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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투부터 반도체까지 '줄줄이 흔들'…나프타가 뭐길래?

  • 2026.04.19(일) 15:00

[테크따라잡기]
에틸렌·프로필렌 출발점…나프타가 그리는 산업 지도
공장가동률 50~60% 추락…불가항력 선언 잇따라
정부 대응 총력전…현장 체감까지는 시간 변수

'나프타' 수급 절벽으로 공장이 멈추고 생활용품 가격까지 들썩일 수 있다는 경고가 연일 나옵니다. 옷·비닐봉지·배달 용기·자동차 부품에 이어 반도체까지. 우리가 매일 쓰는 물건들, 사실은 모두 나프타에서 시작됩니다. 도대체 이 원료가 뭐길래 산업 전체를 흔드는 걸까요.

'대체 불가' 원료의 정체

원유 분별증류에 따른 석유제품./자료=SK이노베이션 뉴스룸

나프타는 원유를 끓여 성분을 나누는 '분별증류'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막걸리를 끓여 소주를 뽑아내는 과정과 비슷하죠. 원유를 가열하면 끓는점이 낮은 성분부터 기체로 변해 분리되는데요. 이때 LPG·휘발유·나프타·등유·경유 등 순으로 차례로 나옵니다.

이렇게 얻은 나프타를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다시 쪼개면 에틸렌과 프로필렌 같은 기초 화학 원료가 만들어집니다. 이 원료들이 플라스틱·섬유·고무 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자동차·전자·반도체까지 거의 모든 제조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 에틸렌 → 비닐·포장재
* 프로필렌 → 가전제품·자동차 부품
* 부타디엔 → 타이어
* 방향족(BTX) → 옷·화학소재

나프타는 '원유→기초원료→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산업 사슬의 출발점인 셈이죠. 업계에서는 나프타를 '석유화학의 쌀'이라고도 부릅니다. 쌀이 없으면 식탁이 멈추듯 나프타가 부족해지면 산업도 멈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프타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대체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LPG나 에탄 같은 대체 원료가 있긴 하지만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비용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나프타처럼 다양한 화학제품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범용성은 아직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금(金)프타' 쇼크 오나

일상과 가까운 석유화학 제품./자료=SK이노베이션 뉴스룸

문제는 이 나프타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업계에서는 '금(金)프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나프타를 가공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세계 4위권 석유화학 강국입니다. 다만 필요한 나프타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이 중 약 70%가 중동에서 들어옵니다. 특히 나프타 도입 물량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인 만큼 이 길이 흔들리면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공급이 막히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여천NCC에 이어 한화토탈에너지스까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공장 가동률도 50~6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LG화학은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 롯데케미칼은 정비 일정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나프타 부족은 단순히 공장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플라스틱 용기·의류·타이어·전자제품 등 거의 모든 제품의 원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공급 차질이 길어질 경우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정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석유화학 업계와 협력해 나프타의 신속한 도입과 국내 공급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부는 지난 10일 나프타 수입 지원을 위해 67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이를 통해 기업들의 원료 확보 여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중동 특사 파견을 통해 최대 210만톤 규모 나프타도 확보했는데요. 해당 물량은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도입돼 생산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다만 실제 물량이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죠. 단기적인 수급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정부가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에 대해 매점매석을 금지한 것도 이러한 연쇄 영향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그 사이 기업들은 감산과 재고 소진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일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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