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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광고]30년째 '국물이 끝~내주는' 그 우동

  • 2026.03.29(일) 13:00

농심 생생우동 광고…영상 대부분을 먹는 모습으로 채워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멘트는 유행어로 자리잡아
당시 드물었던 생면+액상스프 조합…독보적 지위 유지

그래픽=비즈워치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프리미엄 면'의 원조

흰 배경의 창문이 겨울임을 짐작케 하는 방 안. 한 여성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우동 한 젓가락을 집어들고 먹는다. 면을 먹었으면 다음은 당연히 국물을 마실 차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국물을 호록 마시고 난 뒤 그 유명한 한 마디가 등장한다. "국물이, 국물이 끝~내줘요"

1980년대 내내 경쟁해 왔던 농심과 삼양식품의 라면 전쟁은 농심이 안성탕면과 너구리, 육개장, 신라면, 짜파게티 등 '1000억 브랜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종료됐습니다. 1980년대 말 이미 양사의 시장 점유율은 더블 스코어를 넘어섰죠. 농심의 독주 체제가 이 때부터 시작된 셈입니다. 

라면 시장에서의 경쟁을 마무리한 농심은 90년대 들어 새로운 시도에 나섭니다. 튀기지 않은 '생면'을 이용한 제품을 내놓은 겁니다. 1994년 출시한 '생생라면'으로 일본에서는 보편화된 '생라멘'을 한국식 국물에 도입했죠.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익숙하지 않은데다 기존 라면보다 몇 배 이상 비싼 생라면에 지갑을 열지 않았습니다.

농심 생생우동/사진=농심 홈페이지

하지만 농심은 '생면'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듬해 아예 국물까지 일본 우동식으로 바꾼 '생생우동'을 출시합니다. 농심은 앞서 너구리(1982년), 튀김우동(1990년) 등 우동을 모티브로 한 제품들을 내놨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동 느낌의 라면'이었죠. 가쓰오부시 국물에 굵은 생면을 넣은 '진짜 우동'은 처음이었습니다.

생생우동은 라면 한 봉지에 400~500원 하던 1990년대에 1000원이 넘는 고가로 출시됐습니다. 생면을 이용한 데다, 당시엔 드물었던 액상스프까지 들어 있으니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었죠. 지금도 생생우동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한 봉지 2000원이 넘는 '프리미엄 면'입니다. 지금 유행 중인 프리미엄 라면의 원조 격이라고 할 만하죠. 스프나 건더기를 조금 보강하고는 '프리미엄'이라고 외치는 라면들보다 '생면'을 넣은 이 제품이야말로 진짜 '프리미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끝~내줬던 광고

생생우동의 인기엔 광고도 한 몫, 아니 세네 몫을 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도톰한 우동면을 한 입 하고 뜨끈한 국물을 마신 뒤 외치는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멘트는 시대의 유행어가 됐습니다. 장소와 상황을 불문하고 맛있는 국물을 마시면 "국물이, 국물이 끝~내줘요"하고 외치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 됐죠. 이후로도 생생우동의 광고엔 이 멘트가 절대로 빠지지 않습니다.

유행어를 제외하고도 이 광고는 참 잘 만든 광고입니다. 이 짧은 20초짜리 광고에 생생우동이 알리고 싶은 두 가지 특징인 통통하고 촉촉한 생면과 가쓰오부시로 만든 맑은 국물을 모두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멘트 사이에 달, 개구리 등 다양한 캐릭터가 침을 꼴깍 삼키는 모습을 넣어 광고를 보는 시청자도 자연스럽게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연출도 훌륭합니다. 

특히 생생우동은 '겨울' 하면 생각나는 제품으로도 유명합니다. 론칭 광고 때부터 꾸준히 '겨울에 먹는 면요리'를 콘셉트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으로 겨울임을 보여주기보다는 눈이 내린 창 밖의 풍경이나 바람소리 등으로 겨울을 떠올리게 만들고, 배우가 따뜻한 국물을 들이켜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죠. 광고 하나로 한 계절을 사로잡은 셈입니다.

광고가 좋으면 제품만 뜨는 게 아닙니다. 생생우동 광고를 찍을 때만 해도 무명 탤런트였던 김현주는 이 광고에서 전국민의 눈에 띄었고 이후 우리가 아는 '대배우'로 발돋움합니다. 2003년엔 무명의 배우 조여정을 새 모델로 발탁했는데요. 이듬해부터 조여정은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활약을 펼치며 또 한 명의 '대배우'로 성장합니다. 

모디슈머 필수품

튀긴 라면 한 봉지도 2000원이 넘고, 전문점 수준의 국물과 건더기를 넣은 프리미엄 생우동들이 대형마트에 넘쳐나는 2020년대에도 생생우동은 확고한 자신만의 지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맛없는 우동집 리뷰에는 빠짐없이 "차라리 생생우동이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대한민국 우동 맛의 기준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최근엔 기성 제품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해 '나만의 요리'를 만드는 모디슈머 트렌드가 퍼지면서 생생우동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기도 합니다. 생면과 간장 베이스의 국물은 어떤 부재료를 더해도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생생우동에 어묵을 더해 어묵우동을 만드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물을 넣지 않고 볶음우동을 만들거나 떡볶이 소스를 이용한 우동볶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농심 생생우동/사진=농심 홈페이지

사실 농심도 생면을 이용한 '생생' 시리즈를 꽤 많이 내놨습니다. 1999년 떡볶이를 시작으로 짬뽕, 칼국수에 파스타까지 선보였었죠. 다만 생생우동 마니아들의 아이디어엔 미치지 못했는지, 지금은 생생우동 2종과 볶음우동인 생생야끼우동 2종, 생생납작떡볶이면 등 5종만 운영 중입니다. 대신 홈페이지에 30여 가지 레시피를 소개하며 소비자들의 '창작'을 돕고 있습니다.

생생우동도 어느덧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장수 브랜드가 됐습니다. 잘 만든 광고 하나가 한 제품을 수십년 먹여 살린 셈입니다. 30년 전에 제가 뭘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30년 묵은 광고 하나가 아직까지도 '생생우동'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라니. 그때 그 광고, 정말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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