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흑자를 낸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현재 흑자를 내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은 쿠팡과 오아시스 정도뿐입니다. 한때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티몬은 회생절차를 밟다 오아시스에 매각됐고 위메프는 파산했습니다.
15년 연속 흑자를 내던 오픈마켓 1위 G마켓마저 이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적자를 줄이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다 몸집까지 함께 쪼그라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주 컬리가 조금 다른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창업 10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겁니다. 비용을 쥐어짜서 만들어낸 흑자도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과 거래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화려한 기록을 세웠죠.
강남맘서 전국구로
컬리의 시작은 2015년 만들어진 '마켓컬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맞벌이를 하면서 느낀 '좋은 식재료를 편하게 살 수가 없다'는 답답함이 컬리의 출발점이었는데요. 마켓컬리는 낮에 장을 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를 위해 엄선한 식재료를 새벽에 배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신선식품이 문 앞에 도착하는 '샛별배송'이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당시는 새벽에 신선식품을 배달한다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기였습니다. 신선도를 지키려면 '콜드체인'이 필요해 포장부터 배송까지 직접 책임져야 했고요. 그러려면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이어야 했습니다.
차별화 된 상품도 컬리의 강점이었습니다. 전국 산지에서 직접 깐깐하게 발굴한 상품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죠. 치즈, 허브 같이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식재료를 대중화한 것도 컬리였습니다.
컬리는 사업 초기 강남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성장세도 무척 가팔랐는데요.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데 창업 후 3년이 걸렸지만 5000억원까지는 2년, 1조원 돌파까지는 불과 1년밖에 걸리지 않았죠.
문제는 팔수록 적자가 쌓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대신 팔아주며 수수료만 받는 중개 방식이 아니라 상품을 직접 매입해 재고를 책임져야 하다보니 자본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콜드체인에 새벽배송 인건비까지 구조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많은 유통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 컬리가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말도 따라붙었습니다. 컬리를 둘러싼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죠.적자에도 '고'
실제로 컬리의 영업손실은 계속 불어나기만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새벽배송 수요가 한창이던 2022년에는 연간 영업손실만 2334억원으로 정점을 찍기까지 했습니다. 컬리에게는 IPO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요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컬리가 IPO를 추진하던 2022년 증시가 침체되면서 결국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컬리는 직매입으로 상품을 직접 관리하고 새벽배송으로 책임지는 사업 모델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업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품질 통제와 배송 경쟁력의 원천이 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이커머스들이 쿠팡에 밀리면서 성장 한계에 부딪치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는데요. 컬리는 '신선식품'이라는 점에서 쿠팡과 차별화에 성공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컬리는 이 시기 오히려 취급 품목을 늘리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뷰티컬리'가 대표적인데요. 신선식품에만 쏠린 컬리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기 위한 결정이었죠.
뷰티컬리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신선식품 플랫폼이 왜 화장품을 파냐'는 시선이 있었는데요. 컬리는 컬리의 주고객층이 뷰티 고객층과 겹친다는 데 착안해 뷰티컬리를 집중적으로 키웠습니다. 실제로 뷰티컬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23% 성장하며 어엿한 수익원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컬리는 판매자가 컬리 물류망을 이용하도록 하는 3P 서비스도 도입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습니다. 지난해에는 샛별배송 권역도 전라북도까지 넓혔고요. 미국법인도 구축하며 신사업에도 도전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네이버(NAVER)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선보여 컬리 앱 밖의 고객을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주목할 만한 것은 이렇게 컬리가 여러 신규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2조3671억원, 거래액 3조5340억원까지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매출액은 전년보다 7.8%나 성장한 수치입니다.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컬리의 모든 숙제가 끝난 건 아닙니다. 컬리가 거둔 지난해 영업이익은 131억원으로 아직 작은 수준입니다. 영업이익률은 아직 0.5%에 그치죠. 지금까지 컬리가 만든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이제는 그 규모를 키우는 게 다음 과제입니다.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컬리의 IPO로 향합니다. 2023년 초 실패로 끝났던 상장 도전이 이번 흑자를 발판으로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컬리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흑자 전환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고 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이 흑자자 달성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을 시장에 증명하는 게 우선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이번 흑자는 컬리에게 달성하려던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일 겁니다. 10년 동안 쌓아온 모델이 작동한다는 걸 증명했으니 이제는 그걸로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는지가 남았죠. 컬리의 '샛별'이 진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