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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축유 두 달 남았다" 정유 4사, 중남미 원유 카드 '저울질'

  • 2026.05.08(금) 17:06

중동 의존 70% 굴레 탈피…중남미 등으로 공급망 다변화
전세계 재고 2억 배럴 급감, 한 달 뒤 유가 폭등 '데드라인'
비축유 208일치 쌓였다는데…실사용량 따져보면 68일 불과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 수급 위기에 대응해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산 원유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며 공급망 다변화 검토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타결 시사로 종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원유가 들어오기까지 한 달가량의 물류 시차가 발생하는데다 중동 리스크 재발에 대비한 플랜B 카드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중남미산 원유의 경우 정제 과정이 워낙 까다로워 실제 활용 가능성 등은 변수로 꼽힌다.  

"싸긴 싼데…"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카리브 지역 원유 도입을 위한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실제 도입의 성패는 국내 정제 설비와의 기술적 적합성 검토 결과에 달렸다.

정유사들이 기술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중남미 원유를 검토하는 이유는 경제적 실익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산 등 중남미 원유는 중동보다 거리가 멀어 운송비 부담이 크지만 원유 가격 자체가 매우 낮게 형성돼 있어 고유가 국면에서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생산 시설 복구와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려 중동 원유 가격이 단기간에 하락하기 어렵다는 점도 수입선 다변화 카드를 꺼낸 이유다.

다만 유종 간의 뚜렷한 특성 차이가 뚜렷해 중남미 원유를 현장에 곧장 투입하기에 앞서 이를 먼저 극복해야 한다. 원유는 경질유·중질유·초중질유로 나뉘는데, 베네수엘라산은 마치 갯벌처럼 점도가 매우 높은 초중질유로 분류된다. 밀도와 점성이 낮아 정제하기 쉽고 휘발유 생산에 유리한 미국산 경질유나 경유 생산 비중이 높은 중동산 중질유와 비교해 정제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수출 시점부터 미국산 경질유를 섞어 묽게 만든 뒤 유조선에 싣는 과정을 거친다. 국내 정유사 역시 이를 도입할 경우 공장에 투입하기 전 추가로 블렌딩(혼합) 작업을 한 번 더 수행해야 한다.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된 국내 설비에 초중질유를 그대로 넣으면 높은 황 함량과 금속 불순물로 인해 설비 부식이 발생하거나 제품 생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원유 재고 8년 내 최저치...석유 안보의 민낯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원유 운반선./사진=HD현대

정유사들이 기술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플랜 B 확보에 나선 것은 글로벌 수급 상황이 그만큼 절박해서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S&P 글로벌 에너지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약 2억 배럴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고유가 여파로 사상 최대치인 하루 500만 배럴의 수요가 급감했음에도 공급 감소 속도가 이를 압도한 결과다. 이번 통계는 정부와 기업의 보유분뿐 아니라 해상 유조선 물량까지 포함한 수치로, 전문가들은 실제 즉시 사용 가능한 물량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이러한 흐름을 두고 글로벌 원유 재고가 최근 8년 내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휘발유·디젤 등 석유제품 재고가 약 45일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이르면 4주 뒤 유가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는 '오일 쇼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 상황이다.

국내 석유 안보 수치도 실제 사용량에 비춰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한국 비축유는 약 208일분으로 세계 6위권이지만 이는 석유제품 수출을 제외한 내수 소비만을 가정한 수치다. 석유제품 수출까지 포함해 평상시 공장을 가동할 경우 실제 버틸 수 있는 기간인 석유비축 지속 일수는 약 68일로 짧아진다. 70%에 육박하는 중동 의존도를 고려할 때 봉쇄 장기화에 따른 선제적 대비가 필수적인 시점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파괴된 시설 복구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려 유가가 곧장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기술적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수출 시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국내 정유사들로서는 피할 수 없는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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