퍼 크리스피'는 이름 그대로 튀김옷의 식감을 극대화해 씹는 맛을 살렸다. '뿌링클 핫 슈퍼 크리스피'는 라임을 곁들여 매콤함과 산미를 동시에 잡았다. 달콤짭짤한 뿌링클 시즈닝은 익숙했지만 맛의 강도는 훨씬 직관적이었다.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자극적인 풍미를 강화했다.

화이트 트러플을 활용한 치킨과 사이드 메뉴도 눈에 띄었다. 진한 화이트 트러플 향이 고급스럽게 배어 있었다. 치킨 메뉴에는 팝콘을 함께 올려 스낵처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태국 현지 외식업계 특유의 재미 요소를 적극 반영한 셈이다.

뿌링클 핫 슈퍼 크리스피(왼쪽)와 화이트 트러플 치킨/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메뉴판 곳곳에서는 한국식 정체성도 묻어났다. 양념치킨은 영어로 'Yangnyeom'이라고 한국식 발음을 그대로 표기했다. 핫후라이드 메뉴에는 'Hot Retro'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순히 한국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식 표현 자체를 현지 소비 경험에 녹여냈다.

치킨 외 한식 메뉴도 대폭 강화했다. 해외에서는 치킨을 간식이나 야식이 아닌 '한 끼 식사'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K푸드 자체에 높은 관심을 두고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 bhc는 떡볶이와 라볶이, 순두부찌개, 잡채, 김치볶음밥, 김치전 등을 함께 구성해 시너지를 냈다. 특히 매콤달콤한 떡볶이는 치킨의 느끼함을 잡아줘 가장 판매량이 높은 찰떡궁합 메뉴로 꼽힌다.

또 태국 전용 메뉴인 'bhc 아메리칸 프라이드 라이스'를 출시해 치킨과 볶음밥을 함께 먹는 현지 식문화를 겨냥했다. 여기에 시원한 '펩시 슬러시'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이 이곳 MZ세대들이 치킨을 즐기는 방식이다. 이 매장의 주 고객층은 15세에서 21세 사이의 젊은 연령대다. 한류 문화와 K팝, K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세대다.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SNS에서 bhc치킨 먹방을 보고 매장을 찾는다.

bhc치킨 원방콕점에서 판매 중인 한식 신메뉴들과 콜라 슬러시/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최근에는 식사 수요를 확실히 잡기 위해 맛초킹·코리안 마라·스프링 어니언(파닭) 치킨 덮밥과 자장면, 김치찌개까지 신메뉴로 추가했다. 사실상 'K푸드 레스토랑'에 가깝게 진화한 셈이다.

bhc치킨 매장 직원은 "원방콕 매장은 지리적 특성상 미국,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치킨'을 체험하기 위해 많이 찾는다"면서도 "하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타깃은 태국 현지인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국인들은 bhc치킨이 '진짜 한국 치킨'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온다"며 "태국 현지 치킨이 주로 짭조름하고 담백하다면, bhc치킨은 한국 특유의 기분 좋은 달콤함과 매콤함이 살아있어 먹을 때마다 특별한 요리를 대접받는 느낌을 준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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