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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에서 '버터떡'까지…소상공인은 웁니다

  • 2026.04.18(토) 13:00

[주간유통]디저트 트렌드 변화 주기 빨라져
대기업은 '트렌드 전담팀' 만들어 대응
소상공인들은 트렌드 따르기 어려운 상황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버터떡 아니었어?

지난달 초의 일입니다. 점심 시간에 지인을 만나 함께 식사를 하는데, 요즘 이 음식이 트렌드라며 선물을 해 줬습니다. 상자를 열기 전부터 고소한 냄새가 풍겨 왔죠. 바로 '상하이 버터떡'이었습니다. 두쫀쿠 다음은 버터떡이라는 기사가 한창 쏟아져나오던 시점이었습니다. 저에겐 인생 첫 버터떡이었죠. 

두쫀쿠 열풍도 간신히 따라갔는데, 이번엔 버터떡에 대해 또 공부를 해봐야 하나 싶었습니다. 두쫀쿠는 쿠키라면서 떡 같았는데, 버터떡은 떡이라면서 쿠키 같이 생긴 것이 정신이 없었습니다. 버터떡 만드는 법, 버터떡의 유래 등등에 대해 공부하며 열심히 트렌드를 따라갔는데, '그러나 이 내용이 기사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버터떡 열풍이 그새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버터떡 열풍을 누른 건 '봄동비빔밥'이었습니다. 이른 봄에 봄동이 제철인 거야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 때부터 그랬던 건데, 왜 갑자기 봄동비빔밥이 유행을 탄 걸까요. 일각에선 KBS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봄동비빔밥을 먹는 영상이 바이럴되며 유행이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대상 종가의 '봄동겉절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개인적으론 앞뒤가 바뀐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영상은 거의 20년 전 영상이거든요. 반대로 봄동비빔밥이 이슈가 되니 사람들이 옛날 영상까지 발굴해 냈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봄동비빔밥이 유행이라 해서 급히 봄동을 사다 비빔밥도 해 먹었습니다. 
    
물론 봄동 트렌드는 짧디짧은 봄동 철이 끝나자마자 사라졌습니다. 요즘은 날이 따뜻해지면서 시원한 '우베 라떼'가 이슈몰이를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의 [주간유통] 주제가 저의 이슈 파이팅이냐구요. 아닙니다. 오늘의 주제는 '너무나 빨리 바뀌는 트렌드'입니다.

눈보다 빠른, 손보다 빠른 트렌드

최근 식품·외식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뀐다"는 겁니다. 뭔가 하나가 뜨고 있다고 해서 따라가려고 해 보면 이미 한 발 늦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죠. 그렇다고 유행을 무시하고 '내 갈 길'만 가기도 어렵습니다. 단숨에 '뒤처진 기업'이 됩니다.

이렇다보니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의 기업들은 저마다 '트렌드 연구팀'을 만들어 운영 중입니다. 20대가 주축이 돼 SNS나 커뮤니티 등을 연구하며 어떤 제품이 다음 트렌드로 떠오를 지 조사하는 겁니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한정판'으로 시장에 내놔 테스트를 하고, 반응이 좋으면 상시 제품으로 전환하는 식입니다.

CU가 업계 최초로 버터떡을 출시했다./사진=BGF리테일

효과도 꽤 좋습니다. 대기업이 만들기 시작하면 유행은 끝났다는 말도 옛말이 됐습니다. '이게 유행이라던데?'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제품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버터떡의 경우 2월 하순쯤 SNS에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CU가 3월 16일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제품을 내놨습니다. 유행에 둔감한 사람이라면 "버터떡이 뭔데?"라는 말이 나올 시점입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핫'해지기 시작했다는 '우베 라떼'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썸플레이스가 국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중 처음으로 우베 라떼를 내놨는데요. 저는 최근 투썸플레이스에 방문한 뒤에야 '우베'라는 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가랑이 찢어진다

문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입니다. 이전에는 이런 '트렌디'한 식재료를 소형 카페나 베이커리가 가장 먼저 도입하고 인기를 끌었죠. 두쫀쿠 때만 해도 '원조' 매장과 초창기에 두쫀쿠를 내놨던 곳들이 열풍을 선도했습니다. 소형 점포들은 제조·판매 수량이 적고 의사결정이 빨라 트렌드를 캐치하면 대기업보다 빠르게 제품화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트렌드 변화 주기가 연, 분기가 아닌 월 단위로 짧아지면서 오히려 트렌드를 따라가기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장 먼저 트렌드에 올라타는 퍼스트 무버가 아니라면 유행에 따라붙는 순간 다음 유행이 시작되고, 재고 부담만 떠안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대기업이야 여러 '트렌드 제품' 중 한두 개만 성공시켜도 수백만 개 이상을 팔아치우며 이전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한 번의 실패가 곧 폐업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SNS에서 유머 글처럼 돌았던 '두쫀쿠 전문점' 사진은 발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소상공인의 현실을 보여주는 풍자이기도 합니다. 

마땅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기업에 '트렌디한 제품을 만들지 말라'할 수도 없고요. 자연 발생하는 트렌드를 억누를 수도 없는 일입니다. 숏폼의 시대에 유행도 '숏'한 건 너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발상의 전환'입니다. 트렌드가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갈 수 없다는 건, 그만큼 트렌드가 빨리 저문다는 겁니다. 잠깐이면 지나갈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서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는 가치를 지키는 게 나은 선택일 겁니다. 트렌드는 짧지만, 클래식은 영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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