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도출한 '2주 휴전'이 하루 만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사 충돌은 일단 멈췄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중동 내 대리전 충돌이 재점화되면서 국제 에너지 질서 및 원유 공급망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9일(현지시각) 양측은 휴전 합의 직후부터 상대방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은 "이란이 약속대로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 개방하지 않을 경우 휴전을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했고,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미 합의를 어겼다"고 반발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면서 갈등은 사실상 확전 국면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갈등의 초점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옮겨붙었다. 이란은 휴전 국면에서도 해협 통제권을 사실상 장악하며 선박 통행을 제한하고 통행료 부과까지 추진하고 있다. 하루 100척 이상이 오가던 해협 통과 선박은 최근 한 자릿수로 급감, 일부 선박에는 사전 승인과 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법상 '자연 해협'에는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으나 이란은 군사적 통제력을 바탕으로 '사실상의 관세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통행 조건도 정치적으로 차등화되고 있다. △이란산 석유를 운송하는 선박은 무료 △우호국은 일부 비용 △미국·이스라엘 연계국은 통과 금지라는 구조다. 초대형 유조선(VLCC)의 경우 최대 200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부과될 수 있어 글로벌 해운·정유업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협을 둘러싼 '통행료 모델'이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에너지 패권 구조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변수 하나를 더 얹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미국과 이란이 공동으로 징수하는 '합작 사업' 구상을 언급했다. 해협 관리와 수익 구조에 미국이 일정 부분 관여하는 시나리오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이란의 통제권을 사실상 인정하는 신호"라는 해석과 "해협 안정화를 위한 현실적 접근"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에너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고 정부의 최고가격제에도 상승 압력은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이다. 휘발유 역시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며 고유가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휴전 기대에 일시 하락했으나 해협 봉쇄 및 통행료 부과 가능성이 부각되며 변동성이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이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상승 압력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행료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정유업계 부담은 연간 1조원을 웃돌고 소비자 가격 역시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각국도 대응에 나섰다. 일본은 비축유 추가 방출을 검토하며 공급 안정에 나섰고 미국산 원유 도입과 우회 수송 경로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협 통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군사 충돌은 잠시 멈췄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비용 구조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이제부터가 본격"이라며 "국제유가와 공급망, 나아가 글로벌 경제 전반이 이 협상의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이번 휴전을 계기로 첫 공식 종전 협상에 착수한다. 백악관은 양국 간 첫 회담이 오는 11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JD 밴스 부통령·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협상단을 이슬라마바드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어 "첫 회담은 현지시각 11일 오전 열릴 예정이며 양측 간 대면 협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