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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동반자로?…네이버와 컬리의 '컬리버' 동맹

  • 2026.05.09(토) 13:00

[주간유통]네이버와 컬리 협업 강화
네이버 추가 지분 투자…김슬아 대표 지분 추월
서로의 약점 메워주는 파트너십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물 만난 물고기

오늘은 약 1800여 년 전으로 돌아가 모처럼 '삼덕' 티를 좀 내 보겠습니다. 서기 208년. 유비가 제갈량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유비와 제갈량은 스무살 차이가 납니다. 당시로서는 아버지와 아들 뻘인 연배였습니다. 그런데 유비는 제갈량을 스무 살 어린 부하가 아닌, 마치 친형제나 스승처럼 대했다고 합니다. 한 침상에서 함께 먹고 자고 할 정도였다고 하죠.

이러니 유비가 처음 몸을 일으킬 때부터 오른팔과 왼팔이었던 관우, 장비가 가만히 있을 리만무합니다. 둘 다 성격이 너그러운 편은 아닙니다. 불편한 티를 냈죠. 연의에서는 대놓고 "나이도 어린 놈이 무슨 재주가 있겠냐"고까지 합니다. 여기서 유비가 동생들을 한 마디로 제압합니다. "내가 공명을 얻음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魚之有水)". 이것이 '수어지교(水魚之交)'의 유래입니다. 

제갈량을 얻어 기뻐하는 유비/사진=중국 드라마 '신삼국'

이전까지 유비는 늘 '브레인'의 부재에 시달려 왔습니다. 무력으로야 천하를 호령하는 관우, 장비, 조운이 있지만 전체 대국을 관장하고 방향성을 설정해 줄 지략가가 없었죠. 그 자리에 형주 최고의 두뇌로 알려진 제갈량은 가장 적합한 인재였습니다. 만나 보니 역시나 유비가 만난 형주의 유력 인사들이 모두 제갈량을 추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반면 제갈량은 똑똑하고 야망이 있었지만 자기가 품은 뜻을 구현해 줄 믿음직한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조조는 이미 반역자에 가까웠고, 유표도 별다를 게 없었습니다. 이미 기반을 갖춘 이들이 20대 청년에게 높은 자리를 줄 것 같지도 않았겠죠. 그런 제갈량에게 인의와 충의, 명성을 갖춘, 그런데 기반은 보잘것 없는 유비가 나타났습니다. 물고기도 물을 만났지만, 물 역시 물고기가 필요했던 겁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중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협업 사례 중 하나가 됩니다. 유비는 죽을 때 제갈량에게 "내 아들(유선)이 부족하면 당신이 내쫓고 주인이 돼라"고 말했고, 제갈량은 이후 후출사표에서 유선에게 "엎드려 몸을 바치고 정성을 다해, 나라를 위해 죽을 때까지 일할 뿐(국궁진췌 사이후이, 鞠躬盡瘁 死而後已)"이라고 화답합니다.

컬리+네이버

다시 2026년으로 돌아와서 기업 간의 협업이 기가 막힌 시너지를 낼 때가 있습니다. 서로의 약점, 혹은 아쉬운 점을 상대 기업이 채워줄 수 있을 때 양 사의 협업은 빛이 납니다. 최근에도 그런 사례가 하나 보입니다. 바로 네이버와 컬리의 연합입니다. 

컬리는 늘 '확장'에 굶주려 왔습니다. '신선식품'과 '직접 새벽배송'을 핵심 서비스로 갖고 있는 만큼 여력을 넘는 확장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컬리의 매출은 2조3671억원으로 2022년 첫 2조원 돌파 후 4년째 2조원 초반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같은 기간 쿠팡은 매출을 26조원에서 49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죠. 

컬리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네이버(쇼핑)는 반대로 이 '신선식품'과 '새벽배송'이 문제였습니다. 네이버쇼핑의 강점은 압도적인 이용자 수에서 오는 오픈마켓의 광활함입니다. 반대로 직접 상품을 매입하고 관리하며 배송해야 하는 신선 이커머스는 손대기 어려운 분야였죠.

유비와 제갈량에게 조조, 그리고 위나라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듯 네이버와 컬리에도 공동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쿠팡입니다. 네이버는 쿠팡과 이커머스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자입니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는 컬리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네이버와 컬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손을 잡았습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가 입점해 신선식품·특화상품읋 판매하기로 한 겁니다. 바로 '컬리N마트'입니다. 네이버는 컬리의 MD들이 엄선한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팔 수 있고, 컬리는 네이버라는 '빅 채널'을 판매 루트로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두 기업의 만남에 '수어지교'를 갖다 붙일 만합니다.

이 협업의 끝은

컬리에 따르면 컬리N마트는 9월 론칭 이후 매달 거래액이 50% 이상 늘어나고 있습니다. 1월 거래엑은 첫 달 대비 7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분기별 매출을 보면 지난해 1분기 5807억원, 2분기 5787억원, 3분기 5787억원으로 거의 증감이 없다가 컬리N마트가 본격 가동된 4분기엔 629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네이버 효과'입니다.

컬리N마트의 성과에 네이버도 고무된 것 같습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컬리의 지분을 매입했는데요. 이번 주에 또 한 차례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컬리의 330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컬리 지분 1.1%를 추가 매입했습니다. 이제 네이버가 확보한 컬리의 지분율은 6.2%로 김슬아 컬리 대표를 앞섭니다. 컬리와의 관계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시그널입니다.

네이버에 연 컬리 스토어 '컬리N마트'/사진=컬리

두고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컬리N마트의 매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컬리는 네이버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외형 확장을 위해선 컬리N마트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컬리N마트를 성장시키면서도 '컬리' 채널의 차별성을 유지하는 게 컬리의 숙제입니다.

네이버는 컬리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네이버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를 2조8000억원으로 인정했습니다. 2023년 앵커PE가 1200억원을 투자할 때 인정한 몸값과 같은데요. 그 사이 컬리는 IPO와 흑자전환에 실패하며 기업가치가 1조원 미만으로 떨어졌단 평가를 받았죠.

하지만 네이버가 다시 컬리를 '2.8조 기업'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앞으로도 네이버가 '컬리N마트'를 키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유비와 제갈량은 자신이 갖지 못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서로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2000년 후에도 이름을 남기는 '영혼의 콤비'가 됐습니다. 컬리와 네이버는 어떨까요. 공동의 적인 '쿠팡'을 무찌르기 위해 잠시 손을 잡은 것뿐일까요. 아니면 이커머스의 역사를 바꿀 '신의 한 수'로 이름을 남길까요. 아직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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