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정부와 노동당국까지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최후 협상' 국면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다만 노조는 여전히 총파업 강행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 내부 갈등까지 격화하면서 파업 리스크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이날 경기지방고용노동청 김도형 청장과 면담 및 노사정 미팅을 진행한 뒤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총파업 예고 이후 약 50일 만에 다시 공식 협상 국면이 열린 셈이다.
사후조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조정 종료 이후에도 노사 동의를 바탕으로 중앙노동위원회가 다시 중재에 나서는 절차다. 삼성전자 노사는 앞서 2~3월 조정 과정에서 합의에 실패했고 지난 3월 3일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이번 결정에는 노동당국의 적극적인 중재 의지가 작용했다. 노동부는 이날 노사정 미팅에서 "정부 차원에서 교섭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며 사후조정 절차 참여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업노조 역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압박 수위는 유지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조합원이 만족할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조정은 오는 11~12일 이틀간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공개적으로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사장은 전날 임직원 대상 메시지를 통해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며 임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엄중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미래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들도 미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노사는 성과급 체계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회사 측은 기존 성과급 상한 원칙은 유지하되, 특별보상 범위를 확대해 연봉의 50%를 넘는 성과급 지급도 가능하도록 하는 보완안을 제시한 상태다.
또 DS부문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는 경쟁사 수준을 웃도는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7% 인상과 성과급 상한 폐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요구 수용 시 최대 39조 추가 인건비"
파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외부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노조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경우 올해 영업이익이 기존 전망 대비 최대 12%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업이익의 10~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본급을 5% 인상할 경우 최대 39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노조가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엔 생산 차질에 따른 매출 손실 규모만 4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웨이퍼 처리량 감소나 반도체 라인 중단 같은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한편, 노조 내부 갈등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성과급 협상이 DS부문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DX부문 반발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조합원 약 1만7000명을 보유한 2대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전날 초기업노조 측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삼노는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이 DX부문 조합원 의견 수렴 활동을 문제 삼으며 "'교섭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DX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지우려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앞서 3대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 역시 공동투쟁본부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실제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한때 7만7000명을 넘었지만 최근 7만3000명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