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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오래 살았을 뿐"이라는 김 노인 이야기

  • 2026.03.27(금) 06:36

[현장에서]
자가보유 많은 고령층, 소득 적은데 세금 압박
집값만 잡는 게 '끝' 아냐…종합정책 수립해야

"자가 보유율 상승은 고령화 효과다."

최근 한국주택학회 토론회에 참석한 조만 서강대 교수의 얘기다. 긴 자산 형성 기간을 거친 고령층이 많아지면서 자가 보유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늘어나는 고령의 자가 보유자에게 세금 부담 가중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에게 매도 압박을 하는 게 온당한 방향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 교수뿐 아니라, 다른 교수들도 자가가 고가 주택이 된 노인들의 문제를 잇달아 제기하면서 성토의 장이 열렸다. 한국주택학회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감정평가사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였다.▷관련기사: "알바트로스여야 할 주택정책, 꼭 '벌새' 같다"(3월20일)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투기를 막겠다고 겁을 주니까 강남 아파트에 살다가 쫓겨나게 생긴 사람들이 있다. 옛날에 강남이 개발되기 전 들어왔던 노인들도 있다"며 "이런 불쌍한 노인을 쫓아내고 현금 가진 젊은 부자에게 아파트를 넘겨주는 게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일이고 좋은 일이냐"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집값잡기'에 그치면 더 큰 목표여야 할 '주거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고령일수록 자가 비율 높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세대주 연령별 자가보유율은 60세 이상이 77.7%로 가장 높았다. 10년 전 73.9% 대비 3.8%포인트 늘었다. 이어서 50대가 70.3%, 40대 63.3%, 40세 미만의 경우 24.2%가 자가를 보유했다. 10년 전 50대는 65.6%, 40대 56.9%, 40세 미만 32.8%다. 40세 미만의 자가 보유는 감소한 반면, 40대부터는 10년 사이 모두 자가 보유율이 높아졌다.

자가는 거주기간도 길다. 나이를 먹는 게 자가 보유와 정주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토부의 '2024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자가의 경우 평균 11.5년을 한곳에 살았다. 전세(3.8년), 보증금 있는 월세(3.5년) 대비 압도적이다. 자가에 살면 15년 이상 살았다는 비중이 29.3%에 이르고, 25년 살았다는 경우도 11.5%에 달했다.

생애 최초의 주택을 마련한 가구주 평균연령은 41.3세였고, 이를 마련한 방법은 '기존주택 구입'이 6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축건물 분양 및 구입' 21.2%, '증여 및 상속' 12.1% 순이었다. 소득별로 보면 상위 소득자의 자가 보유율이 79.3%로 가장 높았다. 중위 소득자가 67.3%, 하위는 48.5%다.

이런 점을 보면 "반려자와 함께 아껴 살며 저축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대출을 받아 만 41세 무렵 내 집 마련을 한 뒤 그곳에 살다가 은퇴하고 65세 이상의 '법적 노인'이 된 경우가 상당수"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지역별 차이는 있다.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역별 자가 보유율은 수도권이 55.6%, 광역시 등이 63.5%, 도 지역이 69.4%였다. 서울의 자가 보유율은 2023년 기준 데이터만 존재하는데 44.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집값이 비쌀수록 자가 보유율이 낮은 셈이다.

게다가 2024년 기준 수도권 월평균 소득은 약 422만원이고 월평균 생활비는 245만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노인들처럼 열심히 아끼고 저축해 자가를 마련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월 200만원 남짓을 모아서 수도권에 흔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41년 이상 소요된다. 30세에 취직하면 칠순 잔치 때 내집 장만이 가능하다. 정부의 '집값 잡기' 시도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자가 보유자 세금 압박…현금흐름 약한 노인 '어쩌나'

정부는 최근 아파트 공시가격을 확 올려 자가 보유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키웠다. 서울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의 평균 공시가격(안) 상승률은 18.67%에 달했다. 공시가격이 12억원을 초과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서울 주택만 41만4896가구에 달하는 실정이다. 

한창 돈을 벌고 있는 사람에게도 늘어난 세금은 부담이다. 노인이 되어 현금흐름이 사라진 상태에서 갑자기 닥친 세 부담 증가는 훨씬 치명적이다. 젊은 시절 치열하게 노력해 좋은 직장을 얻어 돈을 모으고 괜찮은 곳에 있는 집을 사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 노후에 세금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원죄인가 하는 반발이 제기되는 배경일 것이다.

이렇게 오늘의 노인들이 겪는 부동산 문제는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23일에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는 1024만4550명으로 전체(5122만1286명)의 20.0%를 넘었다. 65세 이상 노인은 2045년 1800만명을 돌파하고,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인구 구조가 급변하면 '자가 문제'는 훨씬 복잡해질 수 있다. 노인은 세금 문제로 허덕이게 되지만 평생 일군 자산이자 보금자리를 헐값에 내놓고 떠나는 일은 쉽지 않은 선택이고, 이러한 '매물 잠김'이 심화해 집값이 오른다면 다음 세대는 자가를 더욱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세대 간 자산 양극화가 더욱 심각한 지경이 될 수 있다.

집값 잡기만을 위한 부동산 규제 정책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 매물출회를 유도했더니 오히려 중저가 지역 집값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15억원 이상 아파트를 살 때 받을 수 있는 대출이 4억원으로 제한되자 서울 외곽, 경기 수도권 집값이 15억원 가까이로 치솟았다. 양도세 중과 유예의 종료를 예고하자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대출 규제 탓에 현금부자들만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를 확정하면서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를 포함한 서울 동남권의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10일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주공 5 단지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종합적 정책 고민해야

정부는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면 그동안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기준금리'와 같은 통화정책이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최근만 보아도 '코로나19'와 같은 대외변수 탓에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대거 풀렸고, 역대 정부들이 추진한 정책 영향으로 집값이 올랐다.

저마다 주거 안정을 위해 자가 보유에 골인한 사람에게 세금 부담을 안겨 오늘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다소 무책임한 정책 아닐까.

또한 서울 특정 지역의 집값이 유난히 오른 이유는 우수 직장, 명문고, 유명 학원, 교통·쇼핑·의료 편의성과 같은 우리 사회가 욕망하는 인프라가 그곳에 집중된 점과도 연관이 있다. 이렇게 켜켜이 쌓인 현실이 만드는 모든 영역의 양극화를 완화해야 집값 문제도 서서히 해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정부가 집값 잡기 대책 몇개로 이 사회의 주거 안정을 끌어올 수는 없다. 부동산을 넘어 좀 더 종합적이면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노인들이 이런 양극화 문제를 만든 장본인은 아니다. 그러므로 1주택 실거주 고령자의 경우 이들의 현금흐름을 섬세하게 고려한 부동산 정책도 고민해 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매도 후 이주를 할 때 지원책이나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는 주택연금 제도의 혜택 강화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인구구조상 장기적으로 급증할 수 있는 부동산 문제를 조금씩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서울 강남에 사는 노인들이 정부가 구축한 사회적 인프라의 혜택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노력으로 자가를 보유한 세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의 일정 부분은 세금의 형태 등으로 다시 사회에 내놓을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 자세도 요구된다.

60세 이상인데 자가 보유를 하지 못한 경우도 노인들 중 20%가 넘는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의 자가에 대한 진입장벽은 너무 높아졌다. 이들이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게 너무 어렵다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등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를 키우는 일도 힘든 도전이 된다. 활발하게 돈을 벌고 세금을 내는 미래 세대가 있어야 노인도 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엑스'에서 "나라 망치는 악질 부동산 범죄, 꼭 뿌리 뽑겠다"고 밝히면서까지 내보이는 부동산에 대한 문제의식은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바다. 그러나 그 부담이 일평생 성실하게 살면서 자가를 마련한 고령자에게 가중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들의 인생을 존중하면서, 세대·계층간 자산 양극화의 심화를 막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정책 방향을 정부가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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