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웰컴 투 올리브영"
26일 서울 명동.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영어 인사가 먼저 들렸다. 직원들은 영어·중국어·일본어 국기 배지를 달고 있었다. 번역기를 들고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CJ올리브영의 글로벌 특화 매장 '센트럴 명동 타운' 오픈 첫날 풍경이다.
오전 11시30분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매장 안은 금세 북적였다. 여기저기서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가 뒤섞였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한국어를 듣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명동 매출의 95%가 외국인에서 나온다는 설명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체감했다.
외국인 맞춤 매장
센트럴 명동 타운은 기존 매장과 결이 달랐다. 단순히 규모만 키운 매장이 아니었다. 외국인 고객의 동선과 소비 패턴에 맞춰 구조를 다시 짰다. 올리브영이 운영 중인 138개 글로벌 관광 상권 매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제, 언어, 진열 방식을 전면 재구성했다.
매장은 지상 3개 층, 약 950평 규모다. 성수동 'N성수'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기존 타운 매장과 비교하면 10배 수준이다. 브랜드 1000여 개, 상품 1만5000개가 들어서면서 'K뷰티 백화점' 수준의 밀도를 구현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보이는 건 팝업존과 계산대였다. 오픈 첫날이라 이너뷰티 브랜드 '푸드올로지' 팝업이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너뷰티 수요 증가를 반영한 구성이다. 그 뒤로는 계산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유인 계산대만 22개로 오프라인 매장 기준 최대 규모다. 상품 스캔부터 결제, 포장까지 동선을 줄여 대기 시간을 최소화했다. 실제로 매장 곳곳에서는 캐리어를 끌고 온 고객들이 제품을 쓸어 담고 있었다. 계산대 앞에서는 바구니 두세 개씩 들고 줄을 서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보였다.
2층은 메이크업 중심 공간이다. '럭스 에딧' 코너에는 클리니크, 아베다, 빌리프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선별적으로 배치됐다. 공간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대신 전체 매장은 '잘 나가는 K뷰티'를 더 넓게 보여주는 쪽에 무게를 둔 모습이었다.
외국인 사이에서 입소문 난 브랜드는 따로 모여 있었다. '원정요', '티르티르' 매대에는 고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웨이크메이크와 헬로키티 협업한 익스클루시브 제품은 전국 출시 전 이곳에서 먼저 공개됐다. 해당 제품은 4월부터 전국 매장에 입점한다. 컬러렌즈 브랜드 '하파 크리스틴' 숍인숍도 눈에 띄었다. 하파 크리스틴은 해외에서 '장원영 렌즈'로 입소문 난 브랜드다.
독일에서 왔다는 셰인(29) 씨는 "매장에 제품 큐레이션이 잘 되어 있어 제품을 고르기 편했고 직원들도 매우 친절해 편하게 쇼핑을 끝낼 수 있다"며 "특히 독일에서도 인기있는 에스트라 제품과 스킨케어 제품을 담았다"고 말했다.
마스크팩만 800개
매장 3층은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됐다. 라면과 과자, 이너뷰티 제품을 모은 K푸드존이 들어섰다. 불닭볶음면과 각종 스낵, 김부각 등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낵류가 인기였다. 외국인 고객들은 바나나맛우유를 집어 들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화장품을 사고 간식까지 담는 쇼핑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코너에 들어서자마자 길게 이어진 마스크팩 진열대가 시선을 압도했다. 이 매장의 핵심인 '마스크 라이브러리'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인 마스크팩을 집중 배치했다. 시트팩, 모델링팩, 버블팩까지 제형별로 나뉘어 있었고, 기능별 설명도 붙어 있었다. 이 공간에만 약 800개 제품이 모였다.
진열대 앞에 선 고객들은 하나하나 비교해보며 고르는 모습이었다. 독일에서 온 킴벌리(34) 씨는 "이렇게 많은 종류의 마스크팩은 처음 본다"며 "피부 타입별로 나뉘어 있어서 선택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매장도 다녀왔는데 이곳이 제품도 많고 기획세트도 다양해서 좋다"고 덧붙였다.
의료 관광 증가에 따른 애프터 케어 수요를 반영해 뷰티 디바이스와 더모코스메틱 등 관련 상품군도 한데 모여 있었다. 단순히 꾸미는 화장품을 넘어 '관리'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의료 관광이 인기를 끌면서 애프터 케어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며 "국내 더모 브랜드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 별도 존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명동 전략 집약
명동 상권 내 CJ올리브영 매장은 이미 기능별로 나뉘어 있다. K팝 굿즈를 전면에 내세운 매장, 캐리어 보관과 대량 구매에 특화된 매장,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매장 등 각각의 역할이 분명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동선과 목적에 따라 매장을 분산 배치해 온 전략이다.
센트럴 명동 타운은 이 전략의 '종착점'에 가까운 공간이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기능을 하나로 묶어 '완결형 매장'으로 구현했다. 특히 외국인 고객의 쇼핑 패턴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관광객들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제품을 비교하고 대량으로 구매한 뒤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마스크팩처럼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을 한 공간에 집약해 비교와 선택 과정을 단순화했다.
현장에서 만난 고객들도 '편하다'는 평가가 가장 많았다. 제품이 카테고리별로 명확하게 정리돼 있어 따로 직원에게 묻지 않아도 쇼핑이 가능하고, 언어 장벽이 낮아 정보 확인이 쉽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올리브영은 센트럴 명동 타운을 명동 상권의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고객이 K뷰티를 처음 접하고 이해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첫 관문' 역할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이곳에서 검증된 진열 방식, 서비스, 운영 데이터를 향후 글로벌 매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그동안 글로벌 특화 매장 138곳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장을 설계했다"며 "이곳에서의 K뷰티 쇼핑 경험이 자국 내 재구매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K뷰티 산업 전반의 수요 확대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