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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발전설비 진출 시계 앞당긴 두산에너빌…확실한 입지 다지려면

  • 2026.03.24(화) 07:30

두산에너빌, 반년 새 연이어 美 발전설비 수출 계약
AI 인프라 확대 '붐'에 '끈기' 있는 투자 더해진 성과
신뢰 다지기 고민…캐파·장기유지보수 능력 입증해야

두산에너빌리티가 최근 연이어 미국 시장에 발전설비 공급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발주처들이 제품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발전설비 사업 특성 상 결코 쉽지 않은 벽을 뚫어낸 것인데 미국 진출 시계가 10년이나 앞당겨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같은 성과는 AI(인공지능) 붐으로 인한 전력시장 수요 확대가 결정적 촉매가 된 가운데 그간 끈기 있게 투자를 지속해온 뚝심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다만 기존 선두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긴 일시적인 기회란 분석도 있어 선두주자들의 수급 공백이 다시 채워지기 전 입지를 제대로 다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380MW급 가스터빈 제품./사진=두산에너빌리티

미국 벽 넘은 두산에너빌…'끈기' 있는 투자 덕에 AI붐 올라타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0월 미국 빅테크 기업에게 가스터빈 2기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을 미국에 수출한 건 당시가 최초였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이후 과정은 매끄러웠다. 같은해 12월에는 가스터빈 3기 추가 수출 계약을 맺었고 올해 3월에는 7기의 추가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아울러 같은달 처음으로 스팀터빈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불과 반년 사이 연이은 대형 계약을 체결한 셈이다. 

미국 시장에 가스터빈이나 스팀터빈 같은 발전설비 수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발전설비의 경우 자체 기술적 역량을 갖춤과 동시에 긴 시간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쌓아온 기업 간 신뢰가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보수적인 시장이어서다. 일례로 가스터빈의 경우 1500℃라는 극한 환경을 견디면서  1분에 수천번 이상 고속 회전을 해야 제 기능을 한다. 이런 이유로 그간 미국 대형 발전용 터빈 시장은 GE(제너럴 일렉트릭), 지멘스 에너지, 미쓰비시 중공업 등 3개 기업이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을 형성했다. 

연이은 성과 비결로는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AI인프라 투자 붐으로 인한 막대한 전력 수요로 인해 발전설비 수요 역시 덩달아 크게 늘어난 것이 첫번째다. 기존에 시장을 점유하던 기업들이 신규 계약을 받을 여력이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두산에너빌리티에도 기회가 왔다는 거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AI붐이 두산에너빌리티의 미국 진출 시계를 10년 앞당겼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가스터빈에 이어 스팀터빈까지 수출에 성공한 것 역시 AI 인프라 확대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팀터빈은 가스터빈 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활용해 추가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로 복합발전 효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장비다. 데이터센터향 전력 공급에서 효율성과 납기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의 가치가 더욱 커졌는데, AI인프라 확대 붐이 이를 위한 검증 시간을 단축해준 셈이다. 

또다른 요인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뚝심'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3년 발전소용 가스터빈(H급) 등에 대한 개발을 시작한 이후 2019년에 독자 개발에 성공, 2023년에는 상업화에 성공했다.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5번째로 자체 기술을 통해 H급 가스터빈을 생산하게 됐다. 이 기간동안 들어간 투자금 규모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꿔말하면 그간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그룹에 아픈 손가락이었다는 얘기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 개발을 시작한 이후 두산그룹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 등으로 인해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했고 두산인프라코어 같은 핵심 계열사와 그룹의 상징인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매각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터빈 부분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얻어낸 '고진감래'의 결과물인 셈이다. 일회성 호재 우려 남아…장기보수능력 등 키워야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과제도 많다. 이번 수주가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대안' 성격, 즉 일회성 호재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평가다.

현재 미국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지속적인 발전 설비 확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GE, 지멘스 에너지, 미쓰비시 중공업 등은 생산 능력(CAPA) 강화를 위한 대규모 증설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납기 여력이 회복되면 최근 6개월처럼 두산에너빌리티에 우호적인 상황이 반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AI 인프라발 수요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발전 사업자들의 수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진짜' 미국 진출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생산 역량을 비교해 보면 선두주자들의 병목 현상 해소 이후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의 가스터빈 생산 능력은 연간 약 8기 수준이다. 2028년까지 이를 12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당장의 수주 물량 소화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주요 경쟁사에 비하면 여전히 체급 차이가 크다. GE의 경우 연간 70~80기 수준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쓰비시 중공업 역시 연간 50기 이상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단숨에 따라잡기는 어렵더라도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추가 설비 증설을 고민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생산 능력 확대 못지않게 미국 내 유지보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핵심 과제다. 발전 설비 비즈니스는 설치 이후 장기간 가동하며 진행하는 정비 서비스에서 '진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길게는 2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유지보수계약(LTSA)에서 훨씬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자회사 DTS(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를 통해 현지 서비스 역량을 강화 중이지만 경쟁사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DTS는 2017년 두산이 인수한 가스터빈 수리 전문 회사다. 그간 GE나 지멘스 등의 타사 터빈 정비 경험은 풍부하게 쌓아왔지만 두산의 최신 독자 가스터빈 모델에 대한 장기 운영 및 정비 역량은 검증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 있는 DTS 거점이 이번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맞지만 두산 자체 설비에 대한 DTS의 통합 정비 능력은 아직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아직까지는 현지 거점 보유 외에 뚜렷한 비교 우위를 점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두산의 설비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 설치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인프라로 이를 모두 커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진정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 내 DTS의 존재감과 서비스 체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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