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빠르다 빨라
"라떼는~"이라는 표현이 놀림거리가 된 지 오래지만, 정말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 한 번 유행이 되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간 사랑받았다. 80년대 출시돼 아직도 '1등 라면'인 신라면을 보라. 맛이 바뀌었다고 하는 불평도 많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가장 먼저 신라면을 찾는다.
그렇게 먼 예를 들지 않더라도, 10여 년 전 허니버터칩 열풍 때도 1년 이상 인기가 이어졌다. 열풍이 사그라든 지금도 허니버터칩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잠깐 타이밍을 놓치면 유행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전국민이 열광하던 '두쫀쿠'를 찾는 곳은 이제 늘 두 발 늦는 대기업들 뿐이다.
하지만 대중은 '공백'을 싫어한다. 두쫀쿠가 사라졌다면 그 자리를 비울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번엔 '봄동 비빔밥'이었다. 두쫀쿠 때만 해도 식감이 어떻고 디저트 문화가 이렇고 하는 '분석'이 있었지만 이번엔 그런 것도 없다. 무려 18년 전에 찍은 '1박2일'의 강호동 먹방이 봄동 비빔밥의 인기를 이끌었다고 할 정도다.
그래도 이유를 찾아 보자면, 봄동은 '한정판' 채소다. 어느 채소가 안 그렇겠냐만은 봄동은 유독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짧다. 김치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도 봄동 김치는 놓치기가 일쑤다. 다른 김치처럼 오래 보관할 수도 없다. 가볍게 무쳐 바로 먹는 겉절이라서다. 갖다 붙이자면 '숏츠 김치'같은 느낌이다. 제철 음식을 즐기자는 '제철코어'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물론 '맛'은 기본이다.
대기업들은 이렇게 빠른 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렵다. 트렌드를 감지하고 제품을 출시하는 데만 몇 개월이 걸릴 때도 많다. 그래서 1월 초에 '봄동 겉절이'를 내놓은 대상 종가의 판단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종가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을까. 두쫀쿠는 유행이 다 지나서야 먹어보게 됐는데, 봄동 비빔밥은 막차라도 타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종가의 봄동 겉절이를 이용한 '봄동 비빔밥'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얻어걸린 게 아니다
'봄동 코인'의 최대 수혜주는 대상이다. 대상은 지난 1월 초 한정판 별미 김치 '종가 봄동 겉절이'를 출시해 두 달 동안 2만개를 팔아치웠다. 이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봄동 트렌드가 떠오르자 부랴부랴 출시한 '코인 탑승' 사례도 아니다. 꾸준히 다양한 김치를 선보이며 다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려는 노력의 부산물이다.
실제로 대상은 그간 일반적인 김장김치와 총각김치 등 외에도 다양한 별미 김치를 선보여 왔다. 지난해엔 나박물김치에 오이를 더한 '오이나박물김치'를 선보였고 그날그날 만들어 판매하는 '배추겉절이'도 상시 제품으로 출시했다.
이런 별미 김치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올해 초엔 대표적인 봄맞이 채소인 봄동을 이용한 봄동겉절이를 내놨다. 굳이 따지자면 '봄동 코인'을 탄 게 아니라 봄동의 인기를 주도했다고 볼 수도 있다.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봄동을 구매해 직접 양념을 해 겉절이를 만들면 최고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집이 많다. 겉절이에 필수인 액젓이나 고춧가루가 없는 1인 가구도 많다. 이럴 때 구매 후 바로 꺼내 밥만 비비면 되는 봄동 겉절이 제품은 쉽게 '제철'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 된다.
종가의 봄동 겉절이는 100% 국내산 봄동을 갓 만든 양념에 버무린 제품이다. 바로 먹으면 봄동 본연의 신선한 맛 그대로 달큰고소한 맛을, 약간의 숙성을 거치면 시원한 감칠맛까지 느낄 수 있게 양념했다는 설명이다. 주재료인 봄동은 물론, 고춧가루나 마늘 등 모든 부재료 역시 100% 우리 농산물만을 엄선했다. 자식을 향한 사랑을 버무린 '엄마표 봄동'만은 못하겠지만, 대체재로는 이만한 게 없다.
나도 먹어봤다구
봄동 비빔밥은 어떻게 두쫀쿠를 밀어내고 2026년의 첫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게 됐을까. 그 시작은 알 수는 없지만 직접 먹어보면 인기 이유의 끝자락 정도는 잡고 늘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품절. 이미 봄동이 유행한 지 한참이라, 주문할라치면 이미 품절인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봄동 겉절이는 매일 만들어 파는 상품. 재고가 채워질 때를 노려 주문에 성공했다. 그리하여 봄이 오기 직전, 종가의 봄동 겉절이로 만든 '봄동 비빔밥'을 먹어볼 수 있었다.
직접 만든 봄동 비빔밥보다 종가 봄동 비빔밥이 좋은 게 하나 있다. 손이 덜 간다는 점이다. 봄동을 사서 물에 씻고 양념에 무쳐 먹는 건 간단하면서도 손이 꽤 가는 일이다. 평소에 요리를 하지 않던 사람이라면 액젓이나 고춧가루 등의 분량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비해 종가 봄동 겉절이는 밥 위에 겉절이를 꺼내 올리기만 하면 끝이다. 밥도 즉석밥을 이용하면 준비 시간은 딱 2분이다.
'엄마표 봄동'이 없어 맛을 비교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합격점을 줄 만하다. 시원한 봄동은 무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삭함이 살아있고 양념도 너무 달거나 짜지 않고 밥에 비벼 먹기 딱 좋다. 계란 하나 올리고 참기름만 살짝 두르면 더할나위없다. 꼭 트렌디하게 밥을 비벼 먹지 않더라도 그냥 밥반찬으로도 좋다.
1.1㎏에 2만1890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다. 일반적인 포기김치가 ㎏당 1만원 안팎, 대용량 구매 시 ㎏당 6000원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비싼 김치다. 다만 미리 담갔다가 판매하는 김치류와 달리 겉절이는 그날그날 판매할 양을 만드는 '당일 제조 김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일반 김치로 만든 '김치 겉절이'도 봄동 겉절이와 비슷한 가격대였다. 기자가 지난 6일 주문해 구매한 봄동 겉절이도 3월 4일 제조된 제품이었다.
봄동 비빔밥의 유행은 기존의 두쫀쿠나 탕후루, 소금빵 열풍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앞선 유행 제품들이 인기를 틈타 폭리를 취하기도 하고 품귀 현상이 길어지기도 했던 반면 봄동의 경우 그런 전철을 밟기 어렵다. 무쳐서 바로 먹어야 하고 신선도가 중요한 봄동의 특성상 사재기를 통한 물량 조절이 어렵고, 봄이 지나면 생산 자체가 되지 않아 긴 유행이 되기도 어렵다. '제철코어'의 특징이다.
사실 옛날에는 원래 모든 음식이 '제철코어'였다. 연초에는 겨우내 말려 둔 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고 봄에는 봄동을 무쳐 먹었다. 여름엔 수박을 쪼개고 옥수수를 쪘다. 어쩌면 유행이라는 게 돌고돌다 못해 다시 '제철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진리에 도달한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